집단소송 확대 대신 단체소송 강화를[전문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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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석훈 2026-07-01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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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 179석의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범여권이 하반기에도 기업규제 입법의 강행을 예고하고 있어서 기업계나 학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입법안이 14건이나 발의된 집단소송법 제정안이다. 이 중 박균택 의원안 등 12건은 미국식 집단소송제 입법안이고 나머지 2건은 대륙법계의 단체소송제 입법안이다.
집단소송제나 단체소송제는 모두 개별 소송제도로는 피해구제가 어려운 집단적 소액 피해의 효율적 구제를 위한 현대형 손해배상 소송제도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대표당사자가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피해자도 제외신고(opt-out) 없는 한 모두 포함해 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스웨덴·이탈리아의 집단소송제나 독일·프랑스·일본 등의 단체소송제는 참가신고(opt-in)한 피해자들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제외신고 방식의 다음과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미국 외에는 채택한 국가가 별로 없다.
첫째, 예상되는 모든 피해자들의 피해액을 청구하게 되어 배상청구액이 막대한 반면, 피해자의 범위, 대표당사자의 적격성, 쟁점의 공통성 등을 확정하기 어렵고, 피해액 산정은 표본적·통계적 산정방식에 의존하게 되므로 고비용·장기간 소송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모르고 제외신고를 못한 피해자들에게도 판결이나 재판상 화해의 기판력이 미치게 되어, 피해자들은 배상액에 불만이 있더라도 더이상 다툴 수 없게 되므로 헌법상 재판청구권이 침해된다.
셋째,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모집하고 장기간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전문적 대형로펌의 시장만 넓혀 주고 피해자 개개인이 받는 배상액은 미미한 정도에 그쳐 변호사천국을 만들 뿐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치명적인 문제점들로 인해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집단소송제 도입을 포기하고 소비자단체 등의 공익단체가 피해자들을 위해 배상책임을 확인해 주면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배상을 청구하는 개선된 단체소송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행 소비자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단체소송을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한 현대형 단체소송제가 되도록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일부 집단소송제 법안은 “법 시행 전에 생긴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도 적용한다”는 소급효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배상책임의 소멸시효가 종료되지 않았으면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고, 이미 발생한 책임을 청구하는 재판절차를 규정하는 입법이므로 소급입법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전에 생긴 사유’란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이므로 그로 인한 배상청구에 관한 입법은 진정소급입법이다. 또한 집단소송제 입법은 기존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적용대상으로 하면서 피고가 예상치 못한 불리한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금지되는 소급입법에 해당한다. 그 밖에 헌법상 소급입법금지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만한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집단소송법을 입법하면서 소급효 규정까지 두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 배치되어 위헌이다. 과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정 당시에도 소급입법금지 원칙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분식회계가 만연했던 업계 실정을 반영하여 대규모회사만 제외하고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분식회계를 정리할 기회까지 제공했던 선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