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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 리셀 플랫폼과 시장의 자정 작용

글쓴이
조아연 2026-05-27

어제까지 20만 원이었던 운동화가 오늘 갑자기 30만 원이 됐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오른 걸까, 아니면 누군가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일까? 스마트폰 하나로 한정판 상품을 사고파는 시대에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공개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그 가격을 조작하려는 시도도 발생한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가격을 "수많은 시장 참여자의 정보가 압축된 신호"라고 표현했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었다는 사실을 시장 전체에 알리는 신호이다.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할 때 시장은 별도의 통제 없이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은 이 가격 신호를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한정판 운동화와 패션 잡화의 판매·구매 희망가가 공개되고, 최근 체결가가 시세로 표시된다. 주식 시장의 호가창과 비슷한 구조이다. 소비자는 이 시세를 보고 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신호가 표적이 된다
그런데 이 투명한 구조에는 근본적 취약점이 있다. 이른바 '자전거래'다. 다계정, 지인과의 공모로 높은 구매 제안을 반복하면 체결가 즉 시세가 인위적으로 오른다. 일반 구매자는 왜곡된 시세를 진짜 시장 가치로 믿고 높은 가격에 물건을 사게 된다.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는 논문 '레몬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이 시장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분석했다. 조작자가 시세 정보를 독점하고 일반 구매자는 그 정보를 모른 채 거래에 임하는 구조, 그 비대칭이 극단화되면 소비자는 시장 자체를 불신하게 되고 결국 거래가 사라진다.
크림의 경우 실제 물건 인도 없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제품을 창고에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 취약점을 더 심화했다. 2022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정숙 의원은 한 스니커즈 모델의 일일 거래량이 수수료 무료, 적립 포인트 이벤트 기간 중 200건 미만에서 하루 4,700건으로 폭증한 사례를 들며 자전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구조 취약점과 이벤트가 자전거래를 일으킬 때 거래량이 오르고 수요가 오른 것처럼 보여 ‘소비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라는 지적이었다.

시장은 먼저 움직였다
시장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전거래 의혹이 퍼지자 "제품 가격이 갑자기 치솟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타났고, 시세에 대한 불신은 곧 상품 자체로 번졌다. 2023년 8월 KBS 뉴스가 검수를 통과한 제품에서 하자가 발견된 사례를 플랫폼 이름과 함께 보도하면서 불신은 더 확산했다. 플랫폼은 빠르게 반응했다. 공식 약관에 ‘시세 조작 행위, 자전거래 등의 시도가 확인될 경우 적발 횟수에 따라 제재를 가산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이상 시세 감지 시 거래를 취소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제도는 그 후에 움직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감에서 자전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후 2023년 업무 추진 계획에 리셀을 포함한 개인 간 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방안을 포함했다. 소비자와 플랫폼이 먼저 움직인 뒤 제도가 뒤따른 것이다.

소비자의 권익을 지키는 조건
가장 먼저, 소비자 자신의 가격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플랫폼이 보여주는 시세는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 거래량이 단기간에 급증하거나 특정 시점에 고가 제안이 집중된다면 조작의 신호일 수 있다. 시장 참여자가 가격 신호를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을 갖출 때, 조작의 효과는 반감된다. 현명한 소비자가 가장 강력한 시장 감시자이다.
다음은 플랫폼의 책임이다. 체결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제재 기준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플랫폼에서 신뢰는 도덕적 의무이기 이전에 생존의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 있다. 다만 그 역할은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는 것이다. 피해가 이미 발생했거나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영역에서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의 몫은 시장의 자정 작용이 잘 작동하도록 돕는 것이다.

가격은 신뢰의 결과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서로를 믿는다는 전제 위에서만 정보로 기능한다. 조작이 드러나는 순간 소비자는 선택을 바꾸고, 플랫폼은 구조를 고치고, 제도는 빈틈을 메운다. 그 교정의 첫 번째 주체는 시장 참여자이다. 이것이 시장경제가 불완전하면서도 작동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