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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국민배당금 해프닝,’초과이윤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5-13
  • [자유기업원 논평(2026-05-13)] 국민배당금 해프닝,’초과이윤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pdf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AI·반도체 국민배당금' 구상은 하루 만에 해프닝처럼 정리되는 모양새다. 김 실장은 AI·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설계를 제안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해당 발언이 내부 논의나 공식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고위 정책책임자의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는 해명만으로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정책실장의 말은 정부의 산업정책·조세정책·재정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민배당금'이라는 표현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과를 정부가 사회적 배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반도체와 AI 산업의 성과가 국민경제 전체의 기반 위에서 나왔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기술 실패와 경기 변동의 위험을 감수하며,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한 주체는 기업과 주주, 임직원이다. 호황기의 이익은 국민 전체가 나누고, 불황기의 손실은 기업과 투자자가 떠안으라는 식의 사고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와 맞지 않는다.

마침 13일 새벽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사후조정도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최종 결렬됐다. 노조 측은 OPI, 즉 초과이익성과금 제도와 성과급 투명화 문제를 제기했고, 전날 1차 회의가 11시간 30분가량, 2차 회의가 16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성과 배분 문제가 기업 내부에서도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서도 조정이 쉽지 않은 초과이익의 배분 문제에 정부가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청구권을 얹는다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초과세수 역시 공돈이 아니다. 초과세수는 경기와 기업 실적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세입 변동분이지, 새로운 현금성 지출의 안정적 재원이 아니다. 이를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하면 재정은 경기순환에 더 취약해지고, 정치권은 일시적 세수를 영구적 지출로 바꾸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이 해야 할 일은 예상 밖 세수를 나누어 쓰는 것이 아니라 국가채무를 줄이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낮추며,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사례를 한국의 AI·반도체 산업에 빗대는 것도 부적절하다. 노르웨이의 석유 수익은 공공자원적 성격이 강한 천연자원에서 발생한 지대에 가깝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설비투자, 인재 확보, 공급망 관리, 글로벌 경쟁의 결과다. 지하자원에서 발생한 자원수익과 민간기업의 혁신·투자 성과를 같은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산업의 성격도, 위험 부담의 주체도 혼동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이다. 시장은 기업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기업이 돈을 벌 때마다 정부가 그 이익의 사회적 배분 방식을 새로 설계하겠다고 나서는 정책 리스크다. 특히 AI·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선투자와 장기적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분야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더 투자하고 더 고용하고 더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배당금 설계가 아니다. 전력·용수·입지 인프라 확충, 인재 양성, 규제 완화, 세제 안정성, 노동시장 유연성,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이 우선이다.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았을 때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이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이 호황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투자와 성장으로 연결할 것인가"여야 한다.

이번 국민배당금 논란은 고위 정책책임자의 발언이 시장과 산업 현장에 정책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초과세수는 공돈이 아니며, 초과이윤은 국가의 배당 재원이 아니다. AI 시대의 과실은 정부가 나눠주는 배당금이 아니라 기업의 재투자와 혁신, 고용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민 전체의 부로 확산되어야 한다.




2026.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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