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정규직·비정규직 해체가 답이다

글쓴이
최승노 2026-04-19 , 브릿지경제

기간제법 개편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간제법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사용기간을 늘리거나 정규직 전환을 다시 한번 강제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실패의 역사를 한 장 더 쓰는 것에 불과하다.


기간제법은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선의을 앞세워 만들어졌다. 지난 2007년 시행 당시에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했다. 정규직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 기업들은 전환 부담을 피해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종료하는 이른바 '1년 11개월 계약'을 관행으로 굳혔다. '보호법’이 '퇴출법’이 된 것이다.


결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2009년 27.9%에서 2020년 19.4%로 떨어졌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조사 기준으로는 2024년 말 전환율이 8.6%에 불과하다. 법이 시행된 이후 비정규직이 줄기는커녕 전환의 문은 오히려 더 좁아졌다. 선의의 규제가 시장의 현실을 무시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사용기간 연장은 근본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수 차례 시도했으나 노동계 반발로 번번이 무산된 방안이다. 설령 기간 연장이 이루어지더라도 기업들은 새로운 시한 직전에 계약을 종료하는 행태를 반복할 것이다.


칸막이의 높이를 바꾸는 것으로는 칸막이 자체가 만드는 왜곡을 없앨 수 없다. 노동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용 사유 제한'도 마찬가지다. 고용 총량을 줄이고, 외주와 도급이라는 새로운 우회로만 양산할 뿐이다.


문제의 뿌리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에 있다. 정규직은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직성이 기업으로 하여금 정규직 채용 자체를 기피하게 만든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계약을 맺기도 어렵게 만든다. 기간제 규제를 아무리 손질해도, 정규직을 둘러싼 과도한 보호 규제가 바뀌지 않는 한 이중 구조는 해소되지 않는다.


해법은 고용계약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있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여, 기업과 근로자가 업무 특성에 따라 계약 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규직에 대한 해고 보호 규제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여 고용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고용유연성이 높아지면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채용할 수 있고, 이는 역설적으로 고용의 총량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성과에 따른 임금방식으로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고용 형태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구조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지 않는다. 역량과 성과, 직무 중심의 보상 체계가 확립될 때 비로소 고용 형태에 대한 집착도 줄어든다.


지난 세월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강제한다고 비정규직이 줄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규제가 강할수록 편법만 늘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돌아갈 뿐이다.


기간제법 개편이 또 하나의 규제 미봉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고용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인위적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유연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이 열릴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