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제12회: 의원입법 현황과 과제

글쓴이
시장경제콜로키움 2026-02-12
  • [발제] 의원입법 현황과 과제.pdf

제12회 시장경제콜로키움
일시: 2026년 2월 12일 오전 11시
장소: 푸른홀
주제: 의원입법 현황과 과제
발제: 정윤석 명지전문대학교 교수
토론: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김기만 좋은규제시민포럼 사무처장, 안재욱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정윤석 명지전문대학교 교수,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 외 8인


의원입법 현황과 과제(줄글 요약)


정윤석 명지전문대학교 교수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최근 수년 사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 국회의 입법 구조가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헌법상 법률안 제출권은 정부와 국회의원 모두에게 부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의원발의 법안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7대 국회 이후 의원안은 폭증해 최근 국회에서는 전체 법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정부안 비중은 크게 줄었다.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은 부처 협의, 재정 검토, 각종 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하는 반면, 의원안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상대적으로 쉽게 발의될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차이를 만든 배경으로 지적된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법안들이 실제로 얼마나 처리되고 있는가이다. 위원회 차원에서 마련되는 위원회안은 가결률이 매우 높은 반면, 개별 의원이 발의한 의원안의 가결률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특히 최근 국회로 올수록 의원안 중 상당수가 임기 안에 처리되지 못하고 '임기만료폐기’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의원안의 약 3분의 2가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법안의 내용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거나, 유사 법안이 과도하게 중복 발의되고 있거나, 국회의 심사 역량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입법 실적을 둘러싼 왜곡도 나타난다. 하나의 법안에는 여러 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하는데, 일부 의원은 수천 건의 법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반면 다른 의원들은 참여 건수가 매우 적은 등 편차가 크다. 이는 입법 활동이 정책 숙의라기보다 '참여 횟수’ 중심의 실적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임기 말로 갈수록 가결률과 통과율은 낮아지고, 임기만료폐기율은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어, 실질적인 입법 가능성보다 정치적 메시지 차원의 발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시사된다.

특히 규제 관련 법안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도 우려된다. 규제 법안은 국민의 경제활동과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단이지만, 의원발의 형태로 제출되는 경우 정부안처럼 충분한 사전 협의나 영향평가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집행 단계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나 비용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결국 현재의 의원입법 구조는 “많이 발의하는 국회”는 되었지만,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책임 있게 입법하는 국회”와는 거리가 있다. 무분별한 발의가 늘어날수록 국회의 심사 부담은 커지고, 정작 국민 생활에 중요한 법안의 처리는 지연될 수 있다. 입법의 양적 확대를 넘어, 발의 단계부터 책임성과 숙의 과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