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효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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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시장경제콜로키움 20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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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효과 확인.pdf
제11회 시장경제콜로키움
일시: 2026년 1월 16일 오전 11시
장소: 푸른홀
주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효과 확인
발제: 김기만 좋은규제시민포럼 사무처장
토론: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권혁철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안재욱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설윤 경북대학교 교수, 정윤석 명지전문대학교 교수,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 외 4인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효과 확인(줄글 요약)
산업재해는 노동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설비·원재료·가스·분진 등 유해요인에 노출되거나 업무 수행 중 사고로 인해 사망·부상·질병을 겪는 일을 말하며, 산업안전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는 '사망만인율’이 널리 활용된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환경이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되며 재해 위험이 누적되어 왔고, 이후 산업재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법체계가 발전해왔다. 1987년 원진레이온 사건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고, 2019년 김용균 사망 사건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도급 제한과 원청 책임 강화 등 규제가 다시 확대되었다. 이후 2021년에는 기존 산안법만으로는 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 속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 2022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발제문은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과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실제로 기업의 산업재해율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데 목적을 둔다. 분석 방법으로는 정책 효과 추정에 자주 활용되는 이중차분법(DiD)을 사용했으며, 법 적용 대상인 50인·100인·300인 이상 사업장을 처치집단으로, 적용 제외 또는 유예된 소규모 사업장을 통제집단으로 설정해 정책 변화 이후 재해율(injury rate)의 순수 효과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는 직관적인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난다. 2020년 산안법 개정 이후 법 적용 대상 기업들에서 재해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했고,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공포 이후(시행 전 준비 기간)에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재해율이 증가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특히 2022년 법 시행 이후에는 50인·100인·3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의 재해율이 소규모 기업보다 오히려 더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책이 현장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기보다 '재해가 드러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시된다.
발제문의 핵심 결론은 이른바 '규제의 역설(신고 양성화)’이다. 즉 처벌 위험이 커지면서 대기업들은 사고를 숨기기보다 작은 부상 사고까지 빠짐없이 기록·보고하는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강화했고, 그 결과 과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던 재해들이 수치로 드러나 재해율이 상승한 것처럼 관측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사망사고는 원래 은폐가 어렵기 때문에 데이터의 정확도가 높고, 실제로 법 시행 전후 사망률에는 큰 변화가 확인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의 실질적 사망 위험도를 즉각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메시지가 함께 제시된다(관련 그래프는 16쪽).
또한 규제 강화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담겨 있다. 대기업은 신고가 거의 100%에 가까워지면서 통계상 재해율이 상승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 압력이 덜한 소규모 사업장은 경미한 사고를 신고하지 않을 유인이 남아 있어 두 집단 간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숫자만으로 정책 실패를 단정하기 어렵고, 재해 통계 상승이 곧 위험 증가를 뜻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해진다.
마지막으로 발제문은 한국 산업안전 법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비판한다. 산업안전 관련 규제가 1,220개 조항에 이를 정도로 외부 규율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조항을 늘리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현장에서는 위험성평가가 형식화되고, 중소기업은 안전관리 자체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안전 역량 자체에 투자하기보다 로펌 자문 등 '처벌 회피’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중복 법령에 따른 중복 규제·이중처벌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형벌 중심 규제가 예방 효과를 내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시사점으로 정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