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예방” vs “그림자 조세” … ‘슈거 정책’ 씁쓸한 딜레마[Who, What,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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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2-04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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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설탕부담금
영국 등 116개국 설탕세 매겨
재정확보·건강증진 달성 목적
韓, 당뇨 등에 건보 적자 심화
朴정부때 설탕과의 전쟁 실패
李대통령 '부담금’ 이슈 던져
지역 공공의료 투자 밝혔지만
일각선 “소비세와 같아” 비판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밝힌 '설탕 건강증진부담금 도입’ 제안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 대통령은 “설탕 첨가 음료” “부담금”이라고 했지만 야당과 기업들에서는 사실상의 세금이며, 설탕이 포함된 모든 가공식품들의 가격도 오를 것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설탕·당류로 인한 비만과 같은 성인병의 증가와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의 고갈 등 사회적 비용 가중을 고려한다면 설탕 부담금과 같은 '준(準)조세’를 도입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 또한 만만찮다. 이 대통령이 공론화 절차를 공식적으로 요구했기에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합리적 분석이 보태어지겠지만 정책이 현실화하기까지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왜 설탕 부담금인가?
역사적으로 담배나 설탕에 대한 과세 혹은 부담금 부과는 정부의 재정 충당 목적에서 비롯됐다. 18세기 영국의회가 프랑스와의 '7년 전쟁’으로 쌓인 국가 부채를 갚기 위해 식민지 내 설탕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법(Sugar Act)을 제정했고, 20세기 들어서는 노르웨이에서 초콜릿 및 설탕제품에 고율의 세금(Sugar Tax)을 부과했다. 모두 재정확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이 설탕세가 비만·당뇨·충치 등 질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을 위한 교정세’ '외부비용 내부화 세금’ 등의 목적으로 바뀌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116개 이상 국가·지역이 설탕함유음료(SSB·Sugar-Sweetened Beverages)에 별도의 세금을 도입하고 있다.
세금은 아니지만 이 대통령의 언급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국내에서도 당류로 인해 남녀노소 비만·성인병이 증가해 질병을 예방하고, 보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담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찌감치 제기됐다. 고령층·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적자 위기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재발의가 추진 중이다.
◇정부의 저당 정책, '글쎄?’
사실 설탕 부담금 도입은 정부 입장에선 장기과제에 해당하는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2016년)에서는 달게 먹는 식습관 개선을 위해 '설탕과의 전쟁’을 선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업계의 자율 감축과 소비자 인식 개선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비율을 WHO 권고 기준인 하루 총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유도책과는 달리 국민들의 당 섭취는 줄지 않았다. 당시 정책은 '가공식품’에 머물렀을 뿐, 가정 조리, 외식·배달, 고당도 디저트 증가 등 식품소비 구조 변화까지는 충분히 포괄하지 못했다. 실제로 202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일 평균 당 섭취량은 57.2g으로 WHO 권고 기준을 초과하고 있고, 10~18세 청소년의 평균 섭취량은 64.7g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결국 '강제성’ 없는 자율적 설탕 소비 감축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입증됐고 정부는 다시금 설탕 소비를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극약’ 처방인 부담금 부과에 이르렀다. 일각에서 '설탕세’라고 언급하자 이 대통령이 나서서 반발하며, '지역 공공의료 강화’라는 목표까지 제시한 이유도 조세저항 등을 의식해서라는 분석이다.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슈인 데다, '세금’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 국민들이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부담금 징수 규모와 사용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에 구체화될 전망이다. 공론화 이후 주무부처(보건복지부)가 개별법(국민건강증진법)을 통해 부담금 형태가 가닥이 잡히고, 예산을 다루는 기획예산처와 최종적인 부담금을 확정하게 된다. 세제가 아닌 이유에서 재정경제부 세제실은 도입 논의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서민 더 힘들고 물가 상승”
이 대통령이 다소 '기습적’으로 SNS를 통해 던진 설탕 부담금 이슈에 야당과 경제계에선 즉각 반발하는 모습이다.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 물가 상승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과도한 복지 재정 투입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기 위한 목적이란 비판이다. 정부는 “일반세금과 달리 부담금은 건강 생활 지원·영양 관리·공공의료 확충 등 오직 건강증진 목적으로만 사용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소비세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기업원 보고서 '설탕 부담금(설탕세) 도입 논의의 쟁점과 비판적 분석’에 따르면 “명칭이 '부담금’이어도 실질은 소비세와 다를 바 없다”며 “부담금은 일반회계가 아닌 특정 기금으로 귀속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지출 구조나 사용처를 체감하기 어렵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부담금은 '그림자 조세’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담금 도입 시 제조업체들은 부과된 부담금을 제품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커 소득 하위 계층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이 보고서는 다른 나라의 설탕세의 경우 모든 소득에 동일 세율로 부과돼 조세 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영국의 경우 일부 음료 제품 가격의 인상이 일어났고, 저소득층일수록 가격 민감도가 높아 실질적 부담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부담금을 도입한 다른 나라에선 설탕의 대체재로 소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해 당초 목적인 국민건강 증진과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확인된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은 “설탕 부담금은 형식적으로는 부담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간접세에 해당한다”며 “국민건강 증진이란 목적을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은 물론, 재정정책의 왜곡과 국민의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