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내일을 위한 게임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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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고상준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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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있는 자는 더욱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13장 12절과 25장 29절에서 발췌한 구문이다.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내재한 이야기를 알 필요가 있다.
세 종을 가진 주인이 각각의 종들에게 재능에 따라 달란트를 분배하여 가장 우수한 종에게 다섯 달란트, 다른 종에겐 두 달란트 마지막 종에겐 한 달란트를 주고 그 재산을 불려보라 명했다. 후에 결산을 할 때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은 종들은 그 돈으로 장사를 해 이익을 남겼으나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은 돈을 땅에 묻고 원금만을 보전하니 이익을 남긴 종들은 주인에게 칭찬과 보상을 받고 한 달란트를 그대로 가져온 종은 주인에게 책망받기 모자라 그가 가진 것마저 이익을 남긴 종에게 빼앗긴다.
이는 곧 승자독식을 가리키며 마태효과라 불린다. 마태효과는 과학계에 존재하는 역자승법과 누적이익론으로 설명된다. 역자승법은 많은 과학적 성과물이 명망 있는 과학자들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만약 400명의 과학자가 있다면 그 수의 제곱근에 해당하는 20명, 즉 5%의 소수의 과학자만이 전체 과학적 성과물의 절반을 생산한다는 것이며 누적이익론은 성과물이 소수의 과학자들에게 편향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편향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이론이다.
이는 비단 과학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공공연하게 마태효과가 발생하고 있으며 하나의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불평등으로 인한 양극화가 주된 논의가 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불평등으로 인해 발전된 현 사회를 영위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한 사회에 살고 있으며 시장경제는 매번 혁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아이디어 인정 여부에 따라 승리자와 패배자가 결정되고 그로 인해 격차가 발생하여 불평등으로 이어지지만, 경쟁의 결과로 경제 전체의 발전이 촉진되고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불평등은 사회 발전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인 것이다. 게다가 불평등은 혁신, 노력, 위험 감수 등에 대한 중요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성공한 사람들에게 더 큰 유인을 부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성공의 기회를 부여한다.
모든 사람들은 동일한 재능, 기술, 자원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불평등은 태어날 때부터 선택의 여지 없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차이이다. 이는 얼핏 불합리해 보이지만 동시에 모두에게 특권 또한 주어진다. 바로 어느 분야에 특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서로 다른 개인들의 차이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하며 분업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처럼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득 격차가 확대되었을지언정 사람들 간 실제 생활 수준이나 상품 및 용역에 대한 접근성은 크게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경쟁과 혁신의 결과로 세탁기나 냉장고 등 일반 소비자들의 필수품 보유율은 증가하였다. 오히려 소비 측면에서는 평등이 증진된 것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에 반하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행동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었던 향상된 삶의 질을 누릴 자유를 제한하고 발전을 정체시킨다. 그 누구도 더 나은 내일을 살 권리를 제한할 명분은 없으며 윤리적으로도 납득될 수 없다. 그렇기에 불평등이 아닌 불공정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자유주의 철학의 핵심은 자기와 마찬가지로 행동할 타인의 자유에 영향 끼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스스로 판단한 바에 따라 각자의 능력과 기회를 최대한 펼칠 개인의 자유를 믿는 것이다. 이 전제가 무너질 경우 경제 구성원들은 신분 상승의 기회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며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개인은 영향력을 가진 타인에게 예속되게 되어 만족하지 않는 현재의 삶을 순응하게 된다. 내재적 동기의 감소로 자신의 가능성으로 이뤄낼 수 있는 미래의 보상을 부정적으로 왜곡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사회에 만연하게 될 경우 혁신이 없는 사회로 변모하게 되어 막대한 비용이 초래될 것이며 그 비용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가된다. 이러한 불공정한 경쟁의 장을 평준화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의 단순 현상 완화 정책 같은 비논리적 전술에 의존하는 결과 또한 초래될 수 있는데 그 결과는 비효율적이고 정체된 경제로 귀결된다. 이는 또다시 경쟁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불평등이 아닌 불공정성으로 인한 불평등을 야기시키며 동일 현상을 반복시킨다.
이 끝없는 소용돌이의 예방과 해결책은 타인의 자유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 혁신, 노력, 시장 개척으로 위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결과의 차이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자유주의의 정신 하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 구축을 이룰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추구해야 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게임의 규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