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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자유의 딜레마

글쓴이
김건호 2025-12-12

며칠전에 뉴스를 통해 ‘새벽배송 금지’ 논란을 접했다. 평소 자주 이용하던 쿠팡의 로켓배송이 규제로 인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뉴스를 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수 많은 소비자들의 편의와 선택권보다 근로자의 안전 중 어떠한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일까?’ 일상에서 무심코 누리던 편리함이 사실은 법과 경제의 복잡한 균형 위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는 법과 시장경제가 끊임없이 맞물려 있다. 법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이며, 시장경제는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효율성과 번영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이다. 두 체계는 서로를 보완하며 발전해야 하지만, 때로는 충돌하기도 한다. 시장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법이 등장하기도 하고, 반대로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시장의 행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충돌은 단순히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사회적 후생에 직결된다. 따라서 법과 시장경제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이해한 뒤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법과 시장경제의 충돌 사례


첫 번째 사례는 쿠팡의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다.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새벽시간대 배송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기업의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을 위축시킬 수 있다. 노동자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과 시장의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다.


두 번째는 타다 금지법이다. 타다는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에 혁신을 가져왔지만,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과 법적 규제에 막혀 사업이 중단됐다. 이 사례는 법이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규제지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편익은 줄고, 혁신은 멈추게 되었다.


세 번째는 공매도 금지 조치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지만, 이는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키고 유동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시장 효율성이 훼손된 것이다.


이 세 가지 사례는 모두 ‘법의 선한 의도’와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충돌할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속도의 불균형에 있다. 시장은 기술 발전과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진화하지만, 법은 그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나 여론의 압력에 의해 법이 만들어지면, 경제적 효율성보다 단기적인 사회 안정이나 표심이 우선시되기도 한다. 법이 현실보다 느리고, 시장은 법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두 체계 간의 마찰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더해지면 시장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기업의 혁신 의지가 약화된다. 반대로 시장이 법의 한계를 악용하면 불공정 경쟁과 사회적 피해가 발생한다. 결국 문제는 어느 한쪽의 과잉이 아니라 조화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법과 시장경제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경제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벽배송 논란의 경우, 전면적인 금지보다는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과 기업의 안전보장 의무를 병행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타다의 경우, 기존 산업과의 형평성을 맞추되 혁신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단계적 허용이나 시범운영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공매도 역시 일시적 금지가 아니라 불법 공매도 단속과 투명성 강화를 병행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즉, 법은 시장의 자유를 억누르기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법과 시장경제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사회의 두 기둥이다. 그러나 법이 시장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억제하거나, 시장이 법의 규범을 무시할 때 사회적 불균형이 발생한다. 쿠팡의 새벽배송, 타다 금지법, 공매도 금지 사례는 모두 이러한 불균형이 낳은 결과물이다. 앞으로는 법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고, 시장이 공정성을 지키며 사회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균형을 찾아야 한다. 법이 시장을 보호하고, 시장이 법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