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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덫에 빠진 배달앱, 관치로는 못 푼다

글쓴이
김현수 2025-12-12

난 평소 배달앱을 자주 사용한다. 배달앱의 편리함과 할인 혜택을 누리기 위함이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할인’과 ‘쿠폰’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가 배달앱을 열 때, 첫 주문 할인, 리뷰 쿠폰, 제휴 할인, 가게별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배달 플랫폼은 이렇듯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고, 소비자는 눈앞의 할인에 만족하며 앱을 켠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플랫폼이 만들어낸 이중가격제(Dual Pricing)의 함정이 숨어 있다.


이중가격제란 동일한 상품을 거래 경로나 판매처에 따라 다르게 가격을 책정하는 제도다. 플랫폼 업체는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할인 혜택을 점주가 부담하게 하고, 점주가 플랫폼 외부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묶어둔다. 결과적으로 점주는 자율적인 가격 결정권을 잃고, 소비자는 ‘할인’이라는 착시 속에서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한다.


예를 들어, 배달 플랫폼은 주문 금액의 약 7.8%를 수수료로 가져가며, 배달대행 요금도 1,900~3,400원에 달한다. 여기에 상위 노출을 위한 광고비까지 추가된다. ‘울트라콜’ 월 8만 원, ‘우리가게클릭’ 클릭당 최대 1,000원 등 광고비를 합치면, 매출 100만 원당 20만~30만 원 이상이 플랫폼에 흘러간다.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은 결국 점주의 부담 위에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한 사람이 있었을까?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무려 250년 전 정확하게 이와 유사한 현상을 경고했다. 『국부론』에서 그는 “같은 업종의 사업가들이 모이면, 그들의 대화는 소비자를 해치는 공모로 끝나기 쉽다”고 말했다. 스미스가 우려한 것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뿐만 아니라, 자유경쟁의 이름으로 포장된 독점과 담합이었다. 오늘날 플랫폼 경제는 그의 경고를 현실로 보여준다.


배달 플랫폼 도입 초기에는 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이용했고, 편익을 누렸지만, 이제는 알고리즘과 규칙에 종속된 채 가격과 노출 전략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며, 막대한 할인에 대한 부담을 떠 앉는다. 소비자는 혜택을 누리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이 만든 구조 속에서 자유로운 선택권을 잃는다. 더욱 무서운 것은 소비자는 이런 구조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이 ‘저렴하게 샀다’고 오해한단 것이다. 즉 ‘자율적 거래’의 조건인 거래 조건 선택의 자유도,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도 더 이상 플랫폼 시장엔 남아 있지 않다. 결국 자유시장의 핵심인 ‘자율적 거래’가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 또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배달의 명수’처럼 공공 배달앱의 개발로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시장논리가 아니라 행정논리로 개발된 공공 개발 앱은 낮은 사용자 편의성과 느린 주문 처리 속도로 가졌고, 이는 소비자의 외면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불특정 다수인 시민의 세금을 헛되이 쓰게 한 셈이며, 또한 소상공인에게도 민간 플랫폼과 공공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하였다. 이는 보호 대상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실패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정부가 새로운 ‘플레이어’로 참여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플레이어’가 되어 시장에 참여하기보다, 공정한 규칙을 집행하고 독점을 감시하는 ‘심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정부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심판’으로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의 세금을 사용해 새로운 배달앱 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플랫폼 수수료·광고비 구조의 투명화, 알고리즘 공개, 데이터 접근권 보장 등 제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시장 참여자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시장은 스스로 효율을 회복한다.


오늘날의 할인과 쿠폰, 높아지는 수수료, 그리고 점주의 종속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공정 경쟁과 자유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관치형 배달앱’이 아니라, 명확한 규칙 아래 모두가 존중받는 ‘공정한 시장’이다. 정부가 ‘심판’으로서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점주는 정당한 보상을, 플랫폼은 투명한 책임을 지게 하는 구조를 마련할 때, 자유시장경제는 본래의 의미를 되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