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단어, '자본’을 위한 변론
현대 한국 사회의 지적 풍토에서 '자본’이라는 단어만큼 오해와 적대에 시달리는 말이 또 있을까. 그것은 종종 착취의 동의어로, 불평등의 근원으로 지목되며, 건강한 공론의 장에서조차 불편하고 위험한 단어로 취급받는다. 자본가라는 호칭은 비난의 언어가 되었고, 부의 축적은 그 과정의 정당성과 무관하게 도덕적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일쑤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기업원의 최승노 원장이 쓴 『자본이 어려운 당신에게』는 경제 입문서를 넘어선다. 이 책은 '자본’이라는 오염된 언어를 세척하고 그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복원하려는 용기 있는 시도이자, 번영의 문법을 잊어가는 우리 사회를 향한 절실한 소통의 노력이다. 저자의 위치가 자유주의 사상의 확산을 위한 아이디어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책은 추상적 이념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내려는 전략적 산물이며, 자본과의 지적인 화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실천적 제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자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족쇄임을 직시하고, 그 불신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묻는 대신, 자본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친밀한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우회로를 택한다.
자본의 재해석: 문명의 축적물이자 도덕적 유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자본의 개념을 협소한 금융자산의 틀에서 해방시켜, 그 지평을 인간 문명 전체로 확장하는 데 있다. 저자는 자본을 단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축적된 노력의 결과물”로 재정의한다. 지식과 기술 같은 인적 자본, 신뢰와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에 이르기까지, 문명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 세대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이 자본이라는 그의 통찰은 자본에 대한 우리의 편협하고 적대적인 시각을 근본적으로 교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본 축적은 이기적 탐욕의 발현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문명적 책무에 가깝다. 한 개인이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지식과 경험, 그가 맺어온 신뢰 관계, 그리고 그가 이룩한 물질적 성취 모두가 다음 세대가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디딤돌, 즉'자본’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자본을 축적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행위의 도덕성을 힘주어 역설한다. 부의 대물림을 죄악시하는 평등주의적 정서가 팽배한 사회에서, 그는 자본의 상속이 가족과 사회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실천하는 고귀한 행위일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는 단지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연결과 책임이라는 더 깊은 차원에서 자본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저자는'자본을 친구로 삼으라’라는 친근한 은유를 통해, 복잡한 경제 원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지혜로 바꾸어 놓는다. 이는 이념적 선언에 머물지 않는, 설득과 공감을 위한 소통 전략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자본의 렌즈로 본 한국 경제의 병리
이처럼 새롭게 정의된 자본의 프레임으로 우리 사회를 진단할 때, 우리는 성장의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몇 가지 심각한 질병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자본의 세대 간 이전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이 눈에 띈다.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포함하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는 '자본을 유산으로 물려주자’라는 저자의 선한 제안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다. 이는 부유층에 대한 과세 문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기업이라는 소중한 자본의 집합체를 해체하고, 국부의 원천을 고갈시키며,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행위다. 이는 자본의 연속성, 즉 한 세대가 쌓아 올린 지혜와 노하우, 신뢰라는 무형의 자본마저 인위적으로 단절시켜 사회 전체의 활력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의 기저에는 자본의 집합체인 기업을 적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기업은 자본의 집합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와 과도한 규제는 결국 우리 모두의 자본을 공격하는 모순적 행위다. 기업이 자유롭게 '일하지’ 못하면, 즉 자본이 자유롭게 축적되고 재투자되지 못하면, 양질의 일자리와 혁신이라는 과실 또한 열릴 수 없다. 이는 자본과 노동이 제로섬 관계라는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둘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함께 성장할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태도의 산물이다.
자본과의 우정, 번영의 문을 여는 용기
『자본이 어려운 당신에게』는 경제 지식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마음가짐을 바꾸기 위한 실천적 선언을 한다. 자유기업원의 수장이 직접 대중을 향해 이토록 쉽고 간절하게 소통에 나선 것은, 그만큼 아이디어 전쟁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 즉 자본을 두려워하거나 적대시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친구로 맞이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야말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구하고 다음 세대에게 번영을 물려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는 자유기업원이 추구하는 사명을 우리 각자의 삶에서 실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
NO. | 수상 | 제 목 | ![]() |
글쓴이 | 등록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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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대상 | 자본이 어려운 당신에게`를 읽고 박성균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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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대상 | 자유를 지키는 마지막 성벽 – `자유헌정론`의 통찰 이승찬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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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최우수상 | ![]() 박성준 / 2025-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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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최우수상 | ![]() 박초롱 / 2025-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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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최우수상 | ![]() 이상준 / 2025-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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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최우수상 |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치: 자유와 권리 양지우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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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최우수상 | 개인의 권리와 정부의 한계 - 로크 사상의 현재적 의미 김현실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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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최우수상 | 이윤 추구의 정당함에 대한 변 : <자유헌정론>의 낯선 교훈 신동준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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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최우수상 | 자유시장경제, 인간 존엄과 번영을 위한 설계도 장용환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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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최우수상 | 자발적 질서와 법치의 조화 : 하이에크 ( 자유헌정론 ) 을 통해 본 현대 자유주의의 과제 정주희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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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최우수상 | ![]() 정재완 / 2025-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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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우수상 | 도덕 위에 세운 자유 — 애덤 스미스가 남긴 품격 있는 자본주의 김가온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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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우수상 |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 로크의 자유론 김시윤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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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우수상 | 『자유롭고 위대하게』를 통해 본 현대적 유산 : 애덤 스미스의 재발견 박장흥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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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우수상 | 자유의 헌법, 법치의 기둥 - 하이에크가 오늘의 한국에 던진 경고 이혜민 / 2025-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