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원칙과 대북전단 살포

김경훈 / 2021-02-19 / 조회: 240

자유주의(libertarianism)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개인의 자기소유권과 사유재산권을 논리적으로 일관성있게 옹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1원칙의 논리적인 응용은 곧 자유시장과 평화주의로 이어진다. 여기서 자유시장이란 개인간의 자발적인 협력에 외부간섭이 없는 경제체제이며, 평화주의는 그러한 자발적인 협력에 간섭하지 않고자 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2020년에 들어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함에 따라 보수단체가 상당히 반발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의 금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유엔과 미국에서도 대북전단 살포의 금지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인정하면서 이러한 주장에는 더욱 큰 힘이 실리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시민의 권리에 대하여 가장 논리적으로 일관성있게 설명한 자유주의 이론가는 머레이 뉴튼 라스바드(Murray N. Rothbard)이다. 라스바드는 "새로운 자유를 위하여"와 "자유의 윤리" 등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논했는데, 라스바드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란 사유재산권의 응용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간의 권리는 집회 장소를 자유롭게 빌릴 수 있거나 아예 소유할 수 있는 권리, 즉 사유재산권에 불과하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간의 권리 역시 종이와 잉크를 자유롭게 사들여 신문이나 책을 인쇄해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권리와 다르지 않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표현의 자유' 또는 언론의 자유는 사유재산권 보장 이외에 더 특별한 무엇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인간의 모든 권리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분쟁은 그 권리와 관련된 사유재산권이 무엇인지 찾아내여 파악하면 해결할 수 있다."


즉,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없다. 모든 표현의 자유는 자기가 가진 재산을 활용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기 위해 그에게 표현할 수단을 기본적으로 제공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자유주의자의 시각에서 보면 그러하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라스바드에 따르면, 사람으로 가득찬 극장안에서 거짓으로 "불이야!" 라고 외치는 것은 분명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이지만, 그럼에도 범죄이다. 왜냐하면 거짓을 퍼뜨림으로써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하고 극장 주인의 수익 창출을 침해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사유재산을 침해했으므로 금지되어야 하는 범죄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분명 보수단체 혹은 탈북자들이 자기 재산을 갹출하거나 후원을 받아 행하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보수단체 혹은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는 정당한가? 여기서 두 가지 논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하나는 북한 주민들의 사유재산이며, 다른 하나는 휴전선 근처에 사는 남한 주민들의 사유재산이다.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를 매우 강도높게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일단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대북전단이 딱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며,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라고 가정해보도록 하자.


대북전단이 남한 주민들의 사유재산과 관계되었을 때, 약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단 대북전단이 한번 살포가 된다면, 남한의 주민들은 미처 북한으로 가지 못하고 남한에 떨어진 수천 개의 쓰레기를 마주하게 된다. 현지인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그것이 현지인들이 사는 집과 거리에 떨어지는 이상, 그것은 재산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 실제로 경기북부에 거주하는 많은 현지인이 이를 문제삼아 보수단체와 충돌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주의 원칙은 대북전단 살포의 금지를 요청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 추진은 자유주의적으로 정당한가? 마냥 그렇다고도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게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전혀 자유주의적이지 않다.

일단 북한 주민들이 대북전단을 반긴다고 가정한다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된 남한 주민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사유재산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만약 북한으로 넘어가지 못한 대북전단이 바다 혹은 강에 투하되어 환경오염 쓰레기가 된다면, 정부가 바다와 강의 소유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하에서는 재산권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 또한, 만약 보수단체와 탈북자들이 민간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 야산이나 공터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한다면, 그 역시 소유권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지인이 적극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바다, 강, 산, 공터, 하늘 등에 대한 민간소유권이 확대된다면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재산권 분쟁은 원천적으로 해결된다. 바다 혹은 강의 소유자는 보수단체와 탈북자들에게 자신이 소유하는 바다와 강에 쓰레기를 투하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 야산, 공터, 혹은 도로의 소유자가 만약 보수단체와 탈북자가 대북전단 살포하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보수단체와 탈북자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


보수단체와 탈북자로서는 만약 대북전단 살포를 원한다면, 휴전선 근처의 바다, 강, 하늘, 산, 공터 등의 소유권을 매입하여 불법 쓰레기 투기와 재산권 침해 우려를 해소한 채 활동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현실에서 실행되기 수월한 잠정적 대안은 지방자치제를 강화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지역에 관련된 재산권 분쟁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는 것이다. 확실히, 대북전단 살포를 원하는 보수단체 혹은 탈북자만큼, 국회의원이나 행정부의 관료들 역시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우리가 북한체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북한이 사유재산을 유린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재산권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주의적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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