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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머리로 사고하자

글쓴이
박재석 2005-11-05
 

세계화 머리로 사고하자

 유럽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하는 말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30세 이전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고, 나이 30세를 넘어서도 사회주의자인 사람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이를 요즘 세상에 적용하면 바로 반 세계화운동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세계화가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제3세계에서 만들어진 어떤 물건을 산다면 아마 그 물건은 서방 세계의 기준으로 볼 때는 말도 안 되게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매우 나쁜 근로 조건 아래서 만든 물건일 것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한 번도 걱정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가슴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세계화 시위대가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국제무역에 대한 분노가 범세계적인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아니, 머리 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반세계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그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이들의 명분을 훼손하고 있는 충분한 증거와 기록이 있다.

 어린이 노동을 착취하는 것보다 나쁜 일이 있을까? 1993년에 방글라데시에서 어린아이들이 월마트에 공급되는 의류를 만드는 현장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 이에 미국 상원의 톰 하킨 의원이 미성년 노동자를 고용하는 국가에서 만든 물건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였다. 이 법안의 직접적인 결과로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들이 어린이 고용을 중단했다. 그렇다면 그 어린이들은 학교로 돌아갔을까? 그 어린이들이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다. 옥스팜의 조사에 따르면 해고된 어린이들은 더 열악한 일자리로 갔거나 아예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3세계 국민이 가난한 이유가 그 나라의 수출품 제조 근로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아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 나라가 워낙 가난하니까 서방 세계의 기준으로 볼 때는 낮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라도 거기서는 다른 일자리보다는 아주 좋은 일자리인 것이다. 수백만 명의 멕시코인이 멕시코 북부 미국 접경 지역으로 몰려오는 것은  NA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저임금의 멕시코 수출품 제조공장에서 일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국가의 진정한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니라 낮은 생산성, 열악한 기반시설, 사회적 혼란과 같은 요소이다. 이들이 가난한 나라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 아래 있는 나라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서방 세계의 근로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 3세계의 농촌 빈곤은 주로 다국적 기업들 때문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잘못된 생각이다, 세계화가 어떤 이유에서든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아주 유용한 주장이다. 가장 그럴듯한 주장은 반세계화운동으로 수출을 금지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제3세계 근로자들에게 높은 임금과 좋은 근로 조건을 제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귀담아들을 만한 주장은 아니다. 제3세계 국가들은 수출산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나라들이 어떤 상상 속의 농경 낙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들 나라의 수출품이 서방 세계 국민들이 놀랄 만한 근로 조건과 낮은 임금 속에서라도 만들어져 수출되지 못한다면 그들 나라의 수출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반세계화운동가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누가 진정 나쁜 사람들인가? 수천 명의 경찰과 경호 철조망 속에 갇힌 각국의 지도자들과 밖에서의 아우성치는 분노한 대중. 반세계화운동가들은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가 진실일 수는 없다. 경찰 경호 철조망 속에 갇혀 논의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 세계의 빈민들을 돕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철조망 밖에서 아우성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잘못된 생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