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 이야기

도서명 열린사회 이야기
저 자 신중섭
페이지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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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이야기 시리즈 5


상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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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정치․경제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통 이념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생각과 행동은 이러한 이념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이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적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이 글의 목적은 포퍼의 열린사회론을 자유민주주의와 관련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이 글은 어떻게 생각하고,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책을 어떻게 제시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적인 이념과 일관적인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인간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사색하면서 그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한 칼 포퍼Karl Popper는 1902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음악과 책으로 가득 찬 매우 교양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격랑의 20세기를 살면서 이념적 적과 동지를 분명히 했고, 학문적으로도 많은 논적을 가진 이론적 싸움꾼이었다.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사색하면서 많은 저술을 남긴 그는 1994년 9월 14일 런던 교외에서 철학계와 독자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는 인간은 잘못을 범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진리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지식도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추측적인 지식일 뿐이다. 그의 기본적인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지식은 가설적이거나 추측이다. 둘째, 지식, 특히 과학적 지식은 우리가 범한 잘못에서 배움으로써 성장한다. 셋째, 과학의 방법은 우리가 저지른 잘못으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첫째는 위험을 무릅씀으로써, 감히 잘못을 범하려고 함으로써, 달리 말하면 과감하게 새로운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배우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가 범한 실수를 체계적으로 찾아냄으로써 곧 우리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토론하고 검토함으로써 배우는 것이다.) 넷째, 이러한 비판적 토론에서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논증은 경험적 테스트로부터의 논증이다.


그는 경험을 통한 배움을 강조한다. 우리는 항상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잘못을 찾아내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비판과 토론은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비판과 토론이 허용된 사회가 `열린사회`이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문화다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공간으로 그는 열린사회를 설정하였다.

그는 "우리는 금수禽獸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이 있을 뿐이다." 그 길은 열린사회로의 길이라고 말한다. 열린사회만이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폭력이 아닌 이성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포퍼는 열린사회의 범형을 과학자 사회에서 찾는다. 과학의 객관성은 과학자 개인의 무사 공정성의 산물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의 공적인 산물이다. 과학의 객관성은 전문가들 사이의 자유로운 비판을 통해 얻어지는 상호 주관성에 지나지 않는다. 비판과 토론이 자유로운 과학자 사회가 포퍼의 열린사회의 모델이다.


이러한 사회가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되면, 서로 상충하는 의견들이 자유롭게 표명되며, 엇갈리는 목적들이 다양하게 추구될 수 있는 다원적인 사회이다. 열린사회는 이성과 비판을 신뢰하는 사회이다. 열린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을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개인으로 여기고, 스스로 삶을 설계하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 열린사회는 의견의 대립을 토론과 논의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열린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사회이다. 개개인이 스스로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이다. 규범은 인간이 만든 것으로 이해하는 사회이다. 정부의 정책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성과 경험의 테스트를 받아야 하며, 비판의 빛 아래서 수정되어야 한다.


정치가들도 경험으로부터 배우려는 태도를 취해야 하며, 그들은 잘못을 통해 배우려는 태도를 의도적으로 가져야 한다. 과학의 성장을 보장해 주고, 객관성의 근거가 되고, 점진적 사회공학의 실현을 가능하게 해 주는 비판을 정치적으로 보장해 주는 사회가 바로 열린사회이다. 따라서 열린사회만이 과학철학적으로, 이성적으로 승인될 수 있는 사회이다.


포퍼는 이러한 열린사회의 특징으로, 첫째, 한 사회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고, 그 토론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며, 둘째, 제도는 자유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든다.


포퍼가 제시한 열린사회의 첫번째 특징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치적인 문제를 위시한 모든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정책 담당자들이 제시한 대안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 수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반대파의 존립은 열린사회의 하나의 전제 조건이 된다.


칼 아닌 언어로 싸울 수 있는 가능성은 바로 문명의 기초이고, 특히 모든 법 제도와 의회 제도의 기초라고 포퍼는 주장한다. 따라서 신문이나 라디오, 텔레비전 등이 날카롭게 모든 정책을 비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열린사회와 반대되는 사회가 닫힌 사회이다. 닫힌 사회는 마술적 금기와 독단이 지배하는 억압된 사회이며, 전체주의적 유기체 사회이다. 닫힌 사회는 전체나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인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하는 집단주의를 본질로 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성적인 비판과 그들의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다. 국가는 크던 작던 시민을 규제하며 국가만이 판단한다.


전체주의 사회는 국가가 시민 생활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려고 한다. 국가가 모든 도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가 시민들의 생활 전체를 규제하고 간섭한다. 열린사회가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해도 우리 모두는 그것을 비판할 수 있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면, 닫힌 사회는 현명한 자는 이끌고 통치해야 하며, 무지한 자는 그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옹호한다.


플라톤을 위시하여 헤겔, 마르크스, 나치즘 등이 지향하는 유형의 사회가 닫힌 사회이다. 플라톤의 철학은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이다. 통치자의 지배는 지적인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화에 의해 지지된다. 포퍼에 의하면 플라톤은 닫힌 사회의 이론가이고 철인 통치자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사회 변화를 방해하려고 한 반동주의자이다.


정치와 과학에서 포퍼가 가장 반대하는 것은 `우리는 어떻게 확실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가`와 `우리는 어떻게 완전한 지도자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잘못된 질문이다. 온당한 물음은 `우리는 어떻게 가능한 한 빨리 우리의 잘못을 찾아내어 교정할 수 있는가`, `잘못된 지도자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가`이다.


통치자의 선한 마음에 기대어 좋은 정치를 기대하게 되면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국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제도를 통해 이를 보완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열린사회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통찰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