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노조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까?

최승노 / 2020-08-09 / 조회: 12,341       브릿지경제

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업에 이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무노조 경영’이다. 그런 삼성이 2019년 12월에 무노조 경영을 포기했다. 창립 이후 81년 만이다. 


정치적 압박이 과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겠지만, 삼성을 아끼는 국민과 소비자의 마음은 착잡하다. 소중한 일터에 정치 논리가 횡행하고 붉은 깃발이 나부끼면서, 투자자와 근로자들의 협력이 무너지고 삶이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가운데 대규모 노사 분규가 없던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한 해 평균 100건의 노사 분규가 발생했다. 하지만 삼성은 늘 예외였다. 노동운동과 그만큼 거리를 둘 수 있었기에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고, 더 적극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더 나은 대우를 해줄 수 있었다.


삼성에서 노조는 왜 필요 없는 존재였을까. 이미 직원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고, 회사 내에는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별도의 기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의 직장을 정치 싸움의 인질로 만들고 싶지 않고, 스스로 일자리를 더 낫게 하고 싶어 한다. 이런 근로자의 마음이 기업의 무노조 경영과 잘 어울렸던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에도 노조가 없다. 사실 노조는 전 근대적 역사의 산물이다.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법적 특권으로 무장한 조직이 사내에서 경영을 흔든다면, 최고 기업으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이제 경쟁 기업들과 달리 노동조합의 반() 기업 투쟁에도 맞서야 한다. 급변하는 IT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에너지가 분산되는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한국의 노조는 투쟁과 폭력을 앞세우는 후진적 노동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하며 기득권 투쟁을 위한 폭력까지 일삼고 있다. 그들은 기업의 경영을 간섭하기 위해 주주총회의 의사 진행을 고의로 방해하고 사업장을 마비시킨다. 노동조합 소속이 아니면 일감을 구하지 못하게 차별하며 이른바 '귀족노조’의 지위를 유지한다. 사업장을 점거해 비즈니스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강성 노조가 삼성에 들어서게 되면 삼성의 기업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를 하고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에 대해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삼성은 '꿈의 직장’이다. 노조가 삼성을 장악해 특권을 휘두르게 되면 삼성은 그 지위를 잃게 될 것이다.


기업의 성장과 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상호보완적이다. 외부의 압력이나 파업을 통한 일방적 요구가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자율적인 계약과 협력을 통해 개선된다. 삼성에 노조 설립을 강요한 노조편향적 정치는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노조만을 위하는 정책이 많아질수록 기업들은 해외로 떠난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자본이 국내투자를 외면할수록 그 피해는 결국 우리 노동자와 국민에게 귀결된다. 삼성이 '노조 리스크’를 잘 감당해 내길 바랄 뿐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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