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인 이유

한석훈 / 2022-07-06 / 조회: 7,959       미래한국

며칠 전 창원지검은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 대표를 중처법(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로 기소했는데, 이는 금년 1월부터 시행된 중처법이 최초로 적용된 사건이다. 같은 검찰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표에 대하여는 산안법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기소했다.


두 사람 모두 사업장 내 국소배기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근로자들이 독성간염에 걸리게 했다는 혐의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중처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했다고 판단하여 중처법위반죄는 불기소 처분했다.


위반 내용은 유사하지만 만약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한다면 중처법위반죄의 경우에는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반면, 산안법위반죄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중처법은 작년 1월 제정될 당시부터 경영계뿐만 아니라 법무부, 법원행정처, 전문가들로부터 위헌 등의 법리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충분한 논의를 거침이 없이 졸속으로 제정되었다.


위 사례에 관한 중처법 내용만 보더라도 경영책임자(또는 사업주)는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도 '필요한’예산을 편성·집행하고, 점검 후 '필요한’조치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회사의 경영자가 무슨 조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명확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처법이 적용되면 경영책임자는 위와 같이 엄중한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경영자의 조치에 대한 구체적 규정 없이 처벌


원래 산안법에는 산업안전조치 또는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위반행위자(주로 중간관리자)와 회사를 모두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있지만, 중처법은 경영책임자에게도 그 관리상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 함으로써 사실상 삼벌규정을 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책임자의 관리상 조치의무의 내용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범위를 정함이 없이 하위법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형벌 법규의 내용을 불명확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헌법에서 정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이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조치의무를 직접 위반하는 산안법 위반자에 비하여 그 관리상 조치의무를 위반하는 중처법 위반자는 피해 발생의 예견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임에도, 경영책임자만을 그 예견 가능성 여부를 불문하고 중처법위반죄로 과중하게 처벌함은 헌법상 과형균형원칙이나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산안법이나 중처법은 회사와 중간관리자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산업재해 방지를 위한 일정한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그 조치의무 위반을 알면서 조치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부작위 고의범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조치의무 위반이 있으면 그대로 범죄를 인정하게 되어 사실상 과실범처럼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기업은 조직화·분업화되어 기업활동 중 발생하는 산업재해도 기업의 경영책임자뿐만 아니라 중급관리자, 하급관리자 등의 중간관리자 및 근로자 본인의 부주의가 모두 결합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처법은 사망자나 중상자의 발생이라는 결과만으로 경영책임자만을 과중하게 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과실범의 결과책임을 허용하는 셈이므로 헌법상 책임주의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


기업의 조직적·분업적 산업재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영국의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처럼 법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여 회사 자체를 처벌하고 보호관찰 등 보안처분을 시행함이 책임주의원칙에 맞고 재해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중처법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악법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인권 등 기본적 가치를 수호하는 헌법에 위배되므로 지금이라도 조속히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


지하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복지 증진의 밑거름이 될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불합리한 경영리스크를 걷어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국회가 걸어온 길은 그 반대 방향인 듯하다. 그 중 대표적인 입법이 위와 같이 경영책임자에 대한 과중한 형사처벌과 불명확한 범죄구성요건을 규정함으로써 경영리스크를 크게 확대한 중처법이다.


이제는 외국에서조차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로 평가하고 있다. 경제 선진국인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에는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예방인프라 구축 위주로 이를 해결할 뿐 중처법과 같이 경영책임자에 대한 불합리한 형사처벌로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례법의 발전이나 주식(회사)법 개정을 통해 경영판단원칙을 인정함으로써 경영자의 적극적 경영판단을 지원하고 우수한 경영인재를 확보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부강한 나라를 이룩할 수 있었다.


선진국은 산업재해를 예방인프라 구축으로 해결


경영판단원칙이란 경영판단의 임무위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1차적 심사 대상을 경영자가 판단에 충분한 정보수집을 했는지, 필요한 내부절차를 거쳤는지, 이해관계 없이 회사의 최대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판단한 것인지 등 절차적·주관적 사항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경영을 모르는 법관이 회사의 손실로 끝난 경영 판단의 내용까지 처음부터 심사함으로써 사후심사의 편견을 반영하게 되는 불합리를 배제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장래의 위험을 수반하는 경영판단을 사전에 해야 하는 경영자에게 안전항을 제공함으로써 적극적 경영을 하게 하려는 것이다.


미국에는 배임죄가 없으므로 경영자의 임무위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판례에서 발달한 법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영자의 임무위배가 인정되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뿐만 아니라 배임죄로도 처벌되고, 배임죄도 독일의 경우보다 매우 광범위하게 운용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처음부터 경영판단의 내용까지 판단하고 있어 경영리스크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중처법이나 배임죄로 인한 경영자의 경영리스크를 줄여 우수한 경영인재를 확보하고 적극적 경영을 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중처법의 위헌규정을 개정하고 경영판단의 임무위배 판단에 있어 경영판단원칙을 도입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중처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범죄구성요건의 불확실성을 시정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배임죄 수사에 경영판단원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수사지침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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