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갇혀있다, 교육권력의 담장을 허물라

최승노 / 2022-05-16 / 조회: 8,186       자유일보

우리 교육시스템의 낙후성이 심각하다. 초중등 및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인 교육소비자들의 불만이 높고, 교육받은 인재를 써야 하는 인력수요자의 불만도 심각하다. 교육당국은 관료주의를 앞세워 권력을 누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모두가 불만이 크고, 피해자인 셈이다.


교육시스템이 엉망이다 보니 교육소비자가 교육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자식을 둔 부모는 교육의 허점까지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과외공부를 시키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정보력이 중요해졌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자식 스펙관리를 보면 상상 그 이상이다. 보통사람은 흉내내기 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불신과 불만이 커진 상태이다. 불법적인 행위는 처벌받아야겠지만,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본성이다. 강남엄마의 정보력이라는 말로 표현되듯, 우리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지식집단, 고소득집단, 고학력집단에서 자식의 스펙관리에 열중하는 현상은 이미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높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교육열은 뜨겁다. 학생들의 교육을 통한 성공 욕구도 매우 높다. 그런 열의는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사회적 번성을 이끄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문제는, 교육기관들이 경쟁하고 노력해서 해결할 문제를 교육소비자들에게 그 경쟁의 압력을 떠넘기는 교육시스템의 낙후성이다. 정부 주도의 교육시스템이 획일주의와 관료주의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다보니 학부모들이 교육의 허점을 찾아내 제아이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부모의 경쟁력에 의해 자식의 교육이 결정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 분야는 오랜 기간 개혁이 되지 않는 철옹성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잠을 자고 있고, 학교는 가르치는 흉내를 낼 뿐이다. 대학은 입학한 학생들을 잘 가르쳐 내보내는 것에 관심이 없고, 교육당국은 학교를 통제하는 것에 만족한다. 학교의 담장 속에 갇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도 누구도 그 담장과 권력을 허물지 못한다. 이념을 앞세우는 노동조합, 교육은 특별하다는 생각, 교육논리라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 교육 관료의 특권 누리기가 국민과 교육소비자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제 국민을 위하고 교육소비자를 위하는 방식으로 교육도 변해야 한다.


교육은 일평생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 록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 교육기관은 일하는 일터에서, 삶의 현실에서 필요한 것을 언제든 제공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


교육기관은 특별한 존재로 군림하려 해서는 안된다. 일반 기업처럼 소비자가 선택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국민주권처럼 소비자의 선택권은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학교의 학생 선택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교육 당국이 배급하려 해서는 안되며, 교육의 내용에 대한 통제도 해서는 안된다.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면 먼저 교육당국의 간섭과 통제를 걷어내야 한다. 교육기관이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교육기관들이 규제의 그늘에서 기득권에 안주하고 특권을 누리도록 방치해서는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입학이 곧 졸업이라는 교육형식주의도 이제 해소해야 한다. 학교 스스로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성과와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세계 교육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교육기관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영능력을 보여야 한다.


교육 현장이 사회의 요구를 외면한 폐쇄성과 경직성에 빠져있는 한 교육소비자는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입학경쟁, 스펙경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간 경쟁을 높여야 한다. 학교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학교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런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인성과 지성을 높이면서 마음껏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교육 기관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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