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는 수많은 싱크탱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국회와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사회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고 개인의 자유와 삶의 풍요가 나아질 수 있는 길을 찾는다.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유를 기본 가치로 삼아 다양성과 개방성을 조직의 논리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이 미국을 위대한 나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민간의 자발성과 개인의 원리를 기본 가치로 삼는 정통은 영미계 나라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그런 싱크탱크가 발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진국 가운데 다른 나라에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싱크탱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에 익숙해진 나라에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부와 후원보다 정부 의존적 방식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민간의 참여의식이 정부 의존성보다 월등히 큰 미국이 사회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는 민간주도의 싱크탱크 문화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싱크탱크들이 많지만, 예산과 인력 규모 가 큰 단체들은 대부분 정부 예산의 뒷받침을 받는 관변단체들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사업이나 여론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국민의식도 정부 의존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로는 자유기업원, 한반도선진화재단, 안민포럼,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등이 있다. 4월 10일 창립 25년을 맞은 자유기업원은 우리나라 싱크탱크 가운데 대표적인 단체라 할 수 있다. 정부 단체들에 비해 규모와 인력, 예산이 적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싱크탱크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를 기본 가치로 삼아야 한다. 이는 인류가 발전해온 이유이기 때문이다. 둘째, 민간의 후원을 통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 예산 지원에 의존하는 단체는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보다 세금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개방성과 관용, 법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조직이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번성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그런 싱크탱크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3대 싱크탱크의 연간 후원 규모를 보면, 헤리티지재단 700억원, AEI와 케이토연구소 각 400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민간의 참여와 후원이 있기에 미국의 문화와 정치가 튼실할 수 있다. 이들이 있기에 제도의 안정성이 유지되고 타락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민간의 자발성과 사회 공헌 열기가 높다. 우리 역사에는 아낌없이 자신의 것들을 내놓은 수많은 개인들의 기록이 있다. 시민들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사회의 안정과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사는 승자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다. 그러다 보면 좋은 사례만을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런 헌신이 역사에 기여하기도 하였고, 어떤 경우에는 쓸모없이 버려지거나 오히려 역사를 후퇴시키기도 한다.
지금 우리사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애쓴다. 모두 좋은 에너지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적이거나 선동적 방식 또는 우상화된 인물을 추종하는 데에 사람들이 쏠리는 현상은 극복되어야 할 부분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싱크탱크는 사회 인프라처럼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한 나라의 문화와 제도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싱크탱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자유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담당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지키고 번영의 길로 가게 만드는 힘은 자유의 싱크탱크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후원하는 데에서 나온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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