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1974년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작된 누진제를 이제는 폐지할 때가 된 것이다. 시민의 건강을 생각하고 삶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누진제도는 사실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현재 전기요금은 3단계의 누진제로 되어 있다. 보통 재화를 구입할 때와 달리, 소비를 늘릴수록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런 소비의 누진요금은 한정된 자원을 배급하는 경제에서 행해지는 방식이다. 일반경제에서는 흔한 방식이 아니다.
누진제는 특히 가구에 대한 요금부과 방식이라 다세대·다자녀 가정에 불리하다. 1인 가구에 비해 다인가구에 불이익을 줄 이유가 없는데도 불합리적 요금부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용 전기는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1인당 전력을 과소비하는 국가”라며 정부가 국민에게 전력을 아껴 쓰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전기요금이 불합리한 이유는 공급자 위주의 배분 방식 때문이다. 정부가 독점하다 보니 소비자 보다는 공급자 입장만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전기요금을 흔히 '전기세’라 부르고, “누진세를 낮춰 달라”고 말한다. 마치 세금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기는 개인이 그 사용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일반 재화와 서비스의 하나일 뿐이다. 전기 소비자가 사용을 늘리면 전기회사들은 이에 부응해 발전량을 늘리고 배전하면 된다. 그런 선택과 경쟁 과정에서 전력가격은 내려가고, 사용자는 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간단한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전기 발전과 배전에 대해 선택할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팔고 사는 거래를 통제하고, 소비자는 공기업이 공급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우리의 구조다. 시장의 거래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경쟁이 부족하다 보니 시장의 효율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러한 전력독점의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2004년 전력 구조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과 압력에 밀려 이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전력의 공급이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늘 엇박자를 냈다.
한동안 전력 발전시설 부족으로 블랙아웃을 걱정한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2011년 9월 15일, 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기도 했다. 정부가 전력시설 확충을 외면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가 모자라는 시기가 아니다. 그 이후 충분한 발전 시설을 확보했기에 일부 원전시설 가동을 줄여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
근본적인 해법은 전기 공급과 수요가 시장에서 가격원리에 따라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전력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는 여러 전력공급회사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고, 전력발전회사들은 질 좋은 전기를 싸게 공급하려 경쟁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소비자의 만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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