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경제와 토지 공개념: 개인과 조직, 나아가 공동체의 생산성 높일 수 있는 해법 찾아야

최승노 / 2021-02-09 / 조회: 13,950       한국자유총연맹


이슈와통찰_Vol 28(토지공개념).pdf



I. 들어가며: 토지 소유의 문명사적 의미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큰 사건을 꼽으라면 통상적으로 산업혁명을 들 수 있다. 산업혁명을 계기로 생산량이 증대되며 인류의 삶 전반이 획기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산업혁명이 중세까지 유럽의 변방국에 불과했던 영국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과학기술과 학문 수준은 대륙의 국가들에 뒤져 있었음에도 영국은 어떻게 세계사적 변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을까?


영국에는 재산권을 보호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기가 소유한 것, 기여한 것을 공공의 것이 아닌 자기 것으로 가질 수 있고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이 영국이 거대한 산업화의 흐름을 이끌 수 있도록 했다.1


원시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소유관계를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살았다. 하지만 그런 일반적 상황에서 토지는 예외적 존재였다. 심지어 중세시대 말까지도 토지와 그 산물은 권력에 의해 지배되었고, 거래의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용권을 일부 인정받기도 하였지만, 처분권은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토지가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으면서 소유하거나 팔 수 있는 자원으로 인정받은 것은 근대의 일이다. 근대 문명은 그런 토지의 소유와 처분의 권리를 통해 성장했다.


토지는 언제, 그리고 왜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되었을까? 이는 그 사회의 근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토지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 요인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토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경제적 압박이 발생한다. 천연 상태로 제한된 토지를 방치하거나 마구 사용해서 고갈되도록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생산물을 늘릴 방법을 찾도록 하는 제도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모든 재화가 그렇듯이, 토지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공동의 소유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용하고 소유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그 토지 자원의 활용이 극대화될 수 있다. 공동소유는 항상 무임승차 현상을 초래한다. 토지도 예외가 아니라서, 모두가 사용하게 되면, 남용되거나 방치되어 토지의 생산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2


토지에 대한 '소유 관념의 확산’은 급격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온다. 중세 유럽의 농촌에서는 개인의 토지 소유 관념이 약했다. 농지 대부분은 장원이나 마을의 공유지로, 주민들은 관습에 따라 그 땅을 공유하며 경작·목축을 했다. 그런데 중세 후기부터 농업구조 변화가 일어나면서 공유지에 울타리를 만들어 소유지를 구분하는 '인클로저’ 현상이 일어났다. 공유물로서 봉건 관계의 매체로 기능하던 토지에 소유권이 요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 인프라가 형성되고 영세민들이 노동 인력으로 흡수되면서 산업혁명의 기반이 구축되었다. 이처럼 사유화는 생산성이 높은 사람이 목초지나 농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과정이다.3 '울타리 치기’로부터 파생된 토지의 본질적 권리가 사회 변혁의 성장동력이 된 셈이다.


현대사회로 이행한 사회에서 토지는 당연히 사유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도 일본강점기 이후 사유 토지제가 정착되었으며, 사람들은 토지를 통해 생산을 늘리고 자신의 삶의 풍요를 가능케 했다.



II. 토지에 부여된 본질적 권리


부동산을 개인의 소유로 인정하는 현대 문명사회에서 다시 토지를 전근대적 사회에서처럼 공공의 것으로 삼자는 주장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주장이 정책과 법률 그리고 세금에 반영되고 있다. 토지는 공공성이 있다는 말을 앞세워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늘었다. 그 과정에서 토지 공개념을 주장하는 이들은 본질적 권리를 묵살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을 드러내고 있다.


재산소득에 대한 오해와 대립이 늘어나 이러한 본질적 권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소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지금의 문명을 있게 한 자본주의 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순리를 벗어난 부동산 규제 정책은 '토지 공개념’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지만, 우리 삶의 원리를 벗어나 사람들을 곤궁하게 만든다.


본고는 토지 공개념에서 비롯된 사유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개별 주체가 갖는 본질적 권리인 사유재산권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부동산 정책과 세제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1. 사유재산권: 세 가지 권리


사유재산이란 그 재산권을 가진 자가 그 재산에 대해서 배타적으로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4 이때 배타적 권리란 말 그대로 해당 재화에 대해 직접적인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이다. 다시 말해 사유재산제하에서 남의 것을 사용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사유재산제는 결국 자발적 거래의 기반이 된다. 주인의 허락을 받아 필요한 것을 구하는 상호행위가 누적되면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소유권을 바탕으로 하는 재산권이 우리 사회의 본질적 권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유재산권은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 등으로 세분된다. 먼저 배타적 사용권은 사유재산권자 자신만 그 재산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사유재산권자가 아닌 사람은 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그 재산을 이용할 수 있다. 배타적 수익권은 타인의 사용을 허락하는 대신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처분권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 세 가지 권리가 인정될 때 사유재산권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사유재산권이 필요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 재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재화가 사유화되면 재산권자는 이를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개념은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사용하려는 인센티브가 작용하면 공유지는 황폐화되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유재산권의 보장은 바로 이러한 시장 논리에 기인한다. 필요한 재화의 자발적 거래와 효율적 사용을 유인할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사유재산을 통해 적재적소의 효율적 생산을 촉진해 희소성을 줄일 수 있다.


2. 토지 사유의 정당성

 

헨리 조지와 그를 추종하는 이른바 '조지스트’들은 토지 공개념 추종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토지가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므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관점5을 취한다. 그들은 토지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고 그 '용도도 자연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토지의 용도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토지 자체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인간은 필요에 따라 토지를 가공하며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희소한 자원일수록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즉 토지의 주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용처를 정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토지가 사용된다. 그러나 토지가 민간의 손에서 벗어나 국가의 것으로 귀속되는 순간 토지는 그 기능을 다 할 수 없게 된다. 국가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므로 토지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토지의 공유는 궁극적으로 국유화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토지 사유를 정당케 하는 이유다. 조지스트는 토지가치 환수제 혹은 단일세 등을 통해 토지의 사유재산제를 파괴하지 않고도 토지가치를 전 인류가 공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산권을 보장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공유’이므로 사회주의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가치의 환수는 사유재산제의 포기를 의미한다. 누구도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는 토지는 국가의 관리하에 놓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형식이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한다.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효율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귀하고 필수적인 자원이 토지다. 그러나 공유를 명목으로 기본적 권리가 부정되는 순간, 토지의 막대한 잠재력은 낭비될 수밖에 없다.



III. 토지 공개념, 그 논리적 모순


아쉽게도, 조지스트들을 비롯해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러한 기본적 경제 상식은 물론 근원적 권리를 간과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차원에서 투기를 막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 처분권 등을 제한하거나 수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토지 공개념에 입각한 정책들은 실패로 돌아갔다. 과거 정부가 내놓았던 토지 공개념 3법은 폐기된 바 있으며, 각종 증세, 공급·개발 제한 등은 시장상황을 악화시켜 부작용만을 남겼다.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담론과 함께 지향되고 있는 '공공 주도적’ 부동산 정책이 이슈화된 바 있다. 이 또한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에 기인한다. 헨리 조지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을 통해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경제정의 실현’을 주장했다. 생산이 늘어나면 땅 투기로 인해 지대가 임금보다 더 빨리 상승하고, 격차가 갈수록 커져 빈곤을 심화시킨다6고 본 것이다. 이에 그는 기독교적 영향을 받아 49년의 다음해(희년) 마다 주기적인 토지의 반납과 재임대를 통해 토지로부터 발생한 격차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늘이 준 토지로부터 나온 불로소득을 전액 환수해 공동체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토지 공개념의 골자다.


헨리 조지와 조지스트들은 토지가 하늘이 준 선물이라는 관점을 취한다. 이는 자연이 천부적으로 부여한 자원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므로 사유화할 수 없다는 논리로 비약한다. 부가적으로 이들 관점에서 토지는 필수재이자 부존량이 유한한 희소재이다. 그러므로 토지는 필히 공공재이며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조지스트들은 토지 공개념이란 국유화와는 다른, 사유재산제의 보장을 매개한 국민 전체의 가치 공유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 사유재산과 토지 공개념


토지 공개념의 기저에는 '토지는 공공재이므로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사고가 내포되어 있다. 정부 소유 임대주택 및 공영개발의 확대, 주택환매제 등의 정책은 공공재인 토지·주택의 국가 소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토지는 자연이 준 선물이자 필수소비재라는 논리로부터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러한 주장은 토지가 사유재산이라는 관점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공공의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소유권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의 개발권을 소유권으로부터 분리하겠다는 차원에서 토지 공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만 인정하고 개발권은 국가가 소유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에 의해서만 토지의 용처가 정해지는 환경에서 토지의 주인은 사용권을 부정당한다. 개발제한구역제도(그린벨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개발제한구역제는 사전·사후 보상이나 협의 없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몰수되다시피 이뤄져 비판받은 바 있다.7


토지로부터 얻은 이익을 정부가 환수해야 한다는 관점 역시 토지 공개념에서 출발한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개인의 것이라기보다는 사회가 만든 것이므로 사회가 거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개발이익환수에 대해서는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양도소득세를 통해 이익환수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의 토지초과이득세와 개발부담금제 논의는 명백히 사유재산권의 침해로 귀결된다. 수익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요컨대 토지 공개념은 땅을 가진 이들을 부당한 점거자로 보고 사유재산권을 해체하고 있는 셈이다.


2. 토지는 공공재가 아니다


토지 공개념 기저에 깔린 '토지는 공공재’라는 주장과 달리, 토지는 공공재가 아니다. 공공재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공급이 불가능한 재화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때 공공재는 비배제적·비경합적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즉 한 개인이 공공재의 혜택을 누린다고 해서 타인의 몫이 줄어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은 경제주체라도 해당 재화의 소비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에 따라 공공재는 민간으로부터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롭다.


이러한 공공재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토지는 공공재일 수 없다. 대가 없이 모두에게 개방하는 공공재와 달리, 대가를 지급하는 사람에게만 토지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토지는 공공재와 달리 배제원칙을 갖는 재화이다. 또 주택임대 등을 통해 토지를 공짜로 배분하면 다른 누군가는 해당 토지의 사용 기회를 박탈당한다. 토지의 사용·소비에 있어 경합성 역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토지가 사유재임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부존량이 유한하고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는 근거를 들어 토지가 공공재여야 한다고 하는 주장 역시 타당하지 않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토지는 인간에 의해 유용하게 가공되어 공급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 그대로의 토지는 당연히 한정된 자원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토지는 소유자의 투자·개발을 통해 공급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토지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며, 공급이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8



IV. 토지 공개념과 부동산가격


1. 계층 불평등과 재산소득


토지 소유자를 서민들의 고혈을 빠는 죄인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는 토지 및 부동산 문제 인식에 대한 사회적 굴절을 그대로 드러낸다. 혹자는 '토지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아 토지공급이 제한됐다’며 사적재로서의 토지를 부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재산소득을 부조리로 규정하고 잘못된 통계에 기반해 계층 불평등 심화의 요인은 다름 아닌 주택·토지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와는 유리된 주장에 불과하다.


실제로 토지 공개념론자들이 주장했던 '토지소유집중 개념’은 허상에 불과하다. 이러한 오해는 토지나 주택이 실질적으로 가족 공동의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적 소유자만이 소유한 것으로 간주해 통계를 냈기 때문이다. 땅 1평 이상 소유율이 전 인구의 28.7%에 불과하다는 2005년 정부 통계와 달리, 전체 가구 수를 이용해 계산하면 수치는 79.1%까지 계상된다.9 단순 면적이나 가액에 기반해 택지와는 무관한 1차원적 통계 또한 문제다. 임야·농지의 소유주들은 이러한 통계로 인해 소위 기득권으로 매도됐다.


주택·토지로부터 나온 재산소득을 '공짜로 얻은 불로소득’이라며 일갈하는 세태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대·부동산 소득 등 재산소득은 결코 '놀고먹다 거저먹는 돈’이 아니다. 이는 자발적 거래의 결과이자 위험 감수에 따른 보상이다. 사유재산제에서 개별 주체는 자발적 거래를 통해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며, 위험부담을 안고 수익실현을 위한 판단을 내린다. 따라서 이에 따른 보상을 '죄’로 치부할 수는 없다.

요컨대 사회 불평등의 요인은 토지·부동산 사유에 있지 않다. 토지·주택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은 선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게다가 실질적인 지표·여건을 고려할 때 기득권의 토지 독점이 사회적으로 절대 두드러지지 않는다. 치우치지 않은 시장에서 정당한 수익이 발생하고 있을 뿐이다.


2. 소유 제한과 공급 부족


과도한 가격 거품이라는 인식에서 오는 위화감이 주택·토지에 대한 문제의식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폭등하는 주택가격에 대해 사람들은 대개 재화의 가치에서 한참 벗어난 거품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로부터 가격이 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허가제나 중과세 등 거래규제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된다. 시장이 자정기능을 상실하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사회가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품 방지를 목적으로 현실에서 작동 중인 제도로는 주식거래중지제도, 일명 '서킷브레이커’를 들 수 있다. 이는 토지거래허가제와 유사한 형태의 제도로, 시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해 거래를 막아 거품을 잡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장봉쇄의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주식시장을 다시 열면 일시적으로는 조정이 일어나지만, 결국 이전과 같은 급등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소유를 제한하고 거래를 막는 규제는 의미 없이 시장을 죽이는 것에 불과하다.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결국 공급에 있다. 유휴화되어 낭비되고 있는 토지가 없는지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우리가 집, 학교, 상가, 공장, 철도, 도로용지 등으로 사용하는 면적은 전 국토의 6%에 불과하다.10 땅은 모자라지 않다. 자연생태계 문제 등 보존 가치를 고려하더라도 그린벨트의 62%에 달하는 농지, 임야가 새로이 공급될 수 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제, 농지법, 산림법 등은 토지의 용도를 농경으로 제한하며 사용권을 박탈하고 있다. 국유지 역시 낭비되고 있다. 2020년 제기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논란은 이러한 소산이다.


소유를 제한할수록 공급은 줄어든다. 수요가 없는 시장에 공급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원론적인 경제 상식이다. 규제 철폐를 통해 택지가 공급되고 소유권이 보장되면 자연스레 수요가 발생한다. 이는 생산 여력의 증대로 연결돼 부동산가격 문제에 대한 이상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필수소비재인 토지는 더욱이 자발적 거래를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V. 부동산 세제의 불합리성


현대 사회에서 재산권에 대한 가장 심중한 위협은 다름 아닌 세금이다. 세금이란 권력이 법이라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마음대로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산권은 개인들의 자유와 사회적 번영에 필수적이므로, 과세는 아주 조심스러워야 한다.11 사회의 구성과 유지를 위해 세금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유주의를 따르는 우리 사회에서 세금은 최소한의 필요만큼 징수되어야 하고 과도하게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해치는 과세는 우리의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다. 


정부에 의해 이루어진 수많은 정책실패는 국민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서 벗어난 거래규제정책으로서의 세제는 비단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들을 야기한다. 수요와 공급의 구조를 악화 시켜 가격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비효율을 초래하여 필수재인 토지가 낭비되게 하는 것이다. 세수 증대 대안으로서의 부동산 세제 역시 적절치 못하다. 과중된 부동산세를 두고 '징벌적’이라고 반발이 나올 만큼 현행 부동산 세제는 '내 집 마련’ 자체를 억제하고 있다.


1. 종합부동산세, 세금의 벌금화


밀턴 프리드먼은 토지세를 세상에서 가장 덜 나쁜 세금 제도라고 평가했다. 토지는 이미 존재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과세에 따라 축소되거나 개별 주체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금을 '중립세’라고 부른다. 소득세와 법인세가 각각 근로의욕과 투자 의욕을 감소 시켜 노동 공급 및 생산성이나 일자리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토지세는 과도한 증세로 인해 언제나 사회적 반목의 한가운데에 있다.


종합부동산세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중과세로 인해 중립세로서의 기능을 퇴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세가 토지의 가치와 소유자의 기여분을 몰수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다. 토지 소유자 역시 경제주체로서 효율적인 토지 사용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과세는 이러한 소유자로서의 역할수행 인센티브를 제거해 버린다. 이 지점에서 종부세는 더 이상 중립세가 아니다. 세금이 경제활동을 죄악시한 벌금의 형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법을 비롯한 모든 규칙은 가능한 한 동등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규칙이야말로 온전한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토지 공개념을 전제한 혹독한 과세는 이러한 정당성에서 벗어나 있어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토지나 주택을 많이 보유한 사람일수록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누진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누진세는 단기적으로는 매각을 유도해 값싼 공급 기회를 마련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억제하게 된다. 누진세로 인해 건물과 토지에 대한 보유수요가 감소하면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종부세는 이 밖에도 은퇴자·고령자 등에 대한 소외문제를 안고 있다. 종부세율 인상에 허덕이는 것은 오히려 현금소득이 제한되거나 없는 고령의 1주택자들이었다. 투기를 막고자 한 정책의 취지와는 달리 맹목적으로 주택 보유를 제한하는 제도로 남용된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러한 과세는 조세법률주의에도 어긋나는 벌금에 지나지 않는다.


2. 거래세, 처분권의 침해


토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발적 거래를 통해 비로소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배분될 수 있다. 원활한 거래는 효율적 자원배분의 기초이다. 거래가 잦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이 투명해짐을 의미한다. 종전의 거래가 다른 거래의 벤치마크가 되기 때문이다. 가치에 부합하는 가격이 매겨지는 건전한 시장에서 자원은 필연적으로 공정하게 배분된다.


거래세는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공정한 배분과는 거리가 멀다. 거래가 위축되면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이 재화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는지 알기 어렵다. 또 거래가 위축되면 효율적 배분이 덩달아 위축되면서 낭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정책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종전 1~3%였던 취득세율을 8~12%로 인상하는 법안과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최대 70~80%까지 인상하는 법안이 연달아 통과된 것이다. 1주택자나 실사용자를 염두에 둔 증세라는 점에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막겠다는 의도는 분명하다. 그러나 거래의 위축은 장기적으로 보아 어떤 방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거래세의 과도한 인상은 특히 처분권을 침해한다. 투기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취득세와 양도소득세의 과도한 인상으로 인해 자유로운 거래가 실질적으로 봉쇄되었다. 지나친 인상 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따른다. 아울러 함께 입안된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제 역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편향된 입법으로 인해 임대인의 처분권을 제한하고 있다.


거래세에 한술 더 뜬 주택거래허가제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성격이 짙다. 주택거래허가제란 말 그대로 주택 거래 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 사회의 기본원리인 자유시장경제를 훼손하고 처분권 자체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허가제는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해당 법안은 2003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좌절되었으나 2020년 정치권에서 다시 언급되면서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VI. 글을 마치며

산업화 이후 현대 사회에서 토지는 여전히 중요한 생산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문명사회가 발전하는 데 바탕이 된다. 토지와 부동산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와 세제가 개인과 조직, 나아가 공동체의 생산성을 높일수 있다.

헨리 조지를 앞세운 토지 공개념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도들은 부동산의 합리적 이용을 막고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우리 삶의 질 개선을 방해하는 해악 또한 크다. 부동산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토지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올바른 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길이다.



* 저자 소개 *


최승노

csn@cfe.org

경제학 박사(고려대학교 대학원)

현 자유기업원 원장

현 한국기독교경제학회 회장

현 미래한국 편집위원




1 김승욱, 『제도의 힘』, 프리이코노미스쿨, 2015, p.156~170.

2 유럽의 청교도인들이 미국에 정착하는 시기에 토지 공유가 부른 비극이 발생했다. 최초의 영국인 정착지인 버지니아 컴퍼니의 제임스타운의 사례다. “버지니아 컴퍼니는 공동체적 원칙을 채택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공동상점에 제공하고 필요한 것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했다. 이 정책이 시행된 후 식민지는 기아상태에 빠졌다. 결국, 버지니아 컴퍼니는 이를 포기하고 각 구성원에게 3에이커씩 땅을 나눠주어 가족을 부양하도록 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10배나 증가했다.” 리처드 파이프스 저, 서은경 역, 『소유와 자유』, 자유기업원, 2020, p.126.

3 정기화, “목초지에 담쌓아 사유화…'공유지 비극' 막고 토지 생산성 높여,” 『한국경제』, 2013.11.15.

4 김정호, 『사유재산권과 토지 공개념』, 자유기업원, 2018, p.21.

5 곽태원, 『토지는 공유되어야 하는가? 『진보와 빈곤』에 나타난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 평가』, 한국경제연구원, 2005, p.19~20.

6 송종현, “25번째 대책이라도 성공하려면…‘헨리 조지’부터 놓아줘라,” 『한국경제』, 2021.01.27.

7 국토개발연구원, “그린벨트제도 개선방안”, 『정책연구보고서』, 1998, p. 17~19.

8 김정호, 『사유재산권과 토지 공개념』, 자유기업원, 2018, p.100. 

9 “정부, 땅부자 통계왜곡 왜?,” 『조선일보』, 2005.07.20.

10 김정호, 『사유재산권과 토지 공개념』, 자유기업원, 2018, p.207.

11 복거일, 『이념의 힘』, 나남, 2007,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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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 / 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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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 /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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