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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조 미래대응기금, 국부펀드 전환 등 전면 재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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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경기하강에 대비해 비축하면서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2027년 추가세수 162조3천억원 가운데 45조4천억원을 4대 분야에 투자하고, 104조4천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하며, 12조5천억원은 국채 신규발행 축소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162조원이라는 규모보다 서로 성격이 다른 기능을 하나의 대형 기금에 담았다는 데 있다. 재정안정화와 복지성 지출, 지방·교육재정, 산업투자는 목적과 운용원리가 각각 다르다. 새로운 재정통로를 만드는 것보다 기능에 맞는 기존 제도와 투자수단을 다시 배치하는 작업이 먼저다.


우선 총괄계정은 목적사업의 재원배분 창구보다 규칙 기반 재정안정화 장치로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 추가세수 산정방식과 적립·인출 요건, 목표잔액, 복원의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국채 상환과 기금 적립의 우선순위도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특히 산업계가 주목할 부분은 성장동력계정이다. AI·반도체·첨단기술은 초기 투자규모와 위험이 크지만 성공하면 기업가치 상승과 투자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 분야다. 이런 영역까지 보조·출연 중심으로 지원하면 재정은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투자성과를 충분히 환류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장동력계정 가운데 회수 가능한 투자사업은 별도의 전략형 국부펀드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출자·펀드투자·융자 등을 중심으로 투자→회수→재투자의 순환구조를 만들고 민간자본과 공동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재정을 일회성 지원금이 아니라 미래산업을 위한 장기 자본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다.


아일랜드 ISIF, 싱가포르 Temasek, 노르웨이 GPFG는 목적과 운용방식은 다르지만 전문운용과 시장규율, 정보공개라는 공통된 시사점을 준다. 한국형 전략형 국부펀드도 정부가 개별 기업과 기술을 직접 선정하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전문운용체계와 명확한 위험한도·성과기준을 두어 투자판단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지방계정은 별도 신설보다 기존 지역 목적재정을 통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이미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각종 국고보조사업이 유사한 지역산업·정주·인구감소 사업을 지원하고 있어 새 계정까지 더해지면 공모·평가·정산과 성과관리의 중복이 커질 수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기능을 균특회계 내 '지방소멸대응계정’으로 흡수하고, 일반재원은 지방교부세, 목적재원은 균특회계로 역할을 분명히 하는 편이 낫다.


교육·인재계정도 새로운 계정을 추가하기보다 기존 교육재정체계에서 기능별로 수행하는 편이 명확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영유아 관련 재정통로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 계정을 만들면 같은 교육·인재사업을 여러 회계가 지원하고 책임주체도 흐려질 수 있다. 초·중등, 대학·평생교육, 영유아, 국가전략 인재양성을 기존 회계별 역할에 맞게 배치해 국회 예산심의와 성과평가가 직접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청년계정 역시 기존 일자리·주거·자산형성·출산지원 사업과의 중복을 먼저 줄여야 한다. 특히 현금·바우처 등 반복지출 성격의 사업을 일시적인 추가세수에 기대어 확대하면 향후 일반회계의 상시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별도 계정의 외연을 넓히기보다 노동시장 진입과 직업역량, 창업·주거 이동성 등 자립기반을 높이는 한시적 투자에 집중하고 일몰과 성과기준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미래대응이라는 이름이 장기적인 재정책임을 자동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호황기에 확보한 재원이 단기적인 사업 확대에 흩어지지 않도록 경기변동에도 유지될 수 있는 규칙과 투자원칙, 기존 제도를 정비하는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기금보다 시간이 지나도 일관되게 작동하는 재정운용의 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