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되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 투기 목적의 주택에는 보유세 부담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주택 보유를 억제해 수요를 ‘똘똘한 한 채’로 몰아놓고, 이제는 그 한 채의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다시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집값 불안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취지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 해법이 주택 보유자의 목적을 가려 세금을 달리 매기는 것이어야 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준이 많아진다고 정책이 더 공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제도상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실거주 요건을 맞추려 주소를 옮기거나 세 부담을 줄이려 명의를 나누고 증여를 앞당길 수 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여러 채 보유 보다 입지와 자산가치가 높은 한 채에 수요를 집중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나타났다. 정책이 고가 1주택 선호를 부추겨놓고 이제는 집값이 높다는 이유로 다시 규제한다면, 정책이 만든 왜곡을 또 다른 규제로 덮는 셈이다.
가격만으로 초고가 주택을 정하기도 어렵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시장이 다르고, 같은 지역에서도 주택의 크기와 입지에 따라 달라진다. 소유자의 소득과 보유 기간 역시 제각각이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주변 집값이 올라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한 집에서 오래 살아온 은퇴자에게 집값 상승은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소득이 아니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매물이 반드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양도세를 비롯한 거래 단계의 부담이 크고 대출 규제까지 겹쳐 있다면 집을 파는 결정은 더 어려워진다. 계속 보유하거나 자녀 증여 쪽을 택할 수도 있다. 거래비용이 높아질수록 매매는 줄고, 직장이나 가족 사정에 따라 집을 옮기려는 사람들의 선택도 제한된다.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하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주택 수와 가격, 지역, 거주 기간에 따라 세율과 대출 조건을 달리했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외 규정을 덧붙였다. 제도는 갈수록 복잡해졌지만 시장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시장이 정책 발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복잡한 구분은 정책의 초점도 흐린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누가 실수요자이고 누가 투기자인지를 가리는 데 힘을 쏟다 보면, 원하는 지역에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지는 뒷전으로 밀린다. 수요가 집중되는 곳의 재건축과 재개발이 늦어지고 민간 공급이 각종 인허가와 규제에 막힌다면, 세금과 대출 기준을 아무리 세분화해도 주택의 희소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세제는 단순하고 일관되게 운영돼야 한다. 주택 수나 추정된 보유 목적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면 사람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세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하고, 거래를 가로막는 세금과 규제를 합리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민간이 수요에 맞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과 인허가 절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면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누가 실수요자인지 정부가 일일이 판별하기보다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이 자신의 형편과 필요에 따라 집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개인의 선택을 왜곡하지 않는 일관된 원칙 위에서 운영돼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