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을 늘리려면 기업이 사람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들겠다고 해서 그냥 생기지 않는다. 기업이 부담을 감당할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채용이 늘어난다. 청년 일자리의 출발점은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여력’이다.
최근 노동시장은 이미 심각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로 분류되는 상용직에서 60세 이상 근로자가 청년층을 앞섰다.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청년이 들어갈 안정적 일자리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청년 고용은 한 세대의 출발선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청년이 제 때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첫 일자리에서 숙련을 쌓고, 소득과 경력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이 늦어지면 개인의 생애 경로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결혼과 주거, 출산도 함께 미뤄진다. 결국, 청년 고용은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미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일률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일반적으로는, 정년을 늘리면 고령층 일자리가 보호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늘어나면 새 사람을 뽑기 어려워진다. 결국 신규채용은 줄고, 노동시장에 처음 들어가려는 청년이 가장 먼저 밀려난다.
청년 채용을 가로막는 구조도 함께 봐야 한다.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직무’와 '성과’보다 '나이’와 '근속’이 임금을 결정하는 현 구조에서 정년만 늘린다면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추진하는 정년 연장은 청년 채용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
청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시장에 들어갈 '자리’다. 고령층의 계속근로가 필요하더라도 그 방식이 신규 채용의 문을 닫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 인력을 무조건 더 오래 유지하는 방식은 기업의 인력 순환을 막고, 청년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줄일 수 있다. 정년 연장은 청년의 진입공간을 함께 고려할 때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계속고용 제도도 청년 채용과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정년 이후 재고용, 시간제 근로, 직무 중심 임금체계, 성과에 따른 보상은 단순히 고령층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기업의 부담을 조정해 신규채용 여력을 남기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 역시 고령층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서도 청년에게 새로 들어갈 자리를 남기는 방식이어야 한다.
청년 고용을 늘리려 한다면, 기업의 발목을 '규제’로 묶어서는 안 된다. 신규 채용을 어렵게 만드는 노동 규제부터 과감히 풀어야 한다. 호봉제처럼 임금과 고용을 경직시키는 구조도 당연히 바꿔야 한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뽑고, 직무와 성과에 따라 보상하며, 변화에 맞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야 청년에게 기회가 열린다.
'청년 고용’의 해법은 분명하다. 청년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성장하고 투자해야 새 일자리가 생기고, 인력 시장이 유연해야 청년에게 기회가 열린다. 기존 고용을 보호하는 데만 매달리면 청년이 일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 청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보호’라는 이름의 구호가 아니라 '일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