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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는 손실 떠안고, 노조는 이익만 나누자는 것인가

글쓴이
고광용 2026-04-28 , 브릿지경제

◆ 성과급 45조 요구… 삼성의 미래를 담보 잡는 일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총파업 예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기업 성과에 대한 보상 요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단순한 임금협상이나 노사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 파업의 정당성, 주주의 재산권,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 나아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까지 걸린 문제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임직원의 성과 기여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성과급은 임금처럼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고정적 권리가 아니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은 기업의 경영성과, 시장 상황, 자본 비용, 투자 판단, 주주 부담, 미래 위험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런 점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라는 요구는 일반적인 임금 인상 요구와 성격이 다르다.


이는 근로조건 개선의 문제를 넘어 기업 이익의 배분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요구에 가깝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권리가 기업의 핵심 생산시설을 멈추고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방식으로 행사될 때에는 정당성에 대한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성과급의 법적 성격이 순수한 임금이라기보다 경영성과의 사후적 배분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이유로 반도체 공장 파업까지 예고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주주의 재산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주주는 기업에 자본을 투자하고, 경영 실패나 시장 악화에 따른 손실을 직접 부담한다. 회사가 적자를 내거나 주가가 하락하면 주주는 재산상 손실을 입는다. 반면 근로자는 회사 실적이 나빠도 약정된 임금과 고용 보호를 받는다. 이익이 많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임직원에게 우선 배분해야 한다면 손실이 날 경우 임금을 반납해야 하는데 그것은 노조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수백만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대표적인 국민주다. 이들에게 삼성전자의 이익은 단순한 회계상 숫자가 아니라 노후자금, 가계자산, 장기투자의 기반이다. 과도한 성과급 지급은 배당 여력을 줄이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며,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 기업 이익은 임직원 보상뿐 아니라 주주 환원, 연구개발, 설비투자, 부채 관리, 위기 대응, 협력 생태계 유지에 균형 있게 배분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투자다. 반도체 산업은 한 해의 이익으로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막대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지속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자 기술산업이다. 지금의 이익을 과도하게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당장은 구성원들에게 큰 보상이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미래 기술 경쟁, 공정 전환, 설비 확충, 인재 확보에 투입될 자원은 줄어든다. 반도체 산업은 한 번 경쟁에서 뒤처지면 회복이 어렵다. 고객사의 신뢰를 잃고 기술 격차가 벌어지면 그 피해는 장기간 이어진다.


성과급은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할 때 지속될 수 있다. 기업의 투자 여력을 훼손하는 성과급 요구는 결국 노동자의 미래 일자리와 임금 기반까지 약화시킨다. 현재 세대가 지금의 이익을 과도하게 나눠 갖는 방식은 미래 세대의 기회를 빼앗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기업은 분배 기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혁신해야 하는 생산 조직이다.


파업 방식 역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파업 불참 직원을 압박하거나, 기업인의 사적 공간을 투쟁의 무대로 삼는 방식은 정당한 노사협상의 범위를 벗어난다. 노동권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동료의 선택권과 주주의 재산권,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반도체 생산 차질을 협상력의 근거처럼 내세우는 태도는 책임 있는 경제 주체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논란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과급 요구가 기업의 미래를 인질로 삼는 순간, 그 피해는 결국 노동자와 주주, 협력업체, 국민경제 전체로 돌아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현재의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넘어,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