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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재정 없는 포퓰리즘 공약...가장 비싼 공짜일 뿐

글쓴이
최현조 2026-04-02 , 시장경제신문

중앙정부에 종속된 조세구조, 세율 결정권이 해답 / 재정 없는 포퓰리즘 공약은 가장 비싼 공짜일 뿐 / '자립도 6%의 경고’ 퍼주기 경쟁 넘어 '자생’ 설계해야


다가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열린다. 3개월 정도 남은 지금 건물 여기저기 후보자들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방 정부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앞다투어 지갑을 열고 있다. 선거는 아직 몇 달이 남았지만, 유권자의 통장을 겨냥한 공약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 1월 정읍시는 지역에서 사용가능한 1인당 30만원의 선불카드를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대구 군위군도 1인당 54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였다. 보은군 또한 총 2차에 거친 1인당 60만원의 민생안정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전남 보성, 충북 옥천, 전남 순천 등도 현금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의 원천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민선 7기와 민선 8기를 비교했을 때 광역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선거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확보율은 22.07%p(민선 7기 50.29%, 민선 8기 28.22%), 시군구청장의 재정확보율도 10.83%p 감소하였다. 광역시도지사와 교육감의 경우, 재정확보율 10% 미만 공약은 17.68%이었다.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약을 내놓았으니 공약완료·이행률은 3년차 기준 민선 7기 61.96%에서 민선 8기 51.62%로 10.34%p 하락했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기조전환을 예고하였음에도 단체장들이 국비 의존도를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공약을 무분별하게 내세우면서 재정 설계 규모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점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는 예산 확보 대책 없이 공약을 남발한 결과로 정책 선거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결국 공약 이행률 저하는 단체장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세입을 설계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한국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5대 25로, 구조적으로 지방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없게 설계 되어 있다. 그 결과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1년 50% 아래로 떨어진 뒤 2025년 48.6%까지 내려왔다. 이는 지방의 자주 재원은 줄고 중앙정부로부터의 이전재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수치조차 수도권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다. 기초자치단체만 따로 보면 평균 27.2%로 떨어지고 군 단위로 내려가면 평균 17.2%에 불과하다. 경북 영양군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6.1%로, 예산의 94%를 중앙에 의존한다.


진정한 재정 분권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결정권의 소재에 있다. 아무리 지방에 재원을 이전해도 세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면 지자체는 중앙의 집행기관에 머물 뿐이다. 한국 재정구조의 경우 세출은 지방이 담당하지만 세입은 중앙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그 간극은 지방교부세와 국가보조금 같은 이전재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스스로 걷는 돈보다 받아쓰는 돈이 더 많은 구조에서 지방정부의 정책 유인은 주민이 아니라 중앙을 향할 수밖에 없다.


연방국가인 독일(53.7%), 미국(41.6%) 등은 지방세 비중이 40% 이상인 데 반해 우리나라와 유사한 단일국가인 스웨덴(44.5%)과 일본(37.5%) 또한 40% 전후의 높은 지방세 비중을 유지하며, 선진국 반열의 주요 국가들이 높은 지방분권 수준을 보이고 있다. 높은 지방세 비중과 지방분권의 요체는 세금을 걷는 주체와 그 돈을 쓰는 주체가 일치하는 책임과 권한이 같은 곳에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중앙에 세목 신설 및 세율조정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 지방정부는 과세 주체가 아니라 징수 대리인에 가까운 현실이다.


75대 25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재조정하고 지방소득세 세율 결정권을 지자체에 넘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율을 올리거나 내릴 권한이 생기는 순간 지방정부는 중앙의 지침이 아닌 지역 주민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세율을 설계할 동기와 책임을 동시에 갖게 된다. 진정한 재정분권은 그때 비로소 시작된다.


재정분권과 함께 진짜 과제는 경제분권이다. 각 지역이 스스로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지역특성에 맞는 규제 완화, 산업 육성, 투자유치 전략을 지자체가 직접 기획하고 책임지는 역량을 갖출 때 지역기업과 주민이 함께 자생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결국 그 시작은 유권자에 달렸다. 우리는 학교에서 햄버거를 사주겠다는 후보를 뽑지 말라고 배웠다. 재정 없는 공약은 허구이고 책임 없는 재정은 낭비다. '얼마를 주겠다'는 포퓰리즘 공약에 표를 던지는 순간 우리는 가장 비싼 공짜를 선택하는 것이다.



최현조 자유기업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