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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서적의 부도…도서정가제를 다시 생각하다

자유경제원 / 2017-01-29 / 조회: 7,728       미디어펜
약자들을 위한 정책이 정말 약자들을 위한 것일까?
 
1998년 설립 후 지금까지 2000여 개의 출판사들과 거래하고 있는 출판업계 큰손인 송인서적이 지난 2일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출판업계는 송인서적이 발행한 전체 어음 규모가 2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단순히 부도 자체가 문제이기 보다는 그에 따른 연쇄적 파장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송인서적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 출판사들이 송인서적에 공급한 서적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송인서적과 거래하던 중소 출판사와 서점들도 줄줄이 폐업 위기를 맞으면서 출판 노동자 대량 해고가 현실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를 다시 생각하다
 
최근 송인서적의 부도로 일명 ‘책통법’이라 불리는 도서정가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도서정가제는 책값 인하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책의 소매가격을 일정 비율 이상 할인하지 못하게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즉 문화상품 보호를 위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2003년 2월부터 시행되었다.
 
높은 할인율을 내세워 중소형 서점과 출판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형 출판 유통사의 횡포를 막는다는 취지로 시작된 도서정가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 서민들은 환호했다. 이 제도가 골목 서점 상인들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한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고 했던가. 도서정가제가 2014년 본격 시행되면서 본 취지와 다른 부작용들이 생겨났다. 책값이 급증했고 높은 책값에 소비자들은 서점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또한 도서정가제 이후 판매되지 않은 도서의 재고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자금이 재고도서에 묶여 재정이 악화됐다.

도서정가제가 개정되기 전까지 학교와 공공기관의 도서 공급업체 선정 방식은 최저가 낙찰 방식이었다. 하지만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추첨 방식으로 바뀌었다. 서점은 등록제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서점으로 등록을 하면 입찰에 참여할 수가 있다. 그러자 추첨에 참여하고자 이름만 서점으로 등록한 ‘페이퍼 컴퍼니 (유령서점)’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들은 입찰에 참여해 도매상에서 책을 사들인 후, 도서관에 납품하고는 납품 대금만 빼돌렸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도매상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자유로운 경쟁에 대한 비생산적인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과 권리를 무시하며 시장을 왜곡한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마냥 평화로울 것 같지만 현실은 실력보다는 권력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뇌물과 암시장이 만연하게 된다.

  
▲ 국내 최대 전자책 서점인 리디북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사진=교보문고 제공


시대 흐름 빨리 파악해야
 
“지금의 구조에서는 도매상이 살 수 없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말이다. 물론 독서 인구 감소가 1차적인 원인이지만, 유통 환경의 변화에 따른 피해도 크다. 예스24, 교보문고 등 인터넷 서점이 활성화되면서 도매상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온라인 서점과 함께 특정 단말기나 태블릿 PC, 스마트폰 전자책 시장 규모도 크게 늘었다. 국내 대표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는 누적 책 다운로드 1억 2000만권, 하루 최대 결제액 8억 7000만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전자책 서점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5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요즘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사회에 결여된 것은 기업가정신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혁신 없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기술과 유행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제는 영세업자들도 현 상태에 안주할 게 아니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공부하고 노력해야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정부의 보조금으로 연명할 수 없다. 배가 아파 우는 아이에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울음을 멈추기 위해 입에 사탕을 물리는 꼴이다. 하루에 수백 권의 책이 출판되는 요즘 시대에 한정된 종류의 책만 취급하는 동네 서점은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네 서점은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고정 정책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으로 유통을 현대화하는 등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골목 책방을 보호하는 것만이 답일까
 
중소기업과 대칭되는 개념이 있다면 대기업일 것이다. 평소 반대개념으로 인지하고 있다 보니 우리에게 쉽게 단순하게 꽂힌다. 중소기업은 약자, 대기업은 강자. 중소기업은 우리가 도와줘야 할 기업, 대기업은 우리가 끌어내려야 할 기업. 이러한 개념에 대해 단순하게 인지하고 있는 만큼, 더 단순하게 이 문제를 접근해보자.
 
우선 대형 서점이 골목 서점이 먹여 살리는 사람들의 수를 압도한다. 대형 출판사, 대형 서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서적들은 대형 출판사에서 생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생산하느냐. 바로 '우리가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생산한 것이다. 각 대형 출판사 별로 납품 계약을 맺은 소매업자들의 수만 따져도 골목 서점들보다 훨씬 많다. 더 편리하고 쾌적하고 저렴한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이 소비자에게 이익만을 가져다 주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송인서적 부도처럼 불필요한 규제로 대형 출판사가 부도가 나게 되면, 직원들의 노동시간과 일자리가 강제적으로 줄어들거나 없어지기 때문에 또 다른 형태의 혼란과 실업을 유발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규제천국이다. ‘단통법’, ‘맥통법’, ‘책통법’ 등의 규제는 경제에 활력을 떨어뜨린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지 못했듯, 경쟁력 없는 중소서점들은 도서정가제 하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은 ‘경쟁’이지 ‘경쟁자’가 아니다.
 
서양에서는 필요한 지식의 차단으로 신분제를 공고히 하고, 사람들의 우민화를 촉진시켰다. 교육을 억압하지 않으면 나라를 통제하고 다스리기 어려울 정도의 무질서와 혼란이 야기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분제가 없어지고 누구나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근래에 우리는 책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는다. 비교적 독서 인구가 적고 도서관 수가 모자란 대한민국에서 송인서적의 부도는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제는 법이 보호하는 시장 안에서 자유로운 교환과 계약을 통할 때만 성장한다.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그런 공간을 마련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약자들을 위한 정책이 정말 약자들을 위한 것인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희망 영국 브리스틀대 경제학과

  
▲ 예스24, 교보문고 등 인터넷 서점이 활성화되면서 도매상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사진=미디어펜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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