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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기적은 정경유착 아닌 정경협력

자유경제원 / 2017-02-08 / 조회: 8,109       미디어펜
오남용 되고 있는 ‘정경유착’이라는 용어

많은 사람들이 ‘정경유착’이라는 말을 들으면, 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린다. 적절한 연상이다. ‘내부자들’은 기업(미래자동차)과 정치인(장필우)이 불법정치자금을 고리로 부패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중에서 미래자동차는 유력 정치인인 장필우에 대한 스폰서 행위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즉,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대신 돈으로 정부의 특혜를 구입하려 한 셈이다. 이러한 반시장적 행태야말로 문제가 되는 ‘정경유착’이다.

하지만 정치와 기업이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서 모두 ‘정경유착’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부자들’에서처럼 양자의 관계가 부정부패로 얼룩져, 법치를 훼손하고 시장을 왜곡시킬 때 문제가 될 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를 오남용하고 있다. 정경이 지극히 정상적인 스킨십을 하고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멋진 팀워크를 보일 때마저도 ‘정경유착’이라는 색안경으로 그 의도를 의심하고 성과를 평가절하한다.
 
한국은 ‘정경협력’을 통해 성장했다

흔히 박정희 정부 시절에 이루어낸 경제성장을 ‘정경유착’의 결과물이라 부른다. 삼성과 현대 등은 정부와의 부정한 관계를 통해 전폭적인 비호와 특혜를 받고 컸을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기업 간의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생산적이고 타락한 ‘정경유착’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부와 기업이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정경협력’을 했다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이 눈부신 성장을 했던 사실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부패한 ‘정경유착’을 통해서는 절대 국가가 성장하지 못한다.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수많은 가난한 나라들이야말로 ‘정경유착’이 일상화되어 있으며, 따라서 번영은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대신 정경이 ‘협력’ 했을 때 그 국가는 성장한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주식회사의 사장단’이라 불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기업들과 협력했다. 그 결과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정경이 부패하고 타락한 관계에 있지는 않았더라도, 정부가 특히 수출대기업들에 많은 특혜를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특혜’가 아니라 ‘인센티브’를 적재적소에 부여한 것이었다. 가령 펠프스가 총 23개의 금메달을 땄다는 결과만 보고, 올림픽위원회에서 펠프스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말할 수 없다.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을 자격이 없는 A에게 연고주의나 부정청탁을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특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거 경제성장 과정에서 자질이 없는 기업들에게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는 그러한 ‘특혜’의 사례는 없었다.

  
▲ 현재까지 우리는 정경유착이라는 잘못된 단어로 거의 모든 정경간의 협력과 관계를 폄하하고 부정해왔다. 그 결과 많은 비용과 대가를 치렀다./사진=(좌)미디어펜,(우)연합뉴스


잘못된 용어 사용의 대가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성장을 ‘정경유착’이라고 부른다. 잘못된 용어 사용은 잘못된 인식을 만들고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진다. 먼저 과거의 경제성장은 관 주도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오해가 발생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정부가 깊숙이 경제에 개입하고 또 그것을 정당화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또한 현재 대기업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성장했으므로, 현재 정부가 그들의 재산권과 경영권 등에 일종의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오해도 생긴다. 이는 올림픽, 창조경제, 미소금융 등 정부주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반강제적으로 기업들로 하여금 부담토록 하는 준조세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오해들은 결국 정부의 규제권한 강화로 귀결된다. 하지만 규제강화는 시장경제를 왜곡시킬뿐더러 오히려 ‘정경유착’을 부추길 수도 있다. 현재 우리는 일부 발생하는 ‘정경유착’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결과로서 드러난 ‘정경유착’ 행위 처벌에만 몰두하고 있다. 형법상 뇌물죄, 배임죄 등을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기업인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민간의 활력을 위축시킬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기업이 공무원들에게 밥과 술을 사고, 선물을 주는 이유는 바로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규제 권한 때문이다. 그리고 부정한 청탁이라는 것도 대개 어떤 특혜를 바라는 것 보다는, 예방적 청탁이 많다. 신장섭 교수에 의하면 정부가 기업을 잘 되게 만드는 데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런데 기업을 못 되거나 망하게 하는 것은 쉽다. 자연스레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틀어쥔 정부에게 청탁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경유착’을 없애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권한을 없애는 것이다. 해외의 사례도 이를 입증한다. 2016년 프레이저연구소가 발표한 경제자유지수1)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부패지수가 낮은 국가이다.

앞으로도 정경협력은 필요하다

공무원은 본질적으로 업무처리 과정에서 본인에게 처해질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한다. 또한 그들은 민간에 비해 매 순간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의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러한 경직성과 둔감성에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민간과 자주 스킨십을 가지면서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가고 경제성장이 불필요한 규제에 의해 막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즉, 정경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특히 국내 법체계는 ‘금지 조항’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허용 조항’을 나열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서 법에 근거가 없으면 불법이다. 창조적 행위는 해당 법규가 없고, 해당 부처가 없다. 그래서 모든 신산업이 불법이다.”라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말에서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버’와 같은 창조적 공유경제 시스템은 국내에서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일단 금지되고 만다. 수소연료전기차, 전기자전거 등 미래 수익성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신산업들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의 기제는 창의와 혁신이다. 그리고 신속성이다. 경직된 정부를 가지고 있는 국내에서 4차 산업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자주 기업인들과 공무원들이 만나야 한다. 하지만 정경의 관계를 설명하는 단어가 ‘정경유착’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그러한 활발한 스킨십이 일어날 수가 없다. 언론은 대통령과 기업총수의 만남을 보고 부당거래가 있었을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실무 공무원들이 괜히 부정한 낙인이 찍히기 싫어 민간과의 접촉을 꺼린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현재 한국에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넘쳐나고 점점 미래 경제는 불투명해진다.

  
▲ 흔히들 박정희 정부 시절에 이루어낸 경제성장을 '정경유착'의 결과물이라 부른다. 삼성과 현대 등은 정부와의 부정한 관계를 통해 전폭적인 비호와 특혜를 받고 컸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에서 한때 ‘군대식 일처리’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무반에서 과자를 나눠먹던 중 선임과 후임간의 다툼이 발생한 상황이다. 일반인이라면 왜 싸웠는지 전후를 파악하고 사이좋게 지내게끔 격려하고 위로를 해 줄 것이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내무반에서 아예 과자를 못 먹게 해버린다.

누가 보더라도 비합리적인 해결책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 없다. 현재까지 우리는 ‘정경유착’이라는 잘못된 단어로 거의 모든 정경간의 협력과 관계를 폄하하고 부정해왔다. 그 결과 전술한 많은 비용과 대가를 치렀다. 지금부터라도 ‘정경협력’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해 ‘유착’과 ‘협력’을 구분하고, 올바른 ‘정경협력’을 이루어나가는 데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인혁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1) 프레이저연구소는 1970년부터 159개국을 대상으로 정부 규모, 법률 체제, 재산권 보호, 통화 건전성, 무역 자유, 시장규제 부문에 대해 점수를 매겨 순위를 가린다.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7일 주최한 ‘생각의 틀 깨기’ 청년편 제1차 『정경유착이냐 정경협력이냐:대한민국 경제성장은 정경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세미나에서 이인혁 청년이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이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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