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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 윽박지르지 말고 자율성 높여야 일자리·제조업 위기 극복"

자유기업원 / 2018-08-20 / 조회: 8,064       이데일리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제조업, 고용유발효과 커..서비스업이 대체한다는 생각 위험"

근로시간단축·최저인금 인상 조급했다..내수 경제에 충격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로 한국 제조업이 샌드위치 신세다.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 환경은 갈수록 혹독해지고있다. 


이데일리는 자유기업원 초대 원장을 지낸 공병호 공병호연구소장(58)을 만나 한국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공병호 소장은 서비스업과는 다른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체 한 곳이 문을 닫으면 관련 생태계까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라며 “제조업 망하면 서비스업 하면 된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공병호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데, 한국은 나홀로 경기 하강 국면이다. 요즘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 경제는 장기적인 불황에 빠졌다. 이미 5~6년이 된 문제다. 2012년부터 경기 하강이 시작됐는데, 그 때 근본적인 처방을 하지 않았다. 정책 입안자들이 현실을 직시했어야하는데 부담이 많이 따르니까 (건설경기 부양 같은) 쉬운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그나마 제조업이 한국 경제를 떠받들고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순이익을 100원도 내지 못한 기업이 26만곳이 넘는다. 전체 법인세 신고 건수의 4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를 빼면 이게 한국 제조업의 현실이다. 해운, 조선도 경쟁력을 잃었고, 자동차도 이제는 어렵다. LCD(액정표시장치)도 가고, 반도체 하나만 겨우 달랑 남아서 나라 전체가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 신세다. 수출, 투자가 늘었다는 경제 지표는 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착시효과다. 특히 새로운 산업을 이끄는 회사가 한국에서 전혀 안 나오고 있지 않나. 자율주행차, 드론 같은 4차 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따라가기만 하지, 선도하는 회사가 없다. 이게 제조업의 큰 위기라는 증거다. 


-제조업은 왜 중요한가.


△제조업체가 문을 닫는 것과, 서비스업체가 문을 닫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제조업이 사라지면 그것과 연결되는 수많은 1차, 2차, 3차 협력사가 다 문을 닫게 된다. 관련 생태계 하나가 통째로 없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이 고용 유발 효과가 크다.


그래서 정책 입안자가 ‘제조업 망하면 서비스업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한국 사람들은 예전부터 없는 개념을 만들어내거나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 보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는 것을 더 잘했다. 지난 50년동안 잘 해온 제조업을 계속 키우면 되는데, 서비스업 하면 된다는 건 우리 경제를 망하게 놔두겠다는 소리다. 


-최근 이슈가 되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어지리라고 보는가. 


△인위적으로 임금을 올리면 인상분이 물가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정책에는 검증된 이론을 써야한다. 그래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경제학계에서 검증된 이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고, 그 부작용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생산이 늘어나야 소득이 증대되고, 국가가 성장한다. 사회적으로 논의가 없었던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논의나 준비할 시간도 없이 너무 갑작스레 결정됐다. 경제 정책은 섬세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경제에 충격을 준 것이다. 한쪽을 윽박지르면 다른 한쪽은 터지게 돼 있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나.


△그렇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모두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의 형편이 어떤지부터 봤어야 한다. 지금 한국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떤가.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만큼 생산성이 나지 않는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생각, 핸드폰 사용과 같은 업무 태도 같은 것도 바뀌면서 근로시간 단축도 이뤄져야하는데 정책부터 시행해버렸다. 선진국 글로벌 회사 직원들은 더 죽도록 일한다. 살아남지 못하면 칼같이 잘라버린다. 또 일이라는 게 어떤 사람들은 존재의 이유이자 자아실현의 도구일 수도 있다. 사회 초년생들은 일을 배우면서 평생을 지탱하는 인프라가 생기는데, 그것조차 막은 정책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부문 고용을 확대한다는 전략인데.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환상이다. 기술발달로 자동화, 전산화가 되니 공공부문 규모도 슬림해지는 게 맞다. 이와 반대로 공공부문이 커지면 그만큼 국민들의 조세, 준조세 부담이 올라간다. 이런 부담을 낮춰야 사업가와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생긴다. 공공부문 확대는 민간 자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안된다. 


-그렇다면 민간 일자리는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한국은 빠르게 성장한 탓에 일자리에 대한 고마움을 잊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민간 자율성을 높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기업은 고정 비용이 발생하는 고용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은 너무나 갑작스레 시행됐다. 경제 주체의 예측 가능성을 낮춘 예다.


-정책 입안자들의 태도를 지적했는데,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기업 역시 지나치게 경직되고 관료화된 것 아닌가 자성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파괴적 혁신에 절박해야 한다. LCD, 조선 등 한국 제조업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들이 다 뒤집어지고 있지 않나. 또 요즘 회사와 직원들은 서로 ‘곧 떠날 사람’, ‘곧 떠날 회사’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인재를 많이 데려와도 절실함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좀더 회사가 처한 현실을 알고,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중국에 맞설 수 있다.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중국에 맞서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중국 제조업은 기술적 변곡점을 통과했다. 이제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선 것이다. 대규모로 투자할 여력도 충분한데다 내수 시장 규모도 크다. 정부까지 지원해주니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한국 기업이 주력 산업에서 중국보다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중국 뿐만 아니라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세상의 큰 흐름은 ‘플렉시블’하게 변하고 있다는 거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유연하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을 최대한 자유롭게 내버려둬야 한다. 


-향후 경제전망은 어떻게 보나.


△역사적으로 경제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을 조사해봤더니, 위기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원인 자체가 사라지지 않아서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시점만 이동해서 다시 발생할 것이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벗어나며 경제구조를 수술한 이후 20년동안 청소를 안했다. 고비용 저효율 체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당장 내년에도 위기는 재발할 것이다.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망해가는 산업은 현재 상태에선 자금을 수혈해도 살리기 어렵다. 귀한 자금을 다른 더 유용한 곳에 써야하지 않겠나. 사양화된 산업에 투입하는 것은 매몰비용으로 끝나버린다. SK하이닉스처럼 위기에 빠진 회사를 인수해서 재건한 사례는 아주 예외적이다. 전의를 상실한 상태에서 보조금에 의지해 살다가 돈이 끊어지면 그 뒤엔 어떡하나. 나랏돈에 의존하는 사람, 산업을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사회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못하면 한국이 점점 가라앉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하고, 좀비기업도 사라져야 한다. 대학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연구소장은


△1960년 경상남도 통영 출생 △부산 혜광고 졸업(1979년)△고려대 경제학 학사(1983년)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 박사(1987년)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1989년)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1990년) △일본 나고야대 경제구조연구센터 객원연구원(1992년) △자유기업원 초대 원장(2000년) △공병호연구소 소장(2001년~)


김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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