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에 집단배상까지 겹치나…집단소송법 두고 "기업 책임 예측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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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09-30 , 공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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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신선미 기자= 피해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고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책임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행정당국의 거액 과징금에 손해배상 책임까지 겹칠 경우 기업의 실제 부담이 당기순이익을 크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액·다수 피해자의 권리구제 수단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논의되는 집단소송제 확대를 놓고 법학·경제·경영 전문가들이 소급적용과 옵트아웃 방식, 기존 제재와의 중첩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30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실과 자유기업원이 개최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쟁점과 대안: 피해자 구제와 법적 안정성의 균형을 모색하다’ 정책세미나에서는 집단소송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경우 필요한 법적 통제장치와 기업의 부담 문제가 논의됐다.
현재 국내 집단소송제는 원칙적으로 증권 분야에 한정돼 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반으로 넓히는 과정에서 제도 도입 취지만큼 적용 범위와 방식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 시행 이전 발생한 행위에 새로운 소송제도를 적용하는 문제와 소송에 별도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판결 효력에 포함시키는 옵트아웃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행사를 주최한 곽규택 의원은 개회사에서 소급적용에 따른 법적 안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곽 의원은 "법 시행 이전의 행위에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소급 입법 금지'와 법적 안정성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말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소송 대응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곽 의원은 "거액의 합의금과 수임료를 노린 '기획 소송'과 '남소(濫訴)'가 남발될 경우, 자체 법무 인력과 보안 인프라가 취약한 절대다수의 중소기업은 막대한 소송 비용과 연쇄 도산의 위험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집단소송 참여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당사자가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별도로 밝히지 않더라도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옵트아웃 구조가 개인의 선택권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본인이 명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소송 결과의 효력을 받게 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충돌할 수 있다"며 "피해자가 직접 참여 의사를 밝히는 옵트인(Opt-in) 방식은 권리 구제와 법적 안정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논의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사례로 행정제재와 민사상 손해배상이 동시에 적용될 때 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SK텔레콤과 쿠팡 사례를 들어 과징금과 집단적 손해배상 책임이 중첩되는 구조를 지적했다.
최 교수는 "SK텔레콤은 약 1348억 원, 쿠팡은 역대 최대인 6246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부과받았다"며 "증명 된 2차 실질 피해가 없음에도 피해자 전원에게 10만원씩만 배상한다면 SK텔레콤은 1조3480억원, 쿠팡은 3조7550억 원의 현금지출을 해야 하는데 이는 분명 과도한 이중제재가 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순이익과 손해배상액을 비교한 수치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순이익의 약 12.4배인 총 3조755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쿠팡이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SK텔레콤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약 3751억 원이었는데, 그 6.13배인 2조3000억 원을 배상하여야 한다면 엄청난 타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금액은 실제 확정된 집단소송 배상액이 아니라 일정한 배상액을 피해자 수에 적용해 산출한 가정에 따른 수치로 제시됐다.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가정을 토대로 제도 확대 때 발생할 수 있는 책임 규모와 기존 행정제재 사이의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 교수는 소송 당사자의 범위를 정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손해를 증명할 수 없는 자까지 옵트아웃 방식으로 자동적으로 원고가 되는 이런 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원고가 되기로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한 사람만이 재판에 참여하는 방식인 옵트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법학자들은 해외 제도를 국내에 도입할 때 개별 절차만 떼어내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제기했다.
김원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미국 집단소송제에서 옵트아웃 제도가 작동하는 배경에 다양한 사법적 통제장치가 함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 제도의 본질은 옵트아웃 하나가 아니라, 반세기 넘게 판례와 입법으로 쌓아 온 중첩적 통제장치의 총체"라며 "이러한 통제 장치 없이 옵트아웃 형식만 전면 차용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시행 시점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부칙상 포괄적 소급적용은 소급입법금지원칙·신뢰보호원칙과 정면으로 부딪힌다"고 밝혔다.
정주호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는 피해자 구제의 편의성과 소송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소액 및 다수 피해 구제의 편의성만을 앞세워 피해자의 알 권리와 당사자로서의 선택권을 배제하는 것은 사법 절차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구조에 접근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원칙적으로 자발적 의사에 기초한 옵트인 방식을 채택하되 전자적 간편 등록 등 실효적 권리구제 수단을 결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시행 이전에 이뤄진 행위에는 새 집단소송절차를 원칙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삼고, 피해 규모가 소액이면서 피해의 성격이 동질적인 사건에 한해 법원이 옵트아웃 적용을 허용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내놨다.
법률상 책임의 범위뿐 아니라 기업 규모에 따른 대응 역량 차이도 이날 토론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국내외 제재 사례를 비교하며 "국내 기업 쿠팡, SKT는 사고 후 추가적으로 자발적 경제적 기여를 했음에도 글로벌 대비 과도한 제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쿠팡의 1인당 과징금은 미국 에퀴팩스 사례의 14.1배, 우버의 3.2배에 달하는 반면 일본이나 중국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자체가 없고 대만은 한국의 35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달리 법률 대응 조직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집단소송 자체가 상당한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대기업은 전문 법무조직과 충당금 활용 등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소송 한 건만으로 자금조달·신용·납품관계가 흔들리고 도산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시한 입법과제도 세미나에서 중소기업의 소송 대응 여건을 보여주는 근거로 거론됐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제22대 후반기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중소기업 입법과제 32개를 제시하면서 집단소송제 확대에 따른 경영활동 위축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기중앙회는 자료에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할 경우, 다수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크지 않은 분야까지 중첩 규제 적용으로 경영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법률 분쟁에 대응할 내부 조직이 부족하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중기중앙회는 "법무 전담 조직·인력 보유 비율이 4.7%에 불과해 집단소송 진행 시 소송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무방비로 소송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 규모가 큰 분야부터 제한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고 소송 참여 방식으로 옵트인을 우선 검토할 것을 건의했다. 과거 행위까지 적용할 경우 기업이 사전에 책임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장래효 적용과 유예기간 설정도 함께 제안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여러 책임 제도가 동시에 적용될 때 전체 책임 규모를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일한 행위에 행정제재, 배액배상, 옵트아웃 집단소송, 광범위한 자료제출이 중첩되면 총 기대책임이 사회적 손해를 구조적으로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피해 회복과 기업의 책임을 둘러싼 제도를 각각 분리해 검토하기보다 여러 규제가 한 사건에 동시에 적용될 때 나타나는 효과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을 높이면서도 과잉억지와 대리문제를 제한하는 최적의 제도 패키지를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대안은 시행 전 행위에 대한 적용 제한, 옵트인 방식의 원칙적 채택, 전자적 참가 절차 도입, 일정 요건을 갖춘 사건에 대한 제한적 옵트아웃 허용 등으로 모아졌다. 참석자들은 집단소송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와 별도로 기존 행정제재·배액배상 등과 민사상 책임이 한 사건에서 중첩되는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