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던진 `초과이익 재분배` ··· 신뢰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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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05-29 , 그린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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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인 사유재산권과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정부발 재분배 담론에 흔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취지의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성공의 과실을 사실상 강제 환수하겠다는 반시장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7일 오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등 대형 사업장의 임금 협상 갈등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대기업의 성공은 국가적 지원과 공공 인프라의 산물인 만큼 그 초과이윤을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해 재분배하자는 의미의 발언을 하며, 이와 관련된 사회적 토론회를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논란이 일자 노동부는 "정부가 대기업 이익 배분을 강요한다는 건 정부가 제안한 사회적 대화의 목적·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며 토론회 일정을 연기했다.
지난 1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AI 기술로 발생하는 부를 국민에게 나눠야 한다는 논리의 '국민배당금' 논리를 꺼내들었었다. 두 발언이 겹치면서 재계와 학계에선 이를 정권 차원의 체계적인 재분배 드라이브로 읽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취지"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불씨는 잡히지 않았다. 장관의 발언은 이미 '정부가 사기업의 영업 실적을 공공 환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의 씨앗을 뿌린 뒤였다. 청와대의 해명이 오히려 이 논의가 의도적임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국민배당금, 사회연대임금, 초과이윤 재분배. 단어만 다를 뿐, 방향은 하나다. 민간 기업이 번 돈을 국가가 개입해 다시 쪼개겠다는 것이다.
‘공공재’라는 프레임··· 흔들리는 사유재산권
공공재는 경제학에서 매우 엄밀하게 정의된 개념이다. 비배제성과 비경합성,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재화만이 공공재로 불린다. 비배제성이란 대가를 치르지 않은 사람도 소비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고, 비경합성이란 누군가의 소비가 타인의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방이 그렇고, 치안이 그렇다. 등대의 불빛이 그렇다.
반도체는 이 두 조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을 사려면 대금을 지불해야 하고, 엔비디아가 확보한 물량은 구글이 살 수 없다.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유재다. 경제학 원론 첫 챕터에 나오는 분류다.
장관이 이 단어를 의도적으로 썼다면 그것은 정치적 언어다. 반도체가 공공재라는 명제가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순간, 논리적으로 그 가격과 공급량과 이윤은 공공의 이해에 종속될 수 있다. 이 논리가 철강으로, 자동차로, 바이오로 확장되면 모든 산업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해온 자율과 창의에 대한 신뢰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노동부 장관의 사회연대임금 발언과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배분 요구 등은 주식회사 원리에서 벗어난다”며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인데 이를 없애는 반자본주의적 주장은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 발전에 해를 끼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원청만 챙겨준 노동부··· 뒤늦게 하청 몫 내놓으라는 ‘기만적 연대’
이번 논란에는 결정적인 이율배반이 내재해 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가 성명을 통해 정면으로 지적한 대목이다. 김 장관이 사회연대임금 논의를 꺼낸 27일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이 최종 가결된 바로 그 날이었다. 그 협상에서 삼성전자 원청 근로자들은 영업이익의 12%에 달하는 성과급을 확보했다. 그 협상 테이블에 직접 개입해 원청 근로자의 성과 배분을 이끌어낸 장본인이 다름 아닌 김 장관 본인(20일)이었다.
원청 근로자가 가져간 거대한 과실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주일도 안 돼 하청기업과 지역사회를 위한 추가 갹출을 요구한 것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사회연대임금에 대한 찬반을 떠나 앞뒤가 다른 이 같은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사회연대임금 논의의 첫 공식 대화 상대는 이익 배분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회사 주주들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이어 “정부가 기업과 주주의 동의 없이 이익 배분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 이전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지부터 의문”이라며 “노동부의 토론회가 끝내 열린다 해도, 노동계 한 방향의 목소리만으로 채워진다면 그것은 토론이 아니라 노동부의 발표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위험은 기업 혼자, 과실은 국가가··· ‘교활한 수탈’
사회연대임금의 논리적 모순은 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가는 삼성전자가 수십 조원짜리 투자에 실패할 때 손실을 분담하지 않는다. 2008년 D램 가격 폭락으로 반도체 업계 전체가 적자의 늪에 빠졌을 때도,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 공급망이 흔들렸을 때도, 피해를 온몸으로 감내한 것은 기업이었다. 리스크는 기업이 홀로 짊어지되, 성과는 사회 전체의 것이라는 논리는 자본주의의 근본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다.
AI·반도체 산업에서 초과이윤은 단순히 운 좋게 번 돈이 아니다. 삼성전자 평택 3공장 단일 투자액이 30조원을 넘는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개발에 수년간 경쟁사보다 앞서 베팅했다. 그 결과로 지금의 위치를 얻었다.
초과이윤은 그 고위험 판단에 대한 시장의 보상이다. 동시에 그것은 다음 세대 기술에 재투자할 종자돈이기도 하다. 반도체 제조업은 호황기에 번 돈을 비축해야 불황을 버티고 차세대 공정에 다시 투자할 수 있는 산업 구조다. 이 순환이 끊기면 기술 주도권도 함께 무너진다.
인재 이탈 문제도 현실적 위협이다.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의 연봉 상단이 제도적으로 제한되는 순간, TSMC와 엔비디아의 채용 공고는 훨씬 강한 인력 흡인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이미 국내 이공계 최상위권 인재들의 해외 취업은 증가 추세다. 추가적인 제도 압박은 이 흐름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가속시킬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공장 설비가 아니라 그 설비를 설계하는 사람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초과이익 재분배 발언까지 나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 실적이 좋아졌을 때를 오히려 걱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이익을 사회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면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를 보수적으로 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규모 장기 자금이 투입되는 반도체 산업일수록 이 같은 논란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초과이윤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디서부터가 정상 이윤이고 어디서부터가 공유해야 할 초과이윤인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거둔 이익은 초과이윤인가, 아니면 수년간의 적자를 버텨온 것에 대한 뒤늦은 보상인가. 이 기준을 정치권이 쥐는 순간, 시장의 자율성은 실종되고 권력만 남게 된다.
스웨덴도 버린 ‘실패한 실험’··· 한국서 부활하나
정부가 참조 모델로 거론하는 스웨덴의 '렝-메이드너(Rehn-Meidner) 모델'은 이미 역사의 심판을 받은 실험이다. 1970~80년대 스웨덴 사회민주당과 노동조합이 설계한 이 제도는 연대임금제로 임금 격차를 압축하고, 기업의 초과이윤을 임노동자기금으로 강제 적립해 노동자가 자본을 통제하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론적으로는 정교했다. 현실에서는 재앙에 가까웠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자본이 대거 해외로 이탈했다. 볼보, 에릭슨 같은 스웨덴의 대표 기업들이 사실상 본국을 등졌다. 만성적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 뒤따랐다. 결국 1990년대 초반 스웨덴 정부 스스로 이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상생과 공유의 실험이 스스로의 손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그 실패의 경험이 지금도 유럽 사회민주주의 내부에서 교훈으로 회자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맥락이 스웨덴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지적한다.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산업 구조와 수십 년에 걸쳐 쌓인 강력한 사회적 합의 문화를 갖추고 있었다. 한국은 다르다. 글로벌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전자 대기업과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 하청업체가 수직 계열화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회연대임금이 실제로 강행될 경우 보상 체계 훼손의 직격탄은 기술 대기업이 맞고, 도산 위기에 몰리는 것은 체력이 약한 한계 중소기업이라는 역설적 파국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아이러니다.
한국 기업들 이미 최고 수준의 사회공헌 지출
일부 정부 인사들이 기업의 이익이 과도하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실제 기업은 역대 최고의 사회공헌 지출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대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은 매출액 대비 0.19%로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다. 숫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상생 및 인재육성에 5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 이후 1조400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해왔다. 청년 IT 인재를 대상으로 무상 교육을 실시하며 협력사의 연구개발과 금융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조3708억원 규모의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중소 부품 협력사의 생산시설 개선과 품질인증 비용을 함께 부담한다. SK하이닉스는 연간 800억~1000억원의 사회공헌 지출을 이어가며 IT 기반 소외계층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이익 공유는 '자발성'과 '시장 전략'에 근거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 공유는 기본적으로 '자발성'과 '시장 전략'이 맞물려있는 구조다. 코스트코와 파타고니아는 흔히 '착한 기업'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낮은 마진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려주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를 순수한 이타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코스트코가 마진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건 박애주의적 결단이 아니다. 낮은 가격이 회원을 묶어두고, 90%를 웃도는 갱신율이 안정적인 연회비 수익을 보장한다. 소비자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수익 모델이다.
파타고니아의 기부 구조도 마찬가지다. 창업자 가문은 회사를 비영리 재단에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세금 혜택을 누리면서도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자산이 된다. 희생처럼 보이는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생존과 성장의 전략인 셈이다.
물론 이것이 이들 기업의 진정성을 전면 부정하는 근거는 아니다.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이들의 이익 공유는 어디까지나 자발적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국가가 강제한 것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 스스로 찾아낸 방정식이다. 자발적 선택과 국가적 강요 사이의 간극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간극만큼 크다.
“초과이익? 적자 걱정뿐”··· 탁상공론에 우는 기업들
정작 논란의 대상이 된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본지가 접촉한 유통·식품·주류 업계 관계자들의 답변은 놀랍도록 일치했다. 초과이익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초과이익 분이 없어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며 “성과급도 현재 이익이 나야 하는데 업황이 부족하다 보니 그럴 여력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 계열사에서는 “최근 저희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초과이익에 대한 부분은 불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미국의 관세 전쟁으로 부자재 가격도 올라서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에서는 “판매량이 연간 계속 줄고 있고 퇴사 신청도 받는 상태에서 초과이익을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논의하는 초과이익은 소수 수출 대기업의 특수한 순간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파로 만들어지는 제도적 분위기는 적자를 걱정하는 중견·중소기업 전체를 짓누른다.
주주 권익 측면의 우려도 제기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정부의 초과이익 재분배 논의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주주 재산권 침해 소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업의 이익은 주주의 것이며 이를 정치적 결정으로 타 집단에 이전하는 것은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는 논리다.
정부 내부서도 엇박자··· 노동부 “상생” vs 산업부 “재투자”
이번 논란의 또 다른 단면은 정부 내부의 엇박자다. 김 노동부 장관이 초과이윤 재분배 화두를 던지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곧바로 "지금은 투자가 최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두 장관이 민간 기업의 이익 처분을 두고 상충하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이다. 청와대는 강유정 수석대변인을 통해 "노동장관의 발언은 그 입장에서 성과 배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고, 산업부 장관이라면 기업의 재투자 측면에서 말할 것"이라며 공론화 필요성을 인정하는 선에서 봉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균열이 단순한 부처 간 이견이 아니라, 현 정부의 경제 철학 안에 내재된 근본적 긴장의 표출로 읽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국가가 민간 기업의 이윤 처분권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부 내부에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이견에 대해 공론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노동장관의 발언은 노동장관 입장에서 성과 배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만약 산업부 장관이라면 그는 산업의 입장에서 기업의 초과 영업이익이나 이윤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역시 향후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공론화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사회연대임금 논란의 본질은 임금 정책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국가가 민간 기업의 이윤 처분권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사회 앞에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이윤에 대한 사회적 통제 시도는 그동안 쌓아온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