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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성과급 합의는 "기울어진 법 구조가 낳은 결과"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5-29 , 그린포스트

삼성전자 노동조합 총파업 직전, 노조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한 내용을 둘러싼 법경제학적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이 파업 시 대체근로를 엄격히 금지함에 따라 대기업 노조가 시장가치를 상회하는 협상력을 비대칭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기업원이 28일 발간한 삼성전자 노사 합의와 대체근로 규제의 법경제학적 고찰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삼성전자 노사가 도출한 합의안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가 부담해야 할 잠재적 손실이 너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합의로 반도체 부문은 사업성과의 10.5퍼센트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 경영 성과급을 자사주 형태로 지급받게 됐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인 300조 원을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성과급 규모는 약 3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법의 구조적 한계로 '조업중단 능력'이 결정권 갖게 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조항은 쟁의행위 기간 중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업무를 도급 주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파업권의 실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가 있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시장에서 대체 가능한 인력이 대체 불가능한 핵심 인력과 연대하여 시장가치 이상의 협상력을 행사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과급 요구가 개별 노동자의 생산성이나 사업부의 수익성과 분리되어 전체 조업 중단 능력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안 중에는 성과급 재원의 70퍼센트를 DS 부문 전체에 균등 배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흑자를 기록한 메모리 사업부뿐만 아니라 적자 상태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들에게도 동일한 재원이 배분되는 구조를 보였다. 이는 성과급이 본래의 보상 기능을 상실하고 조업 중단 위협에 기반한 집단적 배분 요구로 변질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美·日처럼 경제파업 대체근로 허용해야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우리와 다른 유연한 대체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임금 인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파업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저항하는 파업을 엄격히 구별한다. 특히 경제파업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사업 계속을 위해 영구적인 대체근로 인력을 채용하는 것까지 허용함으로써 노조의 협상력이 실제 노동시장 조건과 과도하게 괴리되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한국과 같은 일반적인 대체근로 금지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일본은 파견사업자나 공공직업안정소 같은 외부 중개기관이 쟁의 중인 사업장에 신규 인력을 공급하는 것만을 제한할 뿐 사용자가 직접 신규 채용을 하거나 내부 인력을 재배치하여 조업을 계속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리포트의 공동 집필자인 지인엽 동국대학교 교수는 "현행 필수공익사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대체근로 허용 원칙을 쟁의 목적과 산업 특성에 따라 보다 폭넓게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당노동행위에 저항하는 파업은 강하게 보호하되 경제적 이익을 위한 파업에 대해서는 조업 계속의 자유와 산업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하여 대체근로 제한을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논리다.


"파업권 못지않게 투자자와 협력업체 이익도 보장돼야"


아울러 파업 의결 요건을 강화하고 사전 통지 의무와 개시 시한을 설정하는 등 절차적 규율을 보완하여 일부 강경 지도부에 의한 파업 남용을 견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요구가 확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교수는 "파업권은 보호되어야 마땅하지만 그 보호가 기업의 조업 계속 자유와 투자자 및 협력업체의 이해관계를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노조의 비대칭적 협상력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제도적 균형점 마련이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