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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라이브] 소비자 안전 입법 `속도전` vs `신중론`… 집단소송법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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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04-27 , 천지일보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소비자 피해 구제를 둘러싼 입법 전쟁이 27일 국회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오전에는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주최로 '소비자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려 알리·테무 등 해외 플랫폼 위해상품 차단과 소비자단체소송 활성화를 놓고 각계가 격론을 벌였다. 오후에는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법리적 쟁점과 오남용 방지 대책을 주제로 반대 토론회를 개최하며 맞불을 놨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전 국민 3400만명이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하지 않으면 배상을 못 받는 구조가 맞느냐”며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소비자 안전망 강화를 위한 입법 드라이브와 이를 견제하려는 반론이 같은 날 정면충돌한 셈이다.


◆ 곽규택 의원 “집단소송법, 소송 남발·소급 적용 법리 왜곡”


곽규택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자유기업원과 공동으로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법리적 쟁점과 오남용 방지 대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곽 의원은 개회사에서 “최근 여당이 추진하는 집단소송법안들은 피해 구제라는 명분만 강조할 뿐 우리 법체계와의 정합성을 무시한 채 국외 제도를 여과 없이 수용하려는 것”이라며 “이러한 입법은 기업의 투자 위축은 물론 그 피해가 근로자와 소비자에게까지 전가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 주최 측인 자유기업원 최승노 원장도 “집단소송제가 시장 경제의 자율성을 해치고 소송 대리인의 수익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법의 원칙에 부합하는 신중한 입법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한석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4대 핵심 쟁점을 집중 분석했다. 한 교수는 포괄적 민사 일반 영역에서의 집단소송 허용으로 인한 소송 남발 문제, 별도 제외 신청을 하지 않는 한 판결 효력이 미치는 '제외신고형(옵트아웃)’ 도입 문제, 법 제정 이전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도 적용하는 소급효 도입의 법적 안정성·예측 가능성 훼손 문제, 우리나라 법체계와 기업 활동 및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제도 설계 필요성을 차례로 제기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 강영기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곽관훈 선문대 교수, 박혜진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 윤찬우 법원행정처 사무관이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학계·법조계 안팎의 우려와 대안을 논의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개인의 재판청구권 침해, 직권 증거조사에 따른 증명책임 원칙의 제한 등 민법과 민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을 왜곡하고 있다”며 “또 하나의 졸속입법이 국가와 사회를 멍들게 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나경원·유상범·김은혜·조배숙·윤상현·김재섭·박대출·조경태·서천호 의원 등이 참석해 힘을 실었다. 곽 의원은 향후 이번 토론회에서 도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쿠팡 사태가 쏘아올린 공… 6년 만의 재추진


이번 논란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전 국민 3400만명이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하지 않으면 배상을 못 받는 구조가 맞느냐”며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국회에는 관련 법안 10건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8건이 대통령 발언 이후 제출됐다. 법무부도 집단소송제를 '7대 민생·안전 법안’ 중 하나로 분류해 신속 처리를 요청했고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가 열리며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집단소송제는 지난 2005년 시행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라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여당이 추진하는 민주당 박균택 의원 대표발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기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폐지하고 모든 손해배상 청구에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소급 적용 조항도 포함됐다. 야당은 쿠팡을 겨냥한 소급 적용이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으로 비화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급효가 적용될 경우 지난해 발생한 SK텔레콤·KT·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 소비자안전기본법 공청회… “자율협약으론 한계, 법적 기반 절실”


같은 날 오전 열린 소비자안전기본법 입법 공청회는 집단소송 논란과 맞닿아 있다. 허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비자안전기본법안은 플랫폼 사업자 안전관리 의무 강화, 해외 플랫폼 국내대리인 지정, 소비자단체소송 소송허가제 폐지와 예방적 금지청구 도입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기존 소비자기본법이 피해 발생 이후 사후 구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제정안은 위해 발생 이전 예방과 선제적 차단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가습기 살균제, 개인정보 유출, 라임·옵티머스 등 다수의 심각한 소비자 피해 사건에서 피해구제가 충분했다는 긍정적 평가는 25.9%에 불과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까지 포함해야 실질적 피해구제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박현주 한국소비자원 위해정보국장도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쿠팡·당근마켓 등과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위해제품을 차단하고 있지만 자율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일산화탄소 가스렌즈 커버 판매 차단을 요청했지만 안전성 검증 과정을 거치는 동안 판매가 지속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중복규제와 과도한 책임 부과를 우려했다. 백민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정책지원2실장은 “알리·테무 등 해외 플랫폼과 국내 오픈마켓을 동일한 잣대로 규율하는 것은 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산업계와의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선행할 것을 촉구했다.


◆ 소비자 입법 '분수령’… 찬반 팽팽, 국회 조율 불가피


소비자안전기본법 공청회와 집단소송법 반대 토론회가 같은 날 열린 것은 소비자 입법을 둘러싼 여야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안전망 강화를 위한 입법 드라이브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집단소송 소급 적용·플랫폼 의무 범위·중복규제 등 세부 쟁점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실련·참여연대 등 19개 단체로 구성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는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집단소송제가 사실상 없는 유일한 나라”라며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재계는 소송 대응 비용 급증과 경영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될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비자 입법을 둘러싼 논의가 새로운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