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등록금 물가연동 제한, 대학경쟁력 약화"...자유기업원, 등록금 규제 완화 로드맵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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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3-03 , EBN 산업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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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과 정책대안' 보고서 3일 발간
"18년 간 묶인 등록금...대학 재정 체력 한계"
2026학년도 1학기 등록금 납부가 진행 중인 가운데, 18년 가까이 이어진 등록금 동결·인상 억제 정책이 대학 재정의 체질을 바꾸고 고등교육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등록금 문제를 단순한 '학생 부담 완화' 차원이 아닌, 대학 재정 자율성과 투자 역량을 좌우하는 구조적 사안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자유기업원은 3일 '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과 정책대안' 보고서를 내고, 만성적 등록금 규제가 대학의 재정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정부 재정 의존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2007년 647만원에서 2015년 640만원으로 오히려 하락한 뒤 2024년 710만원 수준으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물가 상승과 인건비 인상, 교육 인프라 확충 수요 등을 감안하면 실질 기준으로는 사실상 동결 또는 하락에 가깝다는 평가다.
더 주목할 대목은 재원 구조의 변화다. 사립 4년제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2007년 73.8%에서 2024년 57.1%로 급감한 반면, 정부지원 의존율은 1.5%에서 23.1%로 급증했다. 평균 국고보조금은 2007년 11억7000만원에서 2024년 252억원으로 늘었다. 대학 재정이 '자체 수입 중심'에서 '정부 지원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환이 대학 운영의 방향성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금은 학생 수요에 기반한 안정적 재원이지만, 정부 지원금은 정책 목표와 평가 기준에 따라 배분되는 조건부 자금이다. 이에 따라 대학이 장기적 교육 전략보다 각종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 지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조정하는 유인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교육·연구 투자 위축도 감지된다. 사립대학의 연구비와 실험실습비는 2011년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하거나 정체됐고, 교육·연구 관련 총지출 역시 최근 수년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재정 압박이 누적될 경우 연구 장비 교체, 시설 보수, 학생 지원 인력 확충 등 '당장 눈에 띄지 않는 분야'부터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보고서는 등록금 규제가 곧 학생 복지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국가장학금 확대는 학생 개인의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대학의 복지 인프라 확충이나 교육 서비스 개선으로 자동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결과 등록금 부담은 억제됐지만, 교육 환경의 질적 개선은 체감되지 않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해법으로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등록금 동결·인하 조건의 연계 폐지 ▲고등교육법 제11조의 등록금 인상률 상한 규정 폐지 또는 자율 조정 ▲학사·정원 운영 자율성 확대 및 재정 운용 규제 합리화 등을 제시했다. 가격 통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투명성 강화와 성과 기반 사후 평가 체계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광용 정책실장은 "등록금 규제 완화는 단순히 학생 부담을 늘리자는 주장이 아니라 대학이 자율성과 책임에 기반해 경쟁하도록 제도를 재설계하자는 취지"라며 "등록금 수준과 교육의 질에 대한 건전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왕호준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생존 조건은 자율성 확보"라며 "등록금을 정치적 억제 대상이 아닌 제도 설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고등교육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