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안전법과 글로벌 정치경제의 지각 변동

김정호 / 2020-06-02 / 조회: 1,209


김정호_2020-14.pdf

동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gCfQCFxCkzg


오늘은 홍콩과 중국에 대해서 미국 및 서방이 취할 수 있는 제재들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게 홍콩은 목의 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공산당의 지배를 거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시위대가 독립을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시위를 방치하다가는 '하나의 중국’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독립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대만이 진짜 독립국이 될 수 있고 신장 위구르, 티벳 지역 등 무력으로 눌러 놓고 있는 식민지들이 독립투쟁에 나설 수 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도 공산당의 통치에 저항하는 세력이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장 홍콩인들의 시위를 무력으로라도 진압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뒤따를 후폭풍이 너무 거세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제적 손실이 막대합니다.


홍콩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에서 대해서 살펴 보죠. 먼저 경제규모입니다. 1997년 중국에 할양될 당시 홍콩의 GDP는 177억 달러로서 962억 달러인 중국의 17.0%였습니다. 중국 전체의 1/6에 해당했습니다. 규모 면으로도 홍콩은 중국에서 엄청나게 중요했죠. 그런데 2018년 현재 홍콩의 GDP는 3630억 달러인데 중국은 13조 6080억 달러가 됐습니다. 홍콩은 중국 GDP의 2.7%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이 엄청나게 성장한 것이죠.



중국의 도시별 지역총생산을 따져봤더니 이제 홍콩은 4위로 밀렸습니다.1 2017년 자료를 보면 상해가 4500억 달러, 북경이 4100억 달러, 센젠이 –3400억 달러로 1, 2, 3위이고, 홍콩은 3300억 달러로 4위입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할양되던 당시에는 당연히 홍콩이 압도적 1위였겠죠.



그래도 무역에서는 꽤 중요합니다. 2018년 중국의 수출 중에서 홍콩에 대한 수출은 303억 달러로서 비중은 12.2%입니다.2 1997년의 24%보다는 상당히 줄었지만 여전히 꽤 큰 비중이죠. 이 중의 상당 부분이 중개무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홍콩을 통해서 다른 나라들로 수출이 되는 금액이 그 정도인 겁니다. 그렇게 크다고 보기는 어렵죠.


하지만 금융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중국 기업의 해외 IPO 상장의 70%가 홍콩에서 이뤄집니다. 2018년 중국 기업이 전세계에서 상장한 금액은 642억 달러인데요. 그중 상하이와 센젠 증시를 통한 것이 197억 달러입니다. 31%에 불과하죠. 오프쇼어(offshore), 즉 해외 상장 금액 445억 달러 중 홍콩이 350억 달러, 78.6%입니다. 해외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대부분 홍콩을 통한다고 보면 되죠.3 해외 채권 발행도 33%는 홍콩을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니까 투자자들이 홍콩을 떠나게 되면 중국은 달러 자금을 구하는 데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조심조심 하고 있는 것이죠.



중국 본토가 발전했음에도 금융은 홍콩을 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제도의 차이 때문입니다. 신뢰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투자할 수 있는 거죠. 홍콩은 영국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했습니다. 자유로운데다가 분쟁이 생겼을 때 공정하고 예측가능한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거죠. 반면, 중국은 법도 사법부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공산당이 언제 어떻게 뺏어갈지 알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중국에 투자를 하더라도 홍콩을 통해서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 홍콩을 중국처럼 만들지 못해서 안달인 거죠.


미국은 그런 중국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홍콩의 특별지위란 홍콩이 중국의 영토이긴 하지만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과 동일하게 대하겠다는 겁니다. 무관세의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자본거래, 무비자 입국, 이런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도 있고 자본거래, 비자 발급 등에서 제한이 상당히 있습니다. 홍콩에 특별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홍콩이 그 이전과 동일하게 자유무역과 자유시장, 자본과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데에 대한 대가입니다. 그것은 미국에게도 이익이죠. 그런데 홍콩이 그 약속을 깨고 홍콩을 중국처럼 만들려고 하니 미국도 홍콩을 중국으로 대하겠다는 겁니다. 어떤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지, 그 결과는 무엇인지 살펴 보죠.


가장 먼저 미국은 중국을 대하듯이 홍콩의 미국 수출품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홍콩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타격을 받겠죠. 홍콩의 수출은 상당부분 중국 물건을 우회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타격의 크기는 미미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중국의 총수출이 2조 5천억 달러인데요.4 홍콩의 미국에 대한 수출은 391억 달러입니다. 그 전액이 중국제품이라고 봐도 중국 총수출에 대한 비중은 1.6%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수입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홍콩은 그런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중국이 아마도 이런 구멍을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요. 그것을 미국이 막아 버린다면 중국이 어느 정도 곤란해질 수 있죠. 하지만 큰 타격은 아닐 것으로 봅니다.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또 다른 조치는 금융거래에 대한 제한입니다. 중국 금융 거래의 상당 부분이 달러 거래인데 그것은 미국의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라는 시스템을 거치게 됩니다. 외국에 송금할 때 은행식별코드인 SWIFT 코드를 입력하라고 하는데요. 바로 그 SWIFT를 미국이 운영하는 거죠. 따라서 미국이 이것을 통해서 중국과 홍콩의 자금거래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이미 이런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세게 한다면 홍콩 달러의 미국 달러에 대한 교환을 중단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홍콩의 페그제(peg system)는 붕괴되고 자본이 홍콩에서 이탈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들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게도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달러 거래에 대한 제재는 달러 거래량을 줄이기 때문에 기축 통화로서의 매력을 떨어트립니다. 그건 미국에게 손해죠.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는 제재를 하더라도 달러의 거래량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죠. 세계 최대의 수출국 아닙니까? 중국이 달러 거래를 못하거나 안 하게 되면 달러의 거래량도 현격히 줄어들고 기축 통화로서의 파워도 줄어들죠. 물론 중국은 치명적 타격을 입겠지만 미국 역시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런 제재까지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아무튼 미국은 여러 가지의 제재 수단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어떤 제재가 나올지 두고 봐야 하지요. 아마도 국가안전법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는 속도에 맞춰 제재도 나오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홍콩의 시장 반응은 어떨까요? 눈에 띄는 반응은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인재 유출 조짐입니다. 블룸버그는 6월 2일자 기사에서 유명 투자자 데이빗 웹을 인용해서 홍콩의 인재유출이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5 영국과 대만이 홍콩인의 이민을 받아주겠다고 한 선언이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금융시장도 영향이 있습니다. 주가는 5.6% 하락, 환율 소폭 상승, 선물은 약간 상승,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6월 2일 현재 상당히 회복된 상태입니다. 홍콩의 자금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다음에 상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금융시장은 당장의 큰 동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홍콩의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는 국가안전법으로 시위가 잦아들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상당히 형성되어 가는 듯도 합니다.


그러나 홍콩 국가안전법에 대한 가장 큰 반응은 국제사회의 격앙된 분위기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 사회에서는 안 그래도 반()중국 전선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디커플링 정책은 미국만 목청을 높이고 영국이나 독일 등 다른 나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코로나가 상황을 바꿔 놓았습니다. 영국도 독일을 비롯한 EU도 중국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통과는 서방의 반()중국 연합전선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했고, 영국은 290만명의 홍콩인에게 시민자격을 부여하겠다고 했습니다. EU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연합전선은 단순히 말만으로 끝나지 않고 경제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은 이미 말씀드렸고요. 그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항해서 미국 중심의 대안적 서플라이 체인인 경제번영네트워크를 제안하고, 서방 국가와 한국, 호주, 인도, 베트남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9월 달로 예정된 G7 회의에 한국, 호주, 인도 등을 초대했습니다. 아마도 중국과 홍콩 문제가 논의되겠죠. 그 동안 중국에 우호적이던 영국도 화웨이의 5G 공급망을 대체하기 위해 D10 연합체, 중국을 제외한 자유민주주의 10개국 연합체를 제안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거대한 포위망이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중국은 이제 해외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겁니다. 자본과 기술도 상당 부분 막히게 되겠죠. 이런 지각 변동은 서방 경제에도 큰 타격이지만 중국에게는 사활이 걸린 타격을 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은 진퇴양난에 처해 있습니다. 홍콩 시위를 방치하면 공산당 권력과 통일 중국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진압하다 보면 국제사회의 압력 때문에 자본과 시장을 잃게 되죠. 그것 역시 공산당의 권력을 위태롭게 합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일종의 타협책입니다. 천안문 사태처럼 무자비한 진압을 할 수는 없으니 격렬한 주동자만 잡아들이자는 거겠죠. 하지만 그것조차도 이미 국제사회의 엄청난 반격에 맞닥뜨렸습니다. 시위가 멈출 것 같지도 않고 말입니다. 글로벌 정치경제의 거대한 지각 변동이 시작됐습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6.2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홍콩발 글로벌 지각변동. 미국 제재의 홍콩 및 중국에 대한 영향. 영국의 D10 연합체 제안.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의 텍스트입니다.



1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hinese_prefecture-level_cities_by_GDP

2 https://wits.worldbank.org/CountryProfile/en/Country/CHN/Year/2018/TradeFlow/Export/Partner/by-country

3 https://www.caixinglobal.com/2018-12-26/offshore-chinese-ipos-hit-record-as-firms-race-to-list-before-window-closes-101363597.html

4 http://www.worldstopexports.com/chinas-top-import-partners/

5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6-02/hong-kong-investor-david-webb-says-city-is-facing-brain-drain?sref=9fHdl3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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