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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고용연장 제도의 쟁점과 개선방안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6-22
  • 이슈와자유 제23호, 초고령사회 고용연장 제도의 쟁점과 개선방안.pdf

핵심 메시지

고령화와 연금 수급 전 소득공백을 고려하면 고령자 고용연장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연공급 임금체계와 경직적 고용관행을 그대로 둔 채 법정 정년 만 65세로 일률적으로 올리면 대기업·공공부문의 청년 신규채용 축소,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 정년제 적용 근로자와 비정규·영세사업장 근로자 간 격차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65세까지 일할 기회를 넓히되 기업과 근로자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근로시간 단축 가운데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고, 60세 이후에는 직무·성과·근로시간에 맞춰 임금을 다시 설계하는 계속고용 방식이 현실적이다.


◩ 정책 제언 요약


· 법정 정년을 곧바로 65세로 일괄 상향하거나 계속고용을 의무화하지 말고, 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선택형 고용연장을 촉진한다.

· 정년 연장·정년 폐지·퇴직 후 재고용을 동등한 계속고용 수단으로 인정해 기업별 선택권을 보장한다.

· 60세 이후에는 직무·성과·근로시간을 반영한 별도 근로계약과 임금조정을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의 불확실성을 줄인다.

· 청년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기업 규모·산업별로 매년 공개하고, 공공기관은 정년 연장과 신규채용 총량을 함께 관리한다.

· 영세·중소기업에는 한시적 사회보험 지원과 직무전환·재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되, 임금보전 중심의 영구적 재정지원은 피한다.


1.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부상


2026년 6월 19일 한국노총은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법정 정년 연장을 노후빈곤과 소득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사회과제로 제시했다. 국민의힘도 고령자 고용연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올리는 방식과는 다른 대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년 연장은 특정 정당이나 노동계만의 요구를 넘어 하반기 노동입법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매일경제, 2026.6.19).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정년을 정할 경우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개시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높아져 2033년부터 65세가 된다. 근로자가 60세에 정년퇴직하면 연금을 받기 전까지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정년 연장론의 가장 강한 근거다(국가법령정보 및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


<> 현재 논의되는 세 가지 제도 경로

구분

법정 정년 65

계속고용 선택

노사 자율·지원 중심

핵심 방식

정년연령 자체를 단계적으로 상향

정년 연장·정년 폐지·퇴직 후 재고용·근로시간 단축형 계속근로 등을 기업과 근로자가 선택

법적 강제보다 보조금·세제·고용서비스로 선택을 유도

장점

고용의 연속성과 신분 안정성이 큼

업종·직무에 맞춰 고용기회와 임금·근로시간을 함께 조정 가능

기업 자율성과 업종별 유연성이 가장 큼

주요 위험

연공급 유지 시 인건비 급증과 신규채용 조정

기업 참여가 낮으면 확산 속도가 더딜 수 있어 인센티브 설계 필요

지원이 상시 임금보전으로 변질되면 재정부담과 도덕적 해이 발생


◩ 쟁점은 “연장 여부” 보다 “어떤 방식으로 연장할 것인가”


고령층의 근로 의향이 높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령자 고용연장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행 연공적 임금체계와 경직적인 직무·근로시간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는 것은 고용비용을 구조적으로 높인다. 정책의 핵심은 60세 이후에도 일할 기회를 넓히면서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를 줄이고,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막지 않는 제도 조합을 찾는 데 있다.


2. 고령자 고용연장이 필요한 이유: 실제 퇴직과 연금·희망 근로연령의 간극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가운데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이미 그만둔 사람은 69.9%였고, 그 일자리를 떠난 평균 연령은 52.9세였다. 법정 정년이 60세이지만 상당수 근로자는 정년보다 훨씬 먼저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한다. 반면 장래에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고령층은 69.4%였고 평균 희망 근로연령은 73.4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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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국가데이터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법정 정년은 현행법 기준.


같은 조사에서 55~79세 인구는 1,644만 7천 명, 경제활동참가율은 60.9%, 고용률은 59.5%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은 이미 예외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중요한 축이다. 문제는 오래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과 실제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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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국가데이터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정책적 함의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것만으로는 평균 52.9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하는 다수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정년제의 직접 수혜자는 정년이 존재하고 장기근속이 가능한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에 집중될 수 있다. 고령자 정책은 재직자의 정년 연장뿐 아니라 50대 조기퇴직자의 재취업, 직무전환, 시간선택형 일자리 확대를 함께 다뤄야 한다


3. 획일적 법정 정년 연장이 초래할 수 있는 4가지 부작용


◩ 연공급 임금체계 아래 기업 인건비와 조직 정체 부담 증가


한국 기업의 임금은 근속연수와 연령에 따라 상승하는 연공적 성격이 강하다. 직무와 생산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정년이 5년 늘어나면 고임금 구간의 근로자가 장기간 잔류하게 된다. 총인건비가 일정한 기업은 신규채용 축소, 승진 지연, 희망퇴직 확대, 외주화·자동화로 대응할 유인이 커진다. 특히 인력계획을 장기간 고정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 청년고용 영향은 전체 노동시장보다 양질의 내부노동시장에서 집중될 가능성


고령자와 청년의 직무가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므로 경제 전체에서 두 세대의 고용이 기계적으로 대체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채용예산과 정원이 제한된 대기업·공공기관, 고용보호가 강한 산업에서는 세대 간 경합이 커질 수 있다. KDI는 60세 정년 의무화 당시 민간 사업체에서 정년 연장으로 고령자 1명의 고용이 증가할 때 청년고용이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규모가 크고 고용보호가 강한 분야에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정년제 적용자와 조기퇴직·비정규·영세사업장 근로자 사이의 격차 확대


평균적으로 주된 일자리에서52.9세에 이탈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법정 정년 65세의 직접 혜택을 받는 집단은 제한적이다. 안정적인 정규직은 기존 일자리와 임금을 더 오래 유지하지만, 조기퇴직자와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저임금 재취업 시장에 남을 수 있다. 정년 연장은 노후소득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그대로 둔 채 시행하면 보호받는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근로자의 격차를 오히려 고착화할 수 있다.


◩ 청년세대의 승진·채용 지연과 조직 내 세대갈등


정년 연장으로 상위 직급과 보직의 이동이 늦어지면 청년·중년 근로자의 승진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 임금조정 없이 고령층의 근속만 연장하면 젊은 근로자는 동일한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과 더 느린 승진을 감수하게 된다. 정년 연장을 세대 간 제로섬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직급과 임금을 연령이 아닌 직무·역할·성과에 연결하는 인사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다.


경계해야 할 접근

“65세까지 동일 직무·동일 임금·동일 근로시간을 법률로 일률 보장하는 방식은 고용연장의 비용을 전적으로 기업의 고정비로 전환한다. 고령자 보호라는 정책 목표가 신규채용 축소와 조기 구조조정이라는 우회 반응을 낳지 않도록, 고용연장과 근로조건 재설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다뤄야 한다.


4. 실증 선행연구 시사점: 고용효과는 기업·제도·분석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정년 연장과 청년고용의 관계에 관한 국내 연구는 결론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연구마다 말이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마다 분석 시기와 자료, 청년·고령자의 연령 구분, 사업체 규모, 정책 수혜기업 여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고용연장의 효과가 전국 노동시장에 균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정원과 인건비가 제한되고 연공급과 고용보호가 강한 내부노동시장에서 더 민감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 KDI 한요셉(2019): 급격한 정년 상향은 고령고용을 늘리지만 청년채용 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


한요셉(2019)은 2013년 입법되고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의 효과를 출생 코호트 간 불연속성과 사업체별 정년 변화 자료를 활용해 분석했다. 제도 적용 대상 코호트에서는 연장된 정년 이후의 고용률과 임금근로 확률이 높아져 정년 상향이 고령자의 고용유지에는 실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년 연장 폭이 큰 코호트에서는 법 시행 전에 임금근로 확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기업이 미래의 인건비 상승을 예상해 희망퇴직, 권고사직, 신규채용 축소 등 선제적 조정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업체 단위 분석에서는 정년 연장으로 혜택을 받을 고령근로자가 1명 더 많을 때 고령층 고용은 약0.6명 증가하고 청년층 고용은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효과는 당시 100인 이상 사업장, 기존 정년이 55세 이하였던 사업장, 고용보호가 강한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공공부문에서는 청년고용 감소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다른 중간 연령층의 고용이 일부 줄어, 정원이 고정된 조직에서는 조정 부담이 다른 집단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한국노동연구원 김세움·강신혁·윤윤규(2022): 최근 노동시장에서는 약한 대체관계를 경계할 필요


김세움·강신혁·윤윤규(2022)는 사업체 패널조사와 집계 시계열 자료를 이용해 청년층과 중고령층의 고용인원·고용비중 관계와 세대 간 노동수요 대체탄력성을 함께 추정했다. 사업체 고정효과 등을 통제한 분석에서 2015~2019년 55세 이상 중고령층과 35세 미만 청년층 사이에 고용대체 가능성이 나타났으며, 2005~2013년과 비교하면 2010년대 중반 이후 대체관계가 더 분명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체탄력성 분석에서는 거시·미시 자료 모두 약한 대체관계를 시사했지만 결과의 강건성은 제한적이었다.


이 연구의 핵심은 고령자 한 명이 늘면 청년 한 명이 반드시 줄어드는 기계적 관계를 주장한 데 있지 않다. 산업·직무·기업별 차이가 크더라도 세대 간 고용이 자동적인 보완관계에 있다는 낙관적 전제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향후 몇 년간 청년층과 중고령층의 노동공급이 동시에 증가하는 구간에서는 정년 관련 제도가 청년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정책적 함의다.


◩ 한국노동연구원 김기홍·이승호·노용환(2024): 재고용 방식은 고령자와 청년고용의 양립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기홍·이승호·노용환(2024)은 고용노동부 행정자료와 고용보험DB를 결합하고 합성이중차분법, 고정효과 이중차분법, 성향점수매칭을 활용해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과 고령자 고용지원금의 효과를 평가했다. 계속고용장려금 수혜사업장은 평균 3.08명분의 지원을 받았고 60세 이상 고용은 2.64명 증가했다. 제도별로는 정년 폐지와 정년 연장이 고령자 고용에 비교적 큰 효과를 보였고, 퇴직 후 재고용은 고령자와 청년고용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효과는 사업장 특성에 따라 달랐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고령자와 청년고용이 함께 증가했지만, 제조업의 계속고용장려금 수혜사업장에서는 청년고용 감소가 나타났고 수도권 사업장에서는 정책효과가 미미했다. 또한 지원사업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기 평가이므로 이 결과를 법정 정년의 일률적 상향 효과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직무와 임금을 새로 정할 수 있는 재고용 방식이 기존 고용비용을 그대로 연장하는 방식보다 세대 간 충돌을 줄일 여지가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 송헌재·전병힐·조하영(2024): 법 시행 전후 기업의 선제적 고용조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송헌재·전병힐·조하영(2024)은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다시 분석한 결과 청년고용과 장년고용이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한 분석에서도 감소 효과가 관찰됐다. 이는 정년 상향이 고령자의 고용을 언제나 순증시키는 것은 아니며, 기업이 제도 시행 전에 인력구조를 조정하거나 정년 적용 대상에 들기 전 근로자의 고용을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효과를 시행 이후 잔류한 근로자만으로 평가하면 이러한 사전 조정을 놓칠 수 있다.


연구

자료·접근

핵심 결과

정책적 교훈

한요셉

(2019)

코호트 불연속성과 사업체별 정년 변화

고령고용 증가, 민간 청년고용 약0.2명 감소; 대규모·급격한 상향에서 효과 집중

상향 속도 조절과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

김세움 외

(2022)

사업체패널·시계열 및 대체탄력성

최근 시기 약한 세대 간 대체관계; 보완관계 근거는 제한적

산업·기업별 이질성을 전제로 영향평가 필요

김기홍 외

(2024)

지원사업 행정자료·고용보험DB

지원기업의 고령고용 증가; 재고용은 청년고용에도 긍정적 가능성

고용형태와 임금조정이 결과를 좌우

송헌재 외

(2024)

60세 정년 의무화 효과 재분석

청년·장년고용 모두 감소

법 시행 전 선제적 구조조정까지 관찰해야 함

실증연구에서 도출되는 네 가지 교훈

첫째, 고령자와 청년의 고용관계는 경제 전체보다 대기업·공공기관 등 정원과 예산이 제한된 내부노동시장에서 더 민감하다. 둘째, 제도 시행 전에 희망퇴직과 채용감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예고기간과 단계적 일정이 필요하다. 셋째, 정년 상향·정년 폐지·재고용은 같은 고용연장이라도 청년채용과 기업비용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넷째, 임금·직무·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재고용과 선택형 계속고용이 세대 간 고용의 양립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인다.

주: KDI(2019·2024)와 한국노동연구원(2022·2024)의 연구 및 고용영향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


5. 해외 사례: 정년 상향보다 고용경로의 다양화와 단계적 전환에 초점


주요국은 고령자의 근로기간을 늘리면서도 하나의 법정 정년 방식만을 채택하지 않는다. 제도는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일정 연령까지 일할 기회를 넓히되 기업이 재고용 등 여러 수단을 선택하도록 하는 고용확보형에 가깝다. 영국과 미국은 일률적인 강제퇴직 연령을 폐지하거나 연령차별을 금지해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고용을 유도한다. 독일은 연금 수급 연기와 근로소득에 대한 세제·연금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장기근로를 촉진한다.


◩ 일본: 65세까지는 기업이 수단을 선택하고, 70세까지는 취업기회를 다원화


일본의 「고령자고용안정법」은 정년을 두는 경우 60세보다 낮게 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65세 미만의 정년을 둔 기업에는 65세까지 고용을 확보하기 위해 정년 상향, 정년 폐지, 계속고용제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핵심은 모든 기업에 동일한 정년을 강제하기보다 목표연령은 제시하되 달성수단은 기업의 인력구조와 직무 특성에 맞게 선택하도록 한 점이다. 일본 기업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이 널리 활용되며, 이 과정에서 직무·책임·근로시간·임금을 새 계약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2021년부터는 65~70세 구간에 대해서도 취업기회 확보를 노력의무로 두고, 정년 상향·폐지와 계속고용 외에 업무위탁 계약, 창업지원, 사회공헌사업 참여까지 선택지를 확대했다. 이는 70세까지 동일한 신분과 임금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령자의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용과 취업의 경계를 넓힌 접근이다. 한국에는 65세까지의 목표를 논의하더라도 재고용·시간단축·프로젝트 계약 등 복수의 경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 싱가포르: 장기 로드맵과 노사정 지침을 결합한 단계적 재고용


싱가포르는 법정 정년과 재고용 연령을 구분한다. 2026년 6월 현재 정년은 63세, 재고용 연령은 68세이며, 2026년 7월부터 각각 64세와 69세로 높아진다. 2030년에는 정년 65세, 재고용 70세를 목표로 한다. 적격 근로자는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 기회를 얻지만, 기존 직무가 유지되기 어렵다면 다른 직무와 조정된 임금, 단축된 근로시간을 제안할 수 있다.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고용지원금 성격의 보상 절차도 마련돼 있다.


싱가포르의 특징은 연령 상향 일정을 10년가량 앞서 제시하고 정부·사용자·노동계가 공동으로 재고용 지침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기업은 인력계획과 임금체계를 미리 조정할 시간을 얻고, 근로자는 재고용의 조건과 절차를 예측할 수 있다. 한국도 법률로 숫자만 먼저 올리기보다 단계별 시행시기, 기업 규모별 적용, 직무전환과 임금조정 원칙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영국·미국: 일률적 정년보다 연령차별 금지와 능력 중심 인사관리


영국은 2011년 기본 정년 65세를 폐지해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없는 한 연령만으로 근로자를 강제퇴직시키기 어렵게 했다. 근로자는 국가연금 수급연령을 넘어서도 계속 일할 수 있고 유연근무를 요청할 수 있다. 퇴직 시점은 일률적인 연령이 아니라 근로자의 선택과 업무수행 능력, 사용자의 객관적인 인사관리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성과평가와 직무관리 역량이 약한 기업에는 갈등이 늘 수 있으므로 투명한 평가기준이 전제돼야 한다.


미국의 연령차별금지법(ADEA)은 40세 이상 근로자에 대한 연령차별을 금지하며 대부분의 직종에서 연령만을 이유로 한 강제퇴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공공안전 직종이나 극히 일부 고위정책직 등에는 예외가 있지만 일반적 원칙은 연령보다 능력에 기초한 고용이다. 영국과 미국의 사례는 법정 정년 상향만이 고령자 고용을 늘리는 유일한 길이 아니며, 직무·성과 중심 임금과 객관적 성과관리, 연령차별 방지가 결합돼야 정년 폐지형 제도가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독일: 연금 수급 연기와 근로소득 인센티브로 자발적 장기근로 촉진


독일은 법정 연금수급연령을 단계적으로 67세까지 높이는 한편, 연금수급을 미루고 계속 일하면 매월0.5%씩 연금액을 가산한다. 법정 연금수급연령에 도달한 뒤에는 연금을 받으면서 근로소득을 얻어도 소득 상한을 두지 않는다. 기업에 고용연장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 연금과 근로소득을 자유롭게 결합하도록 해 근로자 스스로 계속 일할 유인을 높이는 구조다.


독일은 2026년부터 법정 연금수급연령 이후 자발적으로 계속 일하는 임금근로자에게 월 2,000유로까지 근로소득을 비과세하는 이른바 “활동연금(Aktivrente)”도 시행했다. 이는 고령자 고용정책이 노동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금·세제와 연결돼야 함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연금 수급을 늦추는 사람에 대한 가산, 연금과 근로소득의 병행, 고령근로에 대한 세제상 불이익 완화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유형

핵심 제도

운영의 특징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일본

고용확보형

65세까지 정년 상향·폐지·재고용 중 기업 선택

재고용 시 직무·임금 재설계, 70세까지 취업경로 확대

목표는 제시하되 수단을 복수화

싱가포르

단계적 재고용형

정년과 재고용연령을 구분해 단계 상향

장기 예고, 노사정 지침, 조정된 직무·임금 허용

로드맵과 준비기간을 제도화

영국·미국

정년폐지·차별금지형

일률적 강제퇴직 제한, 연령차별 금지

능력·성과 중심 인사와 유연근무

직무급·성과관리 기반을 먼저 확충

독일

연금·세제 유인형

연금수급 연기 가산, 연금·근로소득 병행

2026년 활동연금 등 자발적 장기근로 인센티브

노동법과 연금·세제를 패키지로 설계

: 일본 후생노동성, 싱가포르 인력부, 영국 정부, 미국 고용기회균등위원회, 독일 연방노동사회부·연방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


6. 정책 설계 및 결론: 획일적 정년 상향보다 선택형 계속고용으로


고령자의 소득공백과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려면 60세 이후 일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 그러나 정책목표를“법정 정년 65세”라는 하나의 숫자로 환원하면 정년제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공공부문 장기근속자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기업은 신규채용 축소와 조기 구조조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실증연구와 해외사례를 종합하면 정부는 고용연장의 목표를 제시하되 방법은 기업과 근로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직무·임금·근로시간 조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 “65세 정년 의무”가 아니라 “계속고용 선택”을 확대


법정 정년을 곧바로 65세로 일괄 상향하거나 모든 기업에 동일한 계속고용 방식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단시간 계속근로, 프로젝트형 계약 가운데 기업과 근로자가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선택 가능한 제도의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선택형 계속고용을 도입하는 기업에 직무전환과 훈련을 지원하는 데 있다.


◩ 60세 이후에는 직무·성과·근로시간에 따른 별도 근로계약을 허용


계속고용이 지속 가능하려면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 단순한 연령 기준 임금삭감이 아니라 담당 직무, 책임, 숙련 활용도,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다시 정하도록 해야 한다. 정년 후 재고용 시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음을 법률과 지침에 명확히 하고, 합리적 직무·임금 변경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 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단계적 일정과 기업 규모별 준비기간


고용연령을 한 번에 5년 높이기보다 연금 지급개시연령의 상향 일정과 연계해 61세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적용 시점은 최소 수년 전에 예고하고 대기업·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의 준비 여건을 구분해야 한다. 고강도 육체노동, 안전 직종, 사업 존속이 불안정한 영세기업에는 일률적인 연장 대신 재취업지원이나 외부 일자리 연계와 같은 대체수단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 청년채용 영향평가와 공공부문 인력총량 관리


제도 시행 전후의 청년 신규채용, 중고령자 고용, 총인건비, 조기퇴직, 승진 정체를 기업 규모·산업·직종별로 매년 공개해야 한다. 특히 정원이 통제되는 공공기관은 계속고용 인원과 청년채용 실적을 함께 관리하고, 고령자 고용 증가가 청년채용 감소로 자동 연결되지 않도록 직무 재설계와 보수체계 개편을 선행해야 한다.


◩ 정년제 밖의 50대 조기퇴직자를 위한 이동 가능한 노동시장 조성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52.9세에 이탈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법정 정년만 높여서는 다수의 중장년 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다. 재취업지원서비스를 퇴직 직전의 일회성 교육에서 50대 초반부터의 경력진단, 직업훈련, 채용연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시간선택형·전문계약직·프로젝트형 일자리를 활성화하고, 숙련 고령자의 재취업을 불필요하게 막는 기간제·파견 규제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 재정지원은 한시적·표적형으로 제한하고 연금·세제 유인을 병행


중소기업의 초기 적응을 위해 사회보험료와 직무전환 훈련비를 한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고임금·연공급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상시 임금보전은 기업의 구조개선을 지연시키고 재정부담을 고착화한다. 지원은 단순히 계속고용 인원에 비례하기보다 직무전환, 근로시간 조정, 청년 동시채용 등의 성과와 연계해야 한다. 동시에 연금 수급 연기 가산, 연금과 근로소득의 원활한 병행, 고령근로에 대한 세제상 불이익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 결론: 목표는 정년 숫자가 아니라 생산성에 맞게 오래 일할 수 있는 선택지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사이의 소득 공백, 숙련인력 부족, 빠른 고령화를 고려하면 고령자 고용연장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일한 직무·임금·근로시간을 65세까지 법률로 연장하면 고용비용이 기업의 고정비로 전환되고, 그 부담은 청년 구직자와 중소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


정책 목표는“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65세까지 남는 것”이 아니라“일하기 원하는 사람이 생산성과 생활여건에 맞는 조건으로 더 오래 일할 선택지를 갖는 것”이어야 한다. 정년 연장·정년 폐지·재고용·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와 유연한 근로시간, 연금·세제 인센티브를 결합해야 한다.


고령자 고용과 청년고용은 반드시 제로섬은 아니지만, 제도 설계가 잘못되면 제로섬으로 변할 수 있다. 획일적 정년 상향보다 선택형 계속고용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의 이동성과 임금체계를 함께 개혁할 때 고령자의 소득안정과 청년의 진입기회를 동시에 지킬 수 있다.


자유기업원 제언

정치권은 법정 정년을 몇 세로 정할 것인지에만 논의를 집중해서는 안 된다. 기업에 일률적인 비용을 전가하지 않으면서 고령자의 일할 기회를 확대하도록 계속고용 방식의 선택권과 임금·직무·근로시간 조정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정년 논의는 연공급 개편, 청년채용 영향평가, 중소기업의 단계적 적응, 50대 조기퇴직자의 재취업, 연금·세제 인센티브를 함께 담은 노동시장 개혁 패키지로 추진해야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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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데이터처(2025.8.6),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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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움·강신혁·윤윤규(2022), 『청년과 중고령 세대 간 고용대체 관계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 김지연(2024),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 KDI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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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연방정부(2026), “Active Pension” 관련 법령 및 정책자료.

· 매일경제(2026.6.19), 「한국노총 방문한 국힘 정점식“노동현장 목소리 경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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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헌재·전병힐·조하영(2024), 「60세 정년 의무화가 청년 및 장년고용에 미친 영향」, 『노동정책연구』, 24(1), 5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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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요셉(2019),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KDI 정책연구시리즈2019-03.

· 한요셉(2024),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KDI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