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해 재택치료자가 크게 늘며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의 상비약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제약사에 감기약의 생산량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제약업계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매출 증가가 이익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의 매출이 급증하면 제약사는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PVA, Price-Volume Agreement)’의 규제를 받게 된다.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가 약제의 사용량이 일정 수준 증가하면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의 협상을 통해 약제의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PVA는 제약사의 초과 수익으로 인한 보험재정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하지만, 광범위한 약제가 PVA의 규제 대상이 되면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PVA의 부작용을 제약자, 제약 산업, 소비자의 관점에서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PVA는 제약사의 생산 의욕을 저하한다. 이번 감기약 품절 대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제약회사가 감기약의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돌아오는 결과는 가격의 하향 조정이다. 제약사로서는 한시적인 감기약 판매의 증가로 인한 반영구적인 가격의 감소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많이 판매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 탓에 제약사는 적극적으로 초과 생산해 이익을 창출하려 하지 않는다.
둘째로, PVA는 국내 제약 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가 PVA가 기업 간 경쟁을 제한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이 약가를 인하해야 하는 불합리를 조장한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를 받는 국내산 약제는 국내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PVA는 의약품의 수급과 처방의 차질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킨다. 향후 PVA로 인해 감기약과 함께 처방량이 늘어난 해열제, 진통제, 위장약 등의 가격도 PVA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결국 약제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환자는 처방을 받을 수 없다는 피해를 받게 된다. 온 국민의 건강을 보장한다는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기 위해 실시된 PVA가 오히려 건강보험의 목적과 충돌하고 있다.
이처럼 PVA는 제약사, 제약 산업,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각기 다른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PVA의 현실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VA의 적용 대상 의약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코로나와 같은 특수 상황을 고려하는 기준을 확대함으로써 PVA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PVA의 부작용을 줄이는 개선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김가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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