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프리드먼, 그리고 나

Christopher Westley / 2019-03-25 / 조회: 13,333


cfe_해외칼럼_19-48.pdf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임*

Christopher Westley,

Augusto, Milton, and Me: Reflections on a Trip to Chile

9 October, 2018


최근에 칠레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하며 많은 칠레인들과 칠레의 경제와 정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까지도 칠레에 잔존하는 아옌데 지지자들과 피노체트 지지자들 간의 분열에 대해 특히 초점을 맞추었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일원으로서 밀턴 프리드먼을 위시한 시카고학파를 변호하는 것은 꽤나 어색한 일이지만, 적어도 이 사안에서는 프리드먼을 변호해야 할 것 같다. 많은 대화 끝에 내린 결론이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살바도르 아옌데는 1970년에 아슬아슬한 득표 차로 칠레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마르크스주의자다. 당선 3년 후, 아옌데는 미국의 정보기관(과 다른 몇몇 국가의 정보작전)의 지원을 받은 군사 쿠데타로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려졌다. 중요한 사실은 다음이다. 산티아고가 새로운 하바나가 되어간다는, 즉 '칠레도 쿠바 같은 경찰국가가 되어간다'는 우려가, 군사 혁명으로, 칠레 공군의 대통령궁 폭격으로, 마침내는 아옌데의 자결로 이어졌다는 것.


그리고 이어지는 17년 동안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이 칠레를 통치하며 보여준 사실은, 공산주의와 같은 악에 저항했던 많은 사람들이 도리어 그 적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옌데는 카스트로주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분투했고(세 자릿수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율을 보라), 피노체트는 고문과 살인을 일삼는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아옌데를 따랐던 세력과 지지자들이 그 첫 번째 표적이었다. 심지어 아옌데와 연관이 없는 사람들도 비밀 경찰의 표적이 되었다. 그들이 어느 날 이유 없이 임의적으로 당신을 지목했다면, 당신도 역시 표적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수만 명의 사람들이 칠레에 법치를 회복시키겠다던 한 남자에 의해 구금되고 고문당하고 살해되었다.


결국 부패한 피노체트는 새로운 헌법을 투표에 부쳤고, 이어 자신의 집권 연장에 대한 국민 신임 투표(plebiscite)를 실시했다. 아옌데의 당선으로부터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비로소 권좌를 내놓은 것이다. 후에 피노체트가 사망하고 30여 년이 흐른 칠레의 좌-우파간 이념 갈등 양상은 미국의 갈등 양상과 유사하다. 내가 칠레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이 갈등이 아옌데와 피노체트, 두 악() 중 차악(次惡)을 정하는 일에 대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상의 설명은 칠레의 애통한 역사를 그려내기 턱없이 부족하지만, 우리는 이로부터 3가지 분명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근소한 차이로 간신히 당선된 이데올로그는 주권자의 모든 권한을 부여 받은 것처럼 통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면 싫든 좋든 분란을 초래하게 된다. 둘째, 권좌에서 물러나기로 한 피노체트의 결정은 바람직한 것이었고, 그 결정은 그의 독재적인 토양과는 상당히 상반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꽤나 역설적이지만 피노체트의 결정으로 칠레는 현재 아메리카 대륙에서 몇 안 되는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셋째,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하고 자유 시장적 경제관에 영향을 받은 경제학자들, 소위 시카고 보이즈(the Chicago Boys)가 후()아옌대 시대의 경제 발전을 이룩하도록 한 공()은 분명 피노체트에게로 돌아간다. 시카고 보이즈는 경제를 자유화하고 시장을 해외에 개방했으며 국영기업들을 사유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안정화시키는데 일조했다. 


나는 바로 이 세 번째 지점에서 프리드먼을 변호하게 되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유별난 대중적인 자유주의자였다. 그는 실증주의의 선봉에 섰고, (모든 자유 시장에서의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가격인) 이자율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불환지폐의 화신이었다. 또한 원천 징수제와 근로장려세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학자이기도 하다. 재정과 통화를 관리하는 기관들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는 프리드먼의 기여가 컸다. 이 '불편한' 사실은 분명 프리드먼의 지지자들의 골칫거리여야 한다.



아옌데의 지지자들은 그 당시 자유 시장적 경제학의 확산이 피노체트 정권과 연계되어 있었다는 이유에서인지, 자유 시장적 경제학 자체가 오염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한 경제학적 주장과 그 주장을 실현시키는 정권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도 없다. 나는 프리드먼이 국가에게 그러한 권력을 용인한 것을 문제 삼는 사람이지만, 자유 시장의 토대를 닦아 199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게 하는데 그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피노체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을 때, 칠레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었다. 그 때 칠레는 여타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처럼 케인스주의적 포퓰리즘을 부활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칠레는 그보다는 세율을 낮추고, 자본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전세계적 분업의 장에 편입되는 길을 택했다. 칠레야말로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제 발전 모델이 되어야 한다.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베네수엘라와 같은 부패하고 정실주의적인 국가가 본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생각을 호주에 거주 중인 한 칠레 분에게 전한 적이 있다. 그 분의 가족은 1970년도 무렵 피노체트 치하 비밀 경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호주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칠레 경제를 현 수준까지 성장시키는데 있어 자유 시장의 기여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서 그는 칠레는 호주와 같은 선진국들에 비해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나는 애초에 비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칠레의 소득 불평등 수준은, 호주가 칠레와 비슷한 정도로 시장 경제가 발달해 있었던 초기 단계에서의 소득 불평등 수준과 비교 가능한 것이다. 그 말은 즉, 칠레가 계속 자본을 유치시키고 빈곤층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면, 칠레도 호주와 같이 중산층을 두텁게 하여 소득 불평등을 떨어뜨릴 수 있을 거라는 의미다.


칠레의 경제를 호주나 미국의 경제와 비교하는 것은 일종의 열반의 오류(nirvana fallacy)를 범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의 경제와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물론 칠레가 이들 국가들보다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표에서 칠레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칠레는 남미 국가들을 괴롭혔고 지금도 괴롭히고 있는 주기적인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모면해오고 있다. 구리 가격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약점이 있었지만,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온 덕분에 지금은 과거에 비해 덜 의존적이다.


물론 내가 만난 칠레인들은 프리드먼을 '자유 시장의 원칙을 타협했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분명 국가 팽창에 지적으로 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영향은 아직도 칠레와 미국에서 경제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칠레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조세로 국가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인플레이션은 시장 원리에 의해서만 자본이 회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더 큰 이득을 정치적으로 연줄이 많은 개인이나, 기업, 산업들이 가져가게 한다. 또한 칠레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 같은 부의 이전을 돕기 위해 가격 인플레를 계속 발생시켜 화폐의 구매력을 절하시키고 있고, 이는 특히 빈곤층에 피해를 안긴다.



지난 20여 년의 세월 동안 칠레가 보여준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보고 있노라면 '만약 피노체트와 그의 고문들이 타협적인 프리드먼이 아닌 완고한 미제스의 통찰에 마음이 이끌렸다면 지금 칠레의 모습은 어땠을까'하는 우스운 상상을 하게 된다. (역주: 물론 미제스는 피노체트의 철권 통치에 대해서도 매우 비타협적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애초에 1950~60년대에는 그렇게 차세대 리더들을 양성할 만한 미제시언(Misesian) 학술 프로그램도 없었다.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들을 후원해야 하지 않을까.


번역: 조범수

출처: https://mises.org/wire/augusto-milton-and-me-reflections-trip-ch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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