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를 놀리는 중간광고와 PCM(유사 중간광고)

김형림 / 2020-06-11 / 조회: 3,172

행복이란 별 것 아니다. 가족들과 거실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TV 드라마에 몰입하여 수다 떠는 것. 많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 또한 휴일이면 이 바보상자(TV)와 하루 종일 함께한다. 이처럼 TV 방송은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도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그 과정에서 꾸준한 발전과 변화를 겪었다.


최근 1~2년 사이 방송문화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케이블 방송을 보다보면 경연 진행자가 “60초 후에 공개합니다!”라고 한다든지, 드라마 중간에 ‘광고 후에 방송됩니다’라는 문구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장면을 공중파 방송에서도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약 60~80분 분량의 드라마 한 회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그 사이에 광고를 넣는다. TV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한 번도 끊지 않고 보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심지어 올해(2020년) 초에 방송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인기를 얻게 되자, 한 술 더 나아가 한 회를 3부로 나누어 엄청난 광고수익과 빗발치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동시에 두둑이 챙겼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중간광고를 하게 된 데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중파 방송 중간에 나오는 광고는 ‘중간광고’가 아닌 ‘PCM(Premium Commercial Message : 유사 중간광고)’이다. 중간광고는 한 편의 방송 도중 임의의 시점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광고이고, PCM은 앞서 말했듯이 1부와 2부 등 별개의 방송으로 나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광고법상 중간광고는 케이블 방송에서만 가능한데, 이는 방송산업 초기에 공중파-케이블의 균형발전과 시청자의 주권 보호를 위한 취지이다. 케이블 방송은 공중파 방송에 비해 약한 규제로 더 많은 광고수익을 얻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공중파 방송 3사가 찾은 방법이 PCM이다. 방송 ‘중간’에 광고를 넣지 못한다면 아예 별개의 방송으로 나누면 될 일이었다. 따라서 PCM은 말하자면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중파 방송사의 일종의 ‘꼼수(편법)’라고 할 수 있다.


<스토브리그>의 PCM을 보면서 이렇게 느꼈다. ‘이거 완전 시청자를 기만하는 거 아니야?’ 그러나 얼마 후 생각을 조금 바꾸어 방송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드라마 산업은 공중파 3사가 꽉 쥐고 있었다. 밤 10시가 되면 시청자들은 3개의 채널 중 하나를 골라서 보았다. 이 당시 케이블 방송에만 허용되는 중간광고는 공중파 방송사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청률을 공중파가 독점하고 있었으니까. 공중파 방송사는 드라마 제작 또한 자체적으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현재는 외주 제작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졌고, 시청률은 공중파-케이블 할 것 없이 고르게 분포하게 되었다. 즉 이제는 공중파와 케이블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표현·편성제약 등 적용되는 규제 또한 달라서 오히려 케이블 방송이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주변에서 재미있다고 하는 방송들을 잘 살펴보면 공중파보다는 케이블이 많지 않은가? 또 ‘다시보기’ 서비스나 Youtube 등의 ‘개인방송 및 클립영상’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공중파 입장에서는 유래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광고 수익을 통해 케이블에 빼앗긴 부분을 회복하려고 해도, 중간광고를 허용해달라는 방송사들의 요구는 여전히 시청자의 주권 보호를 이유로 반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역으로 PCM에 대한 규제가 새로 생길 수도 있다.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은 공중파 3사 및 케이블 방송사의 법률로 보호된 경쟁 덕분에 발전했다. 균형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여 출발선이 같아진 지금,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서는 광고법을 개정하여 공중파 방송에서도 중간광고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경쟁이 이어지고, 모두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드라마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중간광고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도 있다. 허나 이 또한 방송사들이 시청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광고로 인한 최소한의 방해로 최대한의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토브리그>의 사례 이후 3부로 나눈 드라마는 더 이상 없다. 즉 시청자와 방송사의 지속적인 이해관계의 조정과정을 거쳐 균형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발전된 방송으로 내 행복이 증진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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