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창조적 파괴, 정책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글쓴이
배지호 2026-05-27

경제학은 많은 정책에 대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도서정가제, 다양한 보조금,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현실에서 시행되는 정책들은 책에서 배운 시장경제의 논리와는 분명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면 해당 정책들이 사중손실을 야기하며,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후생을 감소시킨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최근 노벨 경제학상 수상으로도 알려진 창조적 파괴 개념은, 시장경제를 토대로 혁신과 파괴가 반복되며 경제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이는 근래에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20세기 조지프 슘페터에 의해 알려진 개념이다. 즉,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잘 설명해 온 개념이다. 따라서 창조적 파괴 개념으로 시장을 들여다본다면, 창조와 파괴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산출물임과 동시에 성장동력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글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정부가 개입해 이를 거스르려는 시도가 오히려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창조적 파괴 개념으로 시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을 들여다본다면 다른 해석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예시로 지난 몇십 년간 영세서점을 운영해 왔고, 지금까지 서점 일 외에는 아무 경험도 없으며,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을 보자. 이 사람에게 대형 서점업 및 온라인 서점업의 창조와 그로 인한 영세서점업의 파괴는 삶에 있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크기가 아닐 것이다. 즉, 창조를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대가를 받는 집단이 존재하는 한편, 파괴에 대한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는 집단 역시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의 일생은 시장의 존재보다 훨씬 짧기에, 시장이 체감하는 파괴와 사람이 체감하는 파괴는 분명 그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넛지'의 저자가 인간이 합리적인 의사결정만을 내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고 주장하듯, 예시의 사람 역시 본인의 일자리가 파괴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울뿐더러, 행동경제학의 현상유지편향은 그 사람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어려움 역시 잘 설명한다.

이렇게 상반되는 관점 사이에서 이상적인 정책의 역할은 분명해 보인다. 성장을 최대한 저해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앞서 언급된 정책들은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서문의 정책들은 모두 유사한 논리를 가지고 있으니 도서정가제를 구체적인 예시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추가적인 유입을 막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선 예시에서는 이미 몇십 년간 영세서점을 운영해 왔고, 다른 일에 대한 경험이 없으며,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다는 가정이 존재했다. 즉, 그 사람은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지속적으로 시행된다는 보장이 존재한다면, 새로운 공급자가 지속적으로 영세서점업 시장에 진입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서정가제로 인해 이윤이 유지되는 영세서점업이 공급자의 진입 조건을 만족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즉, 창조적 파괴 개념의 경제 성장 논리에 따라 파괴의 대상이 되는 산업들이 사회적 후생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존속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원 대상을 개선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적절한 지원이 아니다. 도서정가제의 경우 도서 판매 시장에서 영세서점업자들의 경쟁력을 확보한다. 달리 말하자면, 이는 영세서점업자들이 도서 판매 시장에 머물 유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앞선 나이 든 서점업자 외에도 해당 업계에는 재취업이 가능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해당 집단에게는 보호를 통해 시장에 지속적으로 머물 유인을 제공하는 것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 지원이 더 적절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토대로 해결책에 대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해당 정책들에 시행기간을 설정해 장기적인 시장 진입 유인을 차단하고,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닌 재취업을 장려하는 교육 지원금을 제공해 새로운 일자리를 탐색하도록 넛지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추가적인 유입을 줄이는 동시에, 파괴된 산업에서 새로운 산업으로의 이동을 촉진해 더욱 효율적인 자원 분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발전은 앞으로 더 많은 창조와 파괴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AI로 인한 실업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득표를 위한 정책을 고안하는 것보다 기존 정책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