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파는 플랫폼, ‘보이는 손’이 위협하는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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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신윤호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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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제 속 정부의 역할, 시장 조성자]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영리행위가 시장(market)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거쳐 공익으로 귀결되는 원리를 발견하고,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이라 이름지었다. 후대의 앨프리드 마셜은, 그 손이 가격(price)을 매개로 작동함을 수요-공급곡선을 이용해 수리적으로 설명했다. 현대 경제학의 모든 논의는 이 시장 원리에서 출발한다.
시장경제의 가격 결정 과정은, 모든 시장 참여자가 참여하는 민주적 과정이다. 이 점에서, 자유시장경제는 당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공산주의 계획경제와 선명하게 대비된다. 애덤 스미스는 이런 '보이는 손(a visible hand)’에 의한 가격 결정에 반대했다. 대신 그는 정부에게 국방과 사법 기능을 통해 안전하고 공정한 시장을 조성할 의무를 부여, '야경국가’의 역할을 주문했다.
[시장을 파는 플랫폼—두 시장, 두 성격]
그러나 오늘날 시장 조성은 더 이상 정부 고유의 몫이 아니다. 플랫폼이 등장한 탓이다. 플랫폼 기업은 단순한 시장 참여자(market participant)가 아니다. 외부 시장에서는 플랫폼을 상품으로 내걸고 경쟁하지만, 동시에 플랫폼 내부에 독자적인 양면 시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시장 조성자(market operator)의 역할을 한다. 두 시장의 경계면에서, 플랫폼은 서로 다른 성격으로 관측된다. 플랫폼의 두 얼굴, 시장성과 상품성이다.
경제학 전통에서, 시장 자체는 상품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그러나 플랫폼은 시장에 거래될 수 있는 성격, 상품성을 부여했다. 기업이 조성한 시장에서는, 안전성과 공정성이 약화된 반면 영리성 논리가 시장 운영에 강하게 개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거래 수수료, 광고, 데이터 독점 등으로 구체화된 플랫폼의 수익 구조는,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거래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시장 효율성 저해로 이어진다.
[내부 시장 속 플랫폼의 이중 지위]
외부 시장을 독점한 플랫폼은, 외부 시장을 내부화한 후 다시 플레이어로서 참여한다. 이때 플랫폼은 내부 시장에서 조성자와 참여자의 '이중 지위’를 누리는데, 구체적으로는 조성자로서 축적한 정보를 참여자의 수익 극대화에 활용하게 된다. 이 순간, 플랫폼은 '보이는 손’으로 돌변한다.
예컨대 카카오T는 택시 호출 시장의 95%를 점유(2024), 사실상 시장을 내부화했다. 이어 자회사(KM솔루션 등)를 설립해 내부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상품으로서 카카오T는 치열한 가격 경쟁을 통해 선택된 '매우 시장적’인 결과물로 보이지만, 내부 시장에서는 이중 지위를 이용한 여러 '반시장적’ 특징이 드러난다.
a. 강제된 선택: 알고리즘이 탑승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직영 차량을 우선 배차함으로써, 자유시장경제의 대전제인 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
b. 가격 개입: 탄력요금제(기본요금의 0.8~4.0배)는 기존의 법정 요율을 회사 임의로 변형한 것으로, 소비자 잉여를 감소시키고 가격제한의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을 심화시킨다.
c. 부당 경쟁: 고수익 호출을 자회사에 배차하는 자사우대(self-preferencing)는 경쟁에 의한 효율적 자원 배분을 저해한다.
[시장적 해법: '보이지 않는 손’을 지키는 시장 공공성 회복]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개별 제재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시장 조성자-참여자 이중 지위를 구조적으로 해소하고, 시장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1995년 금산분리와 2001년 전력거래소-한국전력 분리가 있다. 각각 금융 시장, 전력 시장의 이중 지위 문제를 해결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후속적으로 시장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기관(각각 금융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다.
시장은 안전하고 공정한, 자유로운 경쟁의 장이자 시장경제의 토대이다. 애덤 스미스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경계하면서도, 정부에 시장 조성의 의무를 부여했다. 경쟁이 이루어지는 운동장만큼은 가계나 기업이 아닌, 정부의 손에 의해서만 공정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시대, 시장 공공성 회복은 '보이지 않는 손’인 자유시장을 지키는 가장 시장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