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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수수료 논쟁과 이슈

글쓴이
한주형 2025-12-12

1. 생활 인프라가 된 배달앱, 누가 얼마를 내는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배달앱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니라, 오늘날 도시 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되었다. 집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우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한두 개의 앱을 켜고, 그 안에서 할인, 별점, 배달시간을 비교한 후 주문을 확정한다. 소비자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다양한 선택을 누리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중개수수료와 광고비가 쌓이면서 “배달 주문이 많아질수록 남는 돈이 줄어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배달앱 수수료 논쟁을 둘러싼 감정은 뜨겁지만, 그 구조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경제학적으로 꽤 명확한 특징이 드러난다. 배달앱은 고객과 가게를 동시에 상대하는 이른바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다(Rochet & Tirole, 2003). 플랫폼은 한쪽 면(소비자)에게는 쿠폰과 편리함을 팔고, 다른 쪽 면(점주)에게는 주문 증가와 광고 노출을 판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누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감정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2. 양면시장 구조 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조정


현재 한국의 배달앱 시장은 상위 3사가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로 알려져 있다. 시장 분석 기사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은 9%대 후반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소상공인의 경우 연간 수백만 원 수준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부담이 누적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했고, 일정 조건 하에서 평균 수수료율 상한을 6.8%로 낮추고 매출 하위 점포에는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이는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이미 단순한 시장 분쟁을 넘어 공적 조정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양면시장 이론은 플랫폼이 왜 이런 방식으로 가격을 설계하는지 설명해 준다. Rochet와 Tirole(2003)에 따르면 양면시장에서 플랫폼은 두 집단 사이의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해 어느 쪽에 더 많은 비용을 부과할지 전략적으로 결정한다. 배달앱의 경우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가게 입점의 가치가 커지고, 가게가 많아질수록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때 플랫폼은 대개 소비자 측에는 높은 할인과 쿠폰, 낮은 가입비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가게 측 수수료와 광고비로 회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사용자와 데이터가 한 플랫폼에 집중되면 후발 주자의 진입이 어려워지고, 플랫폼은 검색과 노출 알고리즘을 통해 일종의 “자기만의 렌트(초과 이익)”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에서 공공배달앱이 등장한 배경도 이러한 플랫폼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여러 지자체는 민간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와 사실상의 독점 구조에 대응해, 낮은 수수료를 내세운 공공배달앱을 출시했다. 그러나 후속 연구와 평가에서는 공공배달앱이 민간 기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서비스 경쟁까지 해내기는 쉽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다. 홍보와 UX, 결제·포인트 연계에서 민간 앱과의 격차가 컸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용률이 낮아 재정 지원에 비해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는 정부가 플랫폼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 맡기면 알아서 해결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과점 구조에서 플랫폼은 수수료와 광고비를 조정하는 강한 권한을 갖게 되고, 이는 소상공인의 협상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양극단이 아니라, 시장의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중간 지점이다. 예컨대 수수료·광고비와 노출 알고리즘의 기본 원리를 일정 수준 이상 공개하고, 서로 다른 플랫폼의 조건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 인프라를 마련하면 자영업자가 전략적으로 입점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 상생협의체에서 합의한 수수료 구간과 표현 규제는 이런 방향의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공공배달앱의 역할도 “민간 앱과 정면 경쟁하는 또 하나의 배달앱”이 아니라, 수수료, 배달비, 서비스 품질을 비교와 감시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제안이 나온다. 정부·플랫폼, 자영업자, 소비자가 참여하는 상설 거버넌스를 통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수수료와 광고 규칙을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런 다중 이해관계자 접근은 최근 국제기구가 디지털 플랫폼 규범 논의에서 강조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3. 배달앱을 없앨 것인가, 규칙을 바꿀 것인가?


배달앱을 둘러싼 논쟁에서 종종 극단적인 주장들이 등장한다. 어떤 사람은 플랫폼을 “갑질의 상징”으로 규정하며 강한 규제를 요구하고, 또 어떤 사람은 “혁신을 죽이는 규제”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양면시장 구조와 현재의 과점 현실을 함께 고려해 보면, 보다 생산적인 질문은 “배달앱을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배달앱이 어떤 규칙 아래에서 작동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배달앱은 분명 거래비용을 줄이고 선택을 넓힌 혁신이다. 동시에 이 혁신이 만들어낸 이익과 비용이 플랫폼, 소비자, 자영업자 사이에서 어떻게 나누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투명한 점검과 조정이 필요하다. 수수료 논쟁을 감정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양면시장 이론과 실제 데이터에 기반해 가격 설계와 규제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요구된다. 그렇게 될 때 배달앱은 특정 집단의 희생 위에 선 “필요악”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 속에서 작동하는 디지털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