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경제학: 데이트 비용이 알려준 시장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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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허준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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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할 때 누가 돈을 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의 논쟁거리인 이 질문에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고스란히 숨어 있다.
연애를 시작하면 누구나 자원의 한계를 실감한다. 주말에 쓸 수 있는 시간, 월급에서 남는 용돈, 감정적으로 쏟을 수 있는 에너지 이 모든 것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연애 역시 경제 행위다.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연애는 단기전이 아니기에 더더욱 계속해서 선택해야 한다.
처음에는 “돈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애 6개월 차, 계좌 잔고를 보고 깨달았다. 사랑도 결국 기회비용의 계산 위에서 유지된다. 값비싼 레스토랑 대신 공원 산책을 택하는 것은 단순한 절약이 아닌 ‘금전적 지출’과 ‘정서적 만족’ 중 더 큰 효용을 주는 선택이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합리적 선택이 사랑의 현장에서도 작동한다.
데이트 비용을 나누는 문제는 교환의 공정성과 관련이 깊다.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참여자 모두가 자발적이고 대등한 위치에서 교환해야 한다. 한쪽만 지속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면 불균형이 생기고 결국 관계의 ‘시장가격’이 왜곡된다. 반대로 비용과 노력을 공정하게 나누면 서로의 자원과 가치를 인정하는 효율적 교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한 사랑의 효용은 절대적인 금액이 아닌 지불 대비 만족감 즉 한계효용으로 측정된다. 5만 원짜리 저녁보다 5천 원짜리 커피 한 잔이 더 큰 행복을 줄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그대로 나타나는 순간이다. 처음엔 비싼 선물이 설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의 효용은 물가보다 빠르게 떨어진다. 결국, 관계의 지속 가능성은 소비의 크기보다 효용의 질적 수준에 달려 있다.
최근 젊은 세대는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중시한다고 한다. 사랑에서도 이 변화가 뚜렷하다. 과거에는 비싼 선물이나 이벤트가 애정의 척도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심리적 만족을 극대화하는 선택 즉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행복을 주는 경험”이 중요해졌다. 이는 시장경제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소비자가 자신에게 가장 높은 효용을 주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 처럼 연애에서도 개인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선택을 찾아간다.
시장에서 가격은 교환의 신호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데이트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는 단순한 돈 문제를 넘어서 서로의 가치 인식과 우선순위를 교환하는 의사소통 수단이다. 상대의 지불 의사와 나의 수용 태도가 맞아떨어질 때 관계는 안정적인 균형점을 찾는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균형이 사랑에서도 성립하는 셈이다.
결국 사랑은 무형의 시장이다. 각자 다른 가치관과 자원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교환·조정·협상을 통해 만족을 극대화한다. 그 과정이 바로 시장경제의 축소판이다. 연애는 단순한 감정의 흐름이 아닌 서로의 효용을 고려하며 자율적으로 최적의 선택을 모색하는 경제적 행위다.
시장 질서가 수렴하는건 여러 이해자가 상호작용 하며 공통의 규칙과 질서로 통합이 되는 것이다. 연애에서도 누가 더 내야 한다는 정답은 없지만 서로의 가치와 한계를 존중하며 상호작용하며 합리적으로 조율할 때 관계는 가장 효율적인 질서로 수렴한다.
사랑은 가장 인간적인 시장이다.
그곳에서도 가격은 존재하고, 교환이 일어나며, 효용이 측정된다. 다만 이 시장의 통화 단위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고 이윤은 행복으로 계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