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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장 안에 숨은 시장의 질서

글쓴이
임태경 2025-12-12

저번 달, 생애 첫 콘서트를 다녀왔다.


그 전까지는 콘서트 예매가 얼마나 치열한지 몰랐다. 단순히 표를 사서 공연을 보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깨달았다. “이건 전쟁이구나.” 몇 초 만에 매진, 끊기는 서버, 사라지는 좌석. 그날 처음으로 느꼈다. 티켓팅은 하나의 시장이구나.


비록 원하던 좌석은 아니었지만 예매에 성공했다. 공연장에 들어가 다양한 좌석을 직접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대와 가까운 자리, 시야가 탁 트인 구역은 금세 매진되고, 시야가 가려지는 좌석은 비교적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그건 단순한 ‘자리의 높낮이’가 아니라 수요의 차이였다. 사람들이 더 큰 만족을 얻는 좌석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부여된다. 그날 공연장은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는 시장경제의 축소판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조정이 항상 순조롭진 않다.


티켓이 동나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돈 많은 사람만 좋은 자리 본다”, “암표상이 다 사간다”는 말도 많다. 나 역시 처음엔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 불만 속에도 배울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시장의 가격 신호가 왜곡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티켓팅의 본질은 ‘희소한 자원의 배분’이다. 좌석은 한정되어 있고, 수요는 넘쳐난다. 이때 시장은 보통 ‘가격’을 통해 수요를 조정한다.


그러나 공연 업계는 “공정해 보이는 정가제”를 유지한다. 결국 시장의 신호가 차단되고, 그 빈틈을 비공식 거래, 즉 암표가 메우게 된다.


암표 거래는 분명 불법이고 비윤리적이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시장이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금의 가격은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다.


즉, 암표는 시장의 실패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래서 해결책은 억압이 아니라 시장 원리를 제도권 안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을 도입해 인기 공연의 가격을 수요에 맞춰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이 제도는 처음엔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암표 거래를 줄이고, 공식 플랫폼 안에서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게 했다. 결국 시장에 맡기면 ‘공정한 기회’가 오히려 넓어진 셈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첫 콘서트 경험은 그 자체가 시장경제의 축소판이었다. 누구나 좋은 자리를 원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결과의 평등은 불가능하지만, 시장은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더 비싼 자리를 살 자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즐길 자유, 혹은 온라인 중계를 택할 자유까지.


이 자유로운 선택 속에서 시장은 질서를 만들어낸다. 공연이 끝난 뒤, 나는 관객들의 함성보다 그 안에 담긴 시장의 질서가 더 인상 깊었다.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결국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


티켓팅은 잔혹하지만 정직하다. 그 잔혹함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시장경제의 진짜 공정성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 속에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