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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튜터의 등장, 공부 시장의 혁명 — 인공지능이 만든 새로운 시장경제의 교실

글쓴이
허태현 2025-12-12

“요즘은 교수님이나 과외선생님보다 챗GPT가 훨씬 나은 것 같아요.”


대학교 도서관에서 후배가 한 말이다. 처음엔 농담처럼 가볍게 들렸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꽤 진지한 이야기였다. 과제를 도와주고, 개념을 정리하고, 영어 에세이를 교정해주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이제 대학생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 나 또한 AI에게 전공 과목 문제 풀이 과정을 물어보며 공부한다. 놀랍게도, 답은 정확하고 설명은 상세하다. 어쩌면 교수님의 수업보다 이해하는데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AI 튜터의 등장은 교육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과외’나 '학원’은 비싼 개인 서비스를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AI 튜터를 불러낼 수 있다. 가격은 무료 혹은 비싸봐야 월 3만원 대에, 이용 시간의 제약도 없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거래비용의 감소"다.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던 중개비와 시간비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교육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물론 AI가 모든 학생에게 같은 효율을 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AI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스스로의 학습 의지가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 역시 "장 경쟁" 기회를 낳는다. 실제로 챗GPT, 제미나이와 같은 LLM 모델·뤼튼·클래스101 AI·콴다 등은 서로 다른 학습층을 겨냥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서비스는 문장 교정에 강하고, 어떤 서비스는 수학 풀이에 특화되어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학습 스타일에 맞는 AI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시장은 더욱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튜터가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가격 신호"다. 예전엔 학원비나 과외비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AI 서비스를 통해 대부분의 지식이 무료에 가깝게 제공되며, '비싼 수업’의 가치는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라 '맞춤형 피드백’과 '감정적 동기부여’로 이동하고 있다. 즉, 시장은 효율적으로 반응해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가치’에 프리미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AI 튜터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어떤 학원이 좋은지, 어떤 강사가 믿을 만한지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AI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품질의 답변을 제공한다. 이런 균질한 정보 환경은 시장의 불완전성을 줄이고, 더 많은 학습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 시장경제가 지향하는 '자율성과 평등한 기회’가 첨단 기술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교사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의 등장은 교사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게 만든다. AI가 지식을 전달한다면, 인간은 '동기부여’와 '관계’를 담당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분업의 효율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각자가 비교우위를 가진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전체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


결국 AI 튜터의 확산은 교육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결과다. 기술 혁신이 공급비용을 낮추고,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며, 시장은 그에 맞춰 균형점을 찾아간다.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가 아닌, 자율적 선택과 경쟁이 교육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제 시험 공부를 하다 막히면 자연스럽게 AI에게 묻는다. AI는 즉시 답을 내놓고, 나는 그 설명을 바탕으로 더 깊이 탐구한다. 이는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지식의 시장’이 진화하는 현장을 몸소 체감하는 일이다.


AI 튜터의 시대는 지식의 독점을 허물고, 학습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시장경제의 원리가 교실 안에서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새로운 시장의 교실에서 배우는 가장 큰 교훈은 하나일지 모른다 — "효율은 기술이 만들지만, 배움의 가치는 여전히 인간이 완성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