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방글라데시의 어린이 노동자

최승노 / 2020-09-21 / 조회: 4,695

세계화가 저개발국 아동을 착취한다는 건 오해,

빈곤 해결책은 개방 통한 성장…한국이 성공 사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G20(주요 20개국) 같은 국제회의가 있을 때면 회의장 주변은 흔히 반(反)세계화 시위대로 몸살을 앓곤 한다. 반세계화를 외치는 시위대에 세계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온종일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공을 만드는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아이들을 이야기한다. 선진국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축구공을 갖고 뛰어놀 나이에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은 그 축구공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개도국을 착취하지 않아


좁다란 공간에 둘러앉아 고급 청바지를 재봉하는 엘살바도르 여인들, 환기는 안 되고 숨은 턱턱 막히는 공장에서 접착제 연기를 마시며 운동화를 만드는 인도네시아의 노동자들이 이들에겐 세계화의 추한 민낯이다. 물론 그 뒤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부른 배 두드리는 다국적 자본가들이 있다. 양식 있는 이들이라면 시위대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개도국의 노동을 착취하고 그들의 빈곤을 심화시키는가?


방글라데시의 어린이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을 보면 연민의 정을 자아내는 게 사실이다. 어린이 노동이 법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지지하기 어려운 것도 맞다. 하지만 빈곤에 관한 한 세계화는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화가 단독으로 가난한 나라를 더 가난하게 한다든가 더 풍요롭게 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 세계화를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고 선진국이 개도국을 착취해 가난한 이들이 돈 버는 걸 막는 체제라고 믿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빈곤의 실질적인 유일한 해결책은 경제성장이다. 경제성장만큼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는 빈곤 탈출 방법은 없다. 오늘날 미국인은 100년 전에 살았던 미국인보다 대략 여섯 배 더 잘산다. 잘살게 된 다른 이유는 없다. 오로지 경제가 성장한 덕이다. 개도국의 대명사인 인도를 생각해보자.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1950~1980년대 연평균 1.4%였고 1980~1990년대는 이보다 높아 4.0%였다. 그 결과 2000년대 인도인은 1950년대 인도인보다 두 배 이상 더 잘살게 됐다. 비교적 성장률이 낮았던 인도가 이 정도다.


우리가 빈곤의 유일한 해결책이 경제성장인 걸 인정한다면 그다음 문제는 세계화가 경제성장을 낮추느냐 높이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화가 갑이 을을 착취하는 무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도 세계화가 그 나라의 경제성장을 낮추는 효과까진 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선진국 하청은 빈곤국에 ‘질 좋은 일자리’ 제공


다시 방글라데시에서 축구공을 만드는 아이들로 돌아가보자. 선진국보다 저개발국에서 아동노동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세계화가 아동노동을 늘리는 건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 모르나 선진국의 하청 노동이 열악한 그 나라의 노동 실정에선 질 좋은 일자리인 경우가 허다하다.


방글라데시의 축구공 생산 공장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면 그 아이들은 선진국의 또래 아이들처럼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현실은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도 공장을 나오게 된 아이들의 대다수는 축구공을 만들기 전에 했던, 예컨대 마을의 우물물을 길어 나르는 것 같은 허드렛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거기서 받는 품삯은 축구공 공장에서 받던 것과는 감히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형편없을 것이다.


선진국의 축구공 메이커들이 자국의 노동자에 비해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겐 낮은 임금을 줄지는 모르나 그것도 방글라데시 안에선 꽤 질 좋은 일자리인 게 분명하다. 방글라데시로선 축구공 공장을 통해 분명히 경제성장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주장에 반론도 있다. 같은 축구공을 만드는데 왜 선진국에 입지한 공장과 개도국에 입지한 공장에서 서로 다른 임금을 주냐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업가들은 자선사업가나 종교인이 아니다. 그럴 경우 기업가들로선 기업환경이 열악한 저개발국에서 경영활동을 할 동기가 없어진다.


세계화 속에서 성장한 국가 많아


남북합작공단인 북한의 개성공단을 생각해보자.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공장을 운영하는 건 북한의 싼 인건비 때문이다. 북한의 인건비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남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다. 북한의 노동력 수준을 감안할 때 품질 대비 인건비는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보다도 싸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공산품을 제조하는 데 남한이나 중국, 베트남보다 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을 두고 그 누구도 남한의 자본가들이 북한의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시스템이라고 보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북한의 사회주의 당국이 두고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누가 뭐래도 북한의 현재 상황에서 아주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북한의 소득을 늘려주는 역할을 했다. 북한에 개성공단은 남한을 경유해 세계로 열린 창이다.


세계화를 이용해 선진국이 저개발국을 착취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몇몇 개도국은 1970~2000년 사이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중에도 성공적으로 성장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이 세계화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 사례다. 물론 같은 시기 저성장에 시달리며 경제적으로 실패한 나라도 많다. 세계화가 경제적 착취와 종속을 불러 경제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세계화가 저개발국에게 있어 그리 나쁘지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기회를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그 나라의 역량에 달린 문제지 세계화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 기억해주세요


세계화가 경제적 착취와 종속을 불러 경제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세계화가 저개발국에 그리 나쁘지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기회를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그 나라의 역량에 달린 문제지 세계화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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