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이진영 / 2019-01-30 / 조회: 7,258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가 묘사하는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풍자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최상위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고용하는 사람은 시험문제를 풀 수 있는 지식 및 요령을 가르쳐주는 단순한 과외선생님이 아니라, 대학 진학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입시코디네이터이다. 유능한 입시코디네이터를 고용하여야만 자녀가 최상위 대학의 인기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수십 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입시코디네이터를 고용하기 위해 부모들끼리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자녀의 사교육에 대한 투자는 자녀의 최상위 대학 진학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특히 중등교육제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공교육의 위기이다. 그리고 공교육의 위기가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항상 뒤이어 나온다. 공교육의 위기와 사교육의 열풍 간의 인과관계를 엄밀히 따지는 것은 힘들지만, 적어도 역할 면에 있어서 공교육의 축소와 사교육의 팽창이라는 두 현상이 동시에 꽤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공교육과 사교육이 서로 보완재 관계라기보다 대체재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대체재 관계에 있다는 것은 교육수요자들이 둘 중에 더 선호하는 것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공교육의 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최종 목표가 하나로 수렴한 데에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최우선 목표가 모두 상위권 대학 진학이 되면서 교육수요자들은 두 개의 목표 달성 수단, 즉 공교육과 사교육을 같은 선상에 나란히 놓고 비교하게 되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만을 고려하였을 때, 공교육과 사교육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 수단인가? 경제학원론에도 나와 있듯이,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 정부의 규제를 강하게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아 시장의 원리가 좀 더 통하는 사교육이 공교육에 비해 더 효율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의 목표가 상위권 대학 진학에 국한되어 있는 한,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수요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소득 불균등의 확대 현상과 맞물려, 자녀의 사교육에 대한 투자는 이제 부의 대물림의 또 다른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교육의 팽창이 공교육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제 소득불균등의 정도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적에 따라 교육 정책도 변화를 거듭했다. 학력고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고,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듯이, 정책 당국과의 의도와 달리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확대하였다. 통계청 초중고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2007년 약 42천억 원에서 2017년 약 57천억 원으로 10년 간 약 15천억 원이 증가하였다. 이쯤 되면 공교육이 사교육을 뛰어넘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든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매우 지루한 작업이 될 것이 분명하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업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이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사교육이 각광을 받고, 사교육을 받은 것과 비슷한 성과를 내는 공교육 체계가 각광을 받는 현 교육 실태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학습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공교육도 그 중의 한 경로이지만 더 많은 경로들이 사교육 영역에 속해 있다. 사교육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지식 혹은 기술의 습득이다. 공교육의 목적은 좀 더 포괄적이어야 한다. 공교육 당국은 학생들에게 지식의 전달 이외에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인성 교육, 생명 존중 및 사회 공동체의식에 대한 교육 등 올바른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한 교육은 공교육이 담당하는 부분이므로 이를 위해 현 교육정책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이상적인 관계는 서로를 보완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관계, 즉 보완재 관계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공교육을 통해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넘어 지혜에 대한 가르침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진영 /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46 [문화칼럼] 할리우드는 좌익세력이 장악해 우익 콘텐츠는 설 곳이 없다?
이문원 / 2020-03-16
이문원 2020-03-16
45 [문화칼럼] 중국 엔터가 ‘규모’로 치고 들어오면 K팝은 무너진다?
이문원 / 2020-03-02
이문원 2020-03-02
44 ‘마스크 대란’, 정부 개입 vs. 시장
권혁철 / 2020-02-28
권혁철 2020-02-28
43 [한비자로 세상읽기]미담으로 소개되는 괴담들
임건순 / 2020-02-25
임건순 2020-02-25
42 [한비자로 세상읽기]문재인 정권, 권력의 대기실은 없는가?
임건순 / 2020-02-18
임건순 2020-02-18
41 [문화칼럼] <기생충> 아카데미상 쾌거는 국가 문화지원 덕택이다?
이문원 / 2020-02-17
이문원 2020-02-17
40 [한비자로 세상읽기]모두가 당당한 소인(小人)되는 세상
임건순 / 2020-02-11
임건순 2020-02-11
39 [한비자로 세상읽기]국가의 진정한 유능함이란 무엇인가?
임건순 / 2020-02-04
임건순 2020-02-04
38 [문화칼럼] 홍콩영화는 상혼에 찌든 졸속 속편 양산 탓에 몰락했다?
이문원 / 2020-01-30
이문원 2020-01-30
37 [한비자로 세상읽기]리더는 부하의 충성에 의지하지 않는다
임건순 / 2020-01-28
임건순 2020-01-28
36 [한비자로 세상읽기]신뢰(信賴)자원의 부국(富國)으로
임건순 / 2020-01-21
임건순 2020-01-21
35 [문화칼럼] 연예인은 공인이므로 사생활에도 제약이 따라야 한다?
이문원 / 2020-01-16
이문원 2020-01-16
34 [한비자로 세상읽기]새해 소망, 한국병 탈출
임건순 / 2020-01-14
임건순 2020-01-14
33 [한비자로 세상읽기]대한민국에 법가 사상이 필요한 이유
임건순 / 2020-01-07
임건순 2020-01-07
32 [문화칼럼] 스크린독과점 배급은 한국영화계를 망치는 주범이다?
이문원 / 2019-12-31
이문원 2019-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