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윤주진 / 2023-12-13 / 조회: 1,281


vol 06 사립대학 구조개선법_22대 자유 입법 과제.pdf




학령인구 급감에 시급한 대학 구조조정, '해산 장려금' 도입이 열쇠

▪ 악화되는 대입 미달 사태, 부실대학 해산, 통폐합 등 '자발적 퇴로' 열어줘야

▪ 해산, 통폐합, 재산 처분 모두 사립학교법 통제 받는 현행 제도로는 구조조정 유도 어려워

▪ '설립자 해산장려금 지급' 열어주는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22대 국회에서 도입 필요


■ 들어가며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 사립대학에서 충원이 미달된 신입생 규모는 총 2만 9535명이다. 2023년의 경우 수시 모집에서 전국 4년제 대학의 60% 가량이 미달을 기록했다. 학령인구와 대입 수험생 인원의 급감으로 전국의 다수 대학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2040년 예상되는 입학 가능 자원은 28만 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3년 대비 37%나 그 숫자가 줄어든다.


수요, 즉 입학 희망자가 줄어들면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서비스의 공급도 자연히 줄어야 한다. 실제 학생수가 줄어드는 지역에선 학원이 자취를 감춘다. 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이 2000년도에 86.8만 명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뒤 2020년도에 이미 50만명 대가 무너졌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폐교한 대학은 19곳이며, 법인 해산은 11곳에 해당된다. 최종 청산절차까지 도달한 대학은 경북외국어대학교 1곳 뿐이다. 수요-공급의 논리가 고등교육 시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작 대학은 '문을 닫고 싶어도 닫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기업이나 가게가 폐업을 못하는 구조다. 대학 구조조정이 계속 정체되는 그 근본적 원인과 대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 주요 현황과 현행 제도의 문제점

한국의 사립학교는 교육부와 관할청인 교육청의 매우 강력한 통제와 지도를 받는다. 사립대학 역시 「사립학교법」과 「교등교육법」상 법령에 따라서 학생 모집과 교원 채용, 학과 개설 및 정원 확정, 등록금 인상 여부 등 모든 교육행정을 운영해야 한다.


대학의 구조조정과 직결돼 있는 재산 처분과 법인 통폐합, 폐교(법인 해산이나 청산) 등에 대한 사항도 마찬가지다. 등록금만으로는 대학 운영이 어려운 경우, 학교법인이 보유한 부지, 건물, 지적재산권 등을 처분하여 재정에 보태고 싶어도 반드시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련하여 법규정을 살펴보자.


이 조항에 따르면, 학교 법인의 자유로운 재산 처분권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관할청의 허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관할청의 허가’라는 것이 여간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교육청의 임의적 결정 사항에 달려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학교 법인의 재산’은 처분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아울러 사립학교 재산 처분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법조항이 있다. 학교법인의 해산 사유와 해산 시 잔여재산 귀속의 요건을 규정한 조항이다.



제34조에 따르면 사립 대학은 학생수 모집이 어려워 학교 운영이 어려워져도 해산 결정을 할 수 없다. 같은 법 35조의2 '해산 및 잔여재산 귀속에 관한 특례’는 초·중·고등학교에 대해 “학생수의 격감으로 인하여 그 목적의 달성이 곤란한 경우에는 제34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시ㆍ도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해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립 대학은 배제했다.


사립대학 설립자 측에서는 바로 제35조를 사실상의 '독소조항’으로 인식하고 있다. 학교법인이 해산하게 될 경우, 잔여 재산이 학교법인이나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국고, 지자체로 귀속되도록 하고 있다.


즉, 학교법인 운영이 어려워져 해산을 선택했을 때 설립자 측에는 전혀 재산이 귀속되지 않는다. 그 결과 법인의 실질적 운영권을 가진 설립자는 학교법인을 해산하거나 해산하지 않는 경우 아무런 경제적 이익에 차이가 없다. 해산에 소요되는 여러 행정적, 금전적 비용은 물론, 해산 과정에서 빚어지는 각종 갈등(구성원 반대, 지역 여론 악화 등)을 감수해가면서 해산에 나설 동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바로 이 점이 학생 모집이 어려운 학교 법인의 자발적 해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율적 조정이라는 시장경제 질서가 마비된 결과다.


■ 기존 입법 논의 및 대안


학령인구 감소, 부실대학 지원에 따른 재정 부담 등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주요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법안을 다수 제출해왔다. 18대 국회부터 제출돼 온 법안을 살펴보자,



18대 국회부터 시도된 여러 입법적 시도는 일반법으로서 사립학교의 근간 자체는 유지하되 경영에 어려움이 있는 부실대학 등에 별도로 적용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을 주로 띠고 있다. 최근 21대 국회 들어서는 이태규·정경희·문정복 의원이 이른바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을 발의하여 입법적 노력을 이어왔다. 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비슷한 구조와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학자이자 대학교수로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해 온 정경희 의원의 법안을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정경희 의원 법안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학교법인의 해산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으며 재산 처분과 통폐합에 대해 기존보다 완화된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제1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잔여재산 귀속 특례, '해산장려금’이다. 사학진흥기금에 귀속되는 재산의 30%를 설립자 등에게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하여 부실대학 설립자의 자발적 법인 해산을 유도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유인을 허용해 자발적 공급 축소를 가능케 하는 시장경제적 해법이다.


2023년 9월, 이태규 의원과 문정복 의원은 <벼랑 끝 사립대학, 대학 구조 개선의 골든타임을 놓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해 교육 현장 전문가와 함께 해산장려금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해산장려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점에 비춰봤을 때 민주당 소속 의원이 해산장려금 도입 찬성 기조에 힘을 실어준 점이 상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22대 국회를 향한 제안

한국에서 사학은, 미비한 공교육 체계의 공백을 채우고 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앞장선 사회지도층 기관의 명예와, 각종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고 설립자 및 그 가족의 사금고 역할이나 하는 부도덕 세력으로서의 불명예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학교법인을 일가족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하는 부작용이 사학 퇴로 마련을 반대하게 만드는 논거로 늘 동원돼 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맞는 실질적 대학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부실대학이 정리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재정 투입의 부담이 가중되고 교원 임금 체불, 시설 낙후에 따른 학생 피해 등이 누적돼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즉각 부실대학의 안정적이로 점진적인 퇴출이 진행돼야 하며,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학교일지라도 지속가능한 운용 체계를 구축하여 대학의 재무 건전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미 출연한 재산을 다시 설립자에 귀속시키는 것이 사학 설립 정신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설립자도 이해관계를 따지는 합리적 경제주체이다. 설립자가 일부 재산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만, 부실 법인의 해산과 청산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22대 국회는 보다 현실적인 눈으로, 사학 구조조정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설립자의 탐욕에 대한 경계보다, 부실대학 만성화의 폐해 방지가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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