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강화된 분산에너지법, 전력시장 활성화 기대

윤주진 / 2023-08-16 / 조회: 1,991


vol.7 분산에너지법.pdf



분산에너지법, 직접 거래•가격 차별화 허용으로 전력시장 경쟁 촉진 기대

▪ 전력 발전 사업자가 직접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겸업 허용’…한전 통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

▪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내에서는 저렴하게 전기 사용 가능, 기업유치 및 지역활성화에 기여 전망

▪ 독점 위주의 전력시장에 '경쟁’ 변화 가져올 혁신, 사업의 경제성 보장이 분산에너지 체계 확대의 성공 조건


■ 들어가며

2024년 6월 14일부터 시행 예정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이른바 분산에너지법은 2023년 5월 25일 국회에서 의결 돼 6월 13일 제정‧공포됐다. 원거리에서 발전돼 소비 지역으로 장거리 송전되는 '중앙 집중형’ 기존 전력망 시스템 대신, 수요지 인근에서 발전·송전된 전력을 관할 지역 내에서 자체 소비하고 거래하는 '분산에너지’ 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정법이다.


이 법은 다른 에너지 산업 관련 법안과 달리 시장경제적 관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기존 에너지 시장에서 좀처럼 시도되 지 않았던 거래 자율화와 시장 다변 화가 폭넓게 시도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력의 생산·유통·소비를 분산‧분권화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국내 에너지 시장 민간 개방과 사업자 간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패러다임 변화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 주요내용

총 10개 장에 걸쳐 구성된 이 법은 분산에너지 개념과 정의, 정부의 책무와 사업 등록 절차, 사업자 의무 사항, 전력계통영향 평가 제도,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 지정과 규제 특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장 별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세개의 조항이 갖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기사업법」과 비교하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① 발전·판매 겸업 금지 예외 허용

전기사업법은 제2조를 통해 전기사업을 발전사업ㆍ송전사업ㆍ배전사업ㆍ전기판매사업 및 구역전기사업 등 5개 종류로 나누고 있으며, 제7조를 통해 “전기사업을 하려는 자는 전기사업의 종류별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으며 동시에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전력의 생산과 판매를 겸할 수 없는 것이다. (겸업금지)


반면, 분산에너지법은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내에서는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해, 기존에 시행 중인 직접PPA 제도와 함께 '겸업 금지’ 예외를 허용한다.


☞ PPA: 전력구매계약으로 Power Purchase Agreement의 약자.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전력판매자와 전기사용자가 전력을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의 계약 방식을 말한다. 재생에너지에 한해 사용자와 공급자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직접PPA와, 국내 독점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제3자 PPA로 나뉜다.


② 수요자의 공급자 선택권 보장

아울러 이 법은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내 전기사용자가 직접 분산에너지사업자와 전기판매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전기 급자 선택 과정 자체가 없는 것과 달리 수요자 중심의 제도 설계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거주민이 얼마든지 해당 지역의 여러 전기‧가스 공급 사업자의 서비스‧가격을 비교하며 선택할 수 있다.


③ 전기요금 차등화 허용


PPA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든 전기 소비자는 전기의 종류와 시간대별로 기존에 정부에 의해 책정된 전기요금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분산에너지법이 당초 지역에 무관하게 모든 국민과 기업이 동일한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것은, 발전시설 인근 지역 주민에 대한 차별이자 도심 지역 거주민들에 대한 특혜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법인만큼,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 책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법률안 개정 과정과 처리 현황

2023년 5월 25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분산에너지법을 처리했다. 찬성 191인, 반대 5인, 기권 17인으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SMR(소형 모듈 원전)을 분산에너지의 한 종류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었다. 최초로 법안 발의를 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측은 SMR 포함에 대해 반대 입장이었으나, 두번째로 법안 발의에 나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국민의힘 측은 SMR 포함에 찬성 입장을 비쳤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의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SMR을 포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일부 문구 수정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본회의 토론에 나서 SMR 포함과 함께 전기요금 차등 책정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법안 평가

1. 국내 전력시장에 '경쟁' 변화 가져올 혁신적 시도

한국의 전력 시장은 사실상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중심으로 한 '독점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비중 70% 이상 발전을 맡고 있는 6개 발전회사는 2001년 한전으로부터 물적분할 됐으나 여전히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이다. 따라서 발전 부문도 사실상 한전 영향권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다.


전력 도매거래가 이뤄지는 한국전력거래소는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가 공동출자해서 만든 회사다. 개별소비자에게 전력을 판매하는 권한은 한전에게만 귀속돼 있다. 전력 송배전 역시 한전과 그 자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발전-송배전-도매-소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한전 중심이다.


일부 제3자 및 직접PPA 제도 도입과 같은 전력시장 개방을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여전히 전력시장은 한전 중심의 폐쇄성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OECD 37개 국가 중 공기업이 전력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10개 전력회사가 경쟁하고 있으며 송배전망이 별도로 분리된 법인에 의해 운영된다. 개별 소비자들이 전력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국내 전력시장 환경에서 분산에너지법이 공급자-소비자 간 직접 전력 거래를 추가적으로 허용하고, 지역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전기 소비자 입장에서 낮은 가격의 전기요금을 선택할 기회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국내 전력시장 경쟁 촉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이 적용되는 범위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국한돼 있지만, 전력시장 개방과 가격 경쟁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가 증가하고 기업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호도가 확인되면 자연스럽게 전력시장 개방 찬성여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정부가 일자리 정책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분산에너지 체계를 마련해 기업 유치전을 벌이는 등 '지역 간 경쟁’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2. 안정적인 수익성 보장이 분산 전원 활성화 열쇠

분산에너지법은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통해 공급자-수요자가 서로 만족하는 가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친시장적 전력 거래 질서를 일부 실현했다. 다만,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이 창출되지 않는 이상 분산에너지 사업자로 참여할 유인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분산에너지 사업자 수익의 기본 출처는 발전 비용 대비 전기요금 매출의 차익인 영업이익이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분산에너지 사업을 주도하고, 부족한 수익원을 재정으로 보조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고착화된다면 분산에너지 체계의 자율적 확산을 기대하기 어려움은 물론,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나타나는 불법 비리가 반복될 소지도 있다.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자유로운 거래와 고객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시장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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