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立學校法中改正法律案에 관한 의견

조전혁 / 2004-11-05 / 조회: 7,282

- 복기왕 의원 발의 의안번호 170595: 사립학교법중개정법률안 -

1. 문제의 제기

열린우리당의 복기왕 의원은 2004년 10월 20일,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금번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다음과 같다: i)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의 위상이 대폭 강화되어 심의기구화하게 된다. ii)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는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 및 감사 1인을 추천,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iii) 사립학교의 장(長)의 임기규정이 신설되어 임기가 4년 중임으로 제한된다.

금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학교운영의 자유를 크게 침해할 가능성이 제기됨으로써 논란이 되고 있다. 사립학교운영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학사형성의 자유, 교원임용의 자유, 학생선발의 자유 및 재정운영의 자유를 포함한다. 헌법재판소는 사립학교운영의 자유의 주체가 '설립자’의 의지에 따라 설립된 '학교법인’임을 제시하고 있다 (공보 53, 107, 110). 즉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의사와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목적을 구현하기 위하여 설립되는 것이므로 사립학교 설립의 자유와 운영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본질적 요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기본권이 그러하듯이 사립학교운영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국가안전보장, 사회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다만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란 과잉입법금지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을 말한다. 물론 사립학교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 공공성, 민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사학의 비리를 뿌리뽑자는 입법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그 접근방법에는 넘어설 수 없는 규범적 한계가 있음을 고려하여야 한다. 즉 기본권 보장이 우선적인 것이고 그 제한은 예외적인 것으로서 구체적인 해악방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2. 문제점과 개선안

우리나라는 선진외국과는 달리 사학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학교교육의 대부분을 사학이 맡고 있다. 현재 중학교의 22.9%, 고등학교의 45.1%, 전문대학의 90.5%, 그리고 4년제 대학교의 84.8%가 사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대한 규제가 점점 심해지면서,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특별한 설립이념을 구현하거나 독자적인 교육방침에 따라 개성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토양은 점점 척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의사와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므로 사립학교 설립의 자유와 운영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에 속한다. 이러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가 헌법상의 기본권임은 헌법재판소도 판시한 바 있다. (헌재 2001. 1. 18. 그리고 공보 53, 107.)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에 발의된 사학법개정안은 학교교육의 공공성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사립학교가 마치 '사회에 공여된 공공재산’인 것처럼 취급하는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특히 본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립학교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 및 공공성을 제고하여 .....”라는 이유가 과연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금번 사학법개정안에 대해 종교계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것은 중요하다. 여당은 그동안 일반사학법인들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사학소유자의 기득권 지키기’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사학법개정안 논쟁에서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종교계의 반대마저 이러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우선 학교법인 이사의 3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토록 한 금번 개정안 제14조제3항의 근거와 관련하여, 일반주식회사의 '사외이사제’를 원용하여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회사의 사외이사제도는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이사회에 참가시킴으로써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감독하고 조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즉 사외이사제도는 근본적으로 대주주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서 헌법상의 재산권 및 주식회사의 경영권 보장과 상치되지 않는다. 아울러 사외이사는 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절차를 거치는 바, 금번 개정안의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방식과 그 절차와 추천주체가 다르다.

한편 사립학교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이유로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이사추천 타당성을 주장하는 의견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먼저 국고보조금이 예산의 4%에 불과한 사립대학교에 대해서 정부개입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다만 재정보조를 받는 사립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공공성 제고를 위한 개방형이사의 도입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추천의 주체가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즉 개방형이사가 필요하다면 재정지원의 주체인 시도교육청이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번 사립학교법 개정안 제29조제4항에 따르면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심의기구로 격상된다. 이들 위원회가 사학법인 이사의 3분의 1 이상의 추천권을 가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사립학교의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위원회의 책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권한은 학교구성원들에 넘어가고 책임은 법인이 지는 권한-책임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특히 예산안의 심의와 관련하여 예산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지원할 능력이 없는 위원회가 심의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사학운영에 있어서 또 다른 분쟁의 불씨를 지피는 일이다. 따라서 초중고등학교 운영위원회는 현재처럼 자문기구로 운영하고 대학평의원회 역시 대학자율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립학교의 장에 대한 4년 중임제를 규정한 동 개정안 제53조제3항 역시 사인과의 계약을 법률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공립초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교장의 임기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장의 임기에 대해서 동일한 법적인 강제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것은 사립학교를 설치 경영하는 학교법인은 공권력의 주체가 아닌 사법인이고, 학교법인과 학교장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사법상의 고용계약관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3. 요약과 결론

금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비리사학을 척결하고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들뿐만 아니라 사학단체들마저도 일부 사립학교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문제사학을 빌미로 모든 사학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금번개정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 특정이익단체가 주장해온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색깔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우리 교육계에서 비리사학은 척결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비리사학이 뿌리를 내릴 수 없도록 사학경영과 관련한 감사와 사회적 감시는 강화되어야 한다. 비리사학에 대한 규제가 금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주된 제안이유라면 사학에 대해 관할청의 감독권을 강화하고 비리를 저지른 사학관련자들이 다시는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사립학교의 비중과 역할을 감안할 때 사립학교 운영의 효율성과 학교법인의 경영권을 존중하는 사학제도의 구축은 더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사립학교는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이라는 기능을 사회에 제공하는 교육의 중요한 주체다. 따라서 사립학교법은 학교운영에 대해서는 보다 큰 자율성을 부여하되 그에 걸맞는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사학교육의 중심인 사학설립자와 사학법인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사립학교법 개정이라면 사학교육의 발전보다는 장애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조전혁(인천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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