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고령자의 주된 일자리 이탈 이후 노동공급
-
글쓴이
시장경제콜로키움 2026-10-23
-
- [발제] 고령자의 주된 일자리 이탈 이후 노동공급.pdf
제18회 시장경제콜로키움
일시: 2026년 10월 23일 오전 11시
장소: 푸른홀
주제: 고령자의 주된 일자리 이탈 이후 노동공급
발제: 오태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토론: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정윤석 명지전문대학교 교수,김기만 좋은규제시민포럼 사무저창 외 5인
고령자의 주된 일자리 이탈 이후 노동공급(줄글 요약)
오태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지만, 노인 빈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인 14.8%를 크게 웃돌며, 65세 이상 노동시장참가율 역시 39.4%로 OECD 평균 14.0%보다 높다. 상당수 고령자가 은퇴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기존 일자리에서 축적한 숙련과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한 채 저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다양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체 사업량의 약 62%가 공익활동형에 집중되어 있어 숙련 인력의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52.9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이르며,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소득 공백도 발생한다. 따라서 고령자 고용 문제는 단순한 정년연장보다 주된 일자리 이탈 이후의 노동시장 이동과 소득 변화에 초점을 맞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발제문은 고령자가 주된 일자리를 떠난 이후 경험하는 소득 감소의 원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계속고용의 조건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제2차 베이비부머(1964~1976년생)의 일자리 이동과 소득 변화를 분석하고, 제1차 베이비부머 및 이전 세대의 주된 일자리 이탈에 따른 장기적 소득 손실을 검토했다. 또한 연공임금체계와 기업특수적 인적자본 이론을 바탕으로 기업이 고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유인과 정년연장의 제도적 한계를 살펴본다. 핵심은 고령자의 소득 감소가 단순히 나이가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자리 이동 과정에서 기존에 축적한 숙련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첫 번째 분석은 고령화고용패널(KLoEE)의 2021년·2022년·2024년 자료를 활용해 만 50세 이상 제2차 베이비부머 3,29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50세 이후 직장을 한 번 이상 변경한 비율은 41.1%였고, 주된 일자리 이탈 직후 산업을 변경한 비율은 67.9%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월평균 근로소득은 343만 원에서 271만 원으로 약 21% 감소했으며, 이후에도 267만 원 수준에 머물러 회복되지 않았다. 특히 산업과 직종을 모두 변경한 재취업자는 평균적인 경력을 보유한 근로자보다 소득이 약 22.4% 낮았고,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상용직보다 약 26.7% 낮은 소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령 자체에 따른 추가적인 소득 감소는 대체로 제한적이었다. 이는 고령자의 소득 감소가 단순한 노화보다 산업·직종 이동에 따른 숙련 활용의 제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두 번째 분석은 고령화연구패널(KLoSA)의 2006~2020년 자료를 활용해 1961년 이전 출생 남성 884명의 주된 일자리 이탈에 따른 장기적 소득 변화를 추정했다. 연령 증가와 이직의 영향을 구분하기 위해 Heckman 2단계 고정효과 모형을 사용했으며, 이직 이후 경과기간별 소득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월평균 근로소득은 50세 371만 원에서 75세 139만 원으로 감소했고, 특히 57~65세 구간에서 급격한 소득절벽이 나타났다. 주된 일자리 이탈 이후 소득은 6년이 지나도 이직 직전보다 약 41% 낮았으며, 연령 효과를 통제한 분석에서도 소득 회복이 제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주된 일자리가 아닌 다른 일자리에서 이직한 경우 소득 감소는 상대적으로 일시적이었다. 발제문은 이러한 차이가 주된 일자리에서 축적한 인적자본과 임금상 이점을 상실하는 데서 비롯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발제문은 이러한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의 계속고용 유인을 검토한다. 한국의 연공임금체계는 근속 초기에는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근속 후기에는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이연보상 구조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임금체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등 조기 이탈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업 역시 숙련 인력을 유지할 유인이 존재한다. 2026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기업의 75.4%는 숙련·전문성 활용을, 55.4%는 인력 부족 대응을 고령자 계속고용의 이유로 꼽았다.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이 감소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34.2%였으며, 이들 기업의 평균 임금 삭감폭은 20.6%였다. 이는 임금과 직무를 적절히 조정할 경우 기업은 숙련 인력을 유지하고 근로자는 외부 재취업보다 높은 소득을 얻는 상호이익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발제문은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다. 고용기간만 연장하고 임금·직무 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기업의 부담이 확대되고 실제 계속고용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정년연장의 혜택이 고용안정성이 높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집중되고, 임금 경직성에 따라 청년 신규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유연한 계속고용은 기업과 근로자가 생산성에 맞춰 임금·직무·근로시간을 조정함으로써 기존 숙련을 활용하고 소득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선별적 재고용에 따른 배제와 교섭력 격차를 방지할 장치도 필요하다. 결국 발제문의 핵심 결론은 정년연장 논의가 단순히 고용연령을 높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고령자가 축적한 인적자본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계속고용 여건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